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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원정팀과 팬들은 상대팀의 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by walk around 2010. 10. 19.

"배에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팬들이 함께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때마다 무언의 행동규범이 적용된다. 홈 경기 구단의 서포터들이 상대방이 듣기에 비위가 상하는 노래라도 큰 소리로 마음껏 불러재끼는 반면, 원정 구단을 응원하는 적은 무리는 상대 팀 응원단에게 자신이 어느 팀 응원단인지조차 밝히지 않는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p.86)

대부분이 그렇다. 홈은 말 그대로 홈이다, 내 집이다. 마음껏 떠들 수 있다. 내 집이니까. 다소 상대를 자극하는 것도 홈에서는 허용이 된다. 상대팀도 자신의 홈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축구에서 중요한 승부를 낼 때, 홈앤 어웨이를 하거나 아예 제3국에서 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지난 토요일(10월 16일), 부천FC의 홈에 원정을 온 삼척은 경기 후 새삼스럽게 리그우승이라는 현수막을 그라운드에서 펼쳤다. 기념 사진만 찍고 철수하는 줄 알았더니, 관계자 헹가레를 칙 시작했다. 관중석의 몇몇 삼척 팬들은 환호했다.

그 경기는 종료 1분 전에 삼척이 공을 성공시켜 0-1로 승리했다. 부천FC는 경기를 잘 했지만, 아쉽게 패했다. 분위기가 좋을리 없다. 게다가 경기장에서는 수백명의 팬들이 있었다. 그 앞에서 삼척은 파티를 했다. 원정 경기장에서.

지난 삼척전 응원 중인 부천서포터. 이런 열정적인 팬이 있는 구단과 원정경기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지나친 세레모니는 피해야 한다. 역으로 부천이 삼척으로 원정을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행위는 서포터가 있는 구단 앞에서는 자해행위에 가깝다. 홈팬들을 흥분시켜서 분란을 일으키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을 할 수 없다. 사실상 리그의 조우승이 확정됐다고 하면 사진찍고 철수하면 될 일이다. 거기서 파티할 상황이 아니다.(게다가 앞으로 챔피언결정전이 남아있다)

지금은 부천이 K리그에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K리그 서포터 사이에 그런 룰이 있는지 모르겠다. 90년대 후반, 00년대 초반에는 "원정 서포터는 경기 후, 또는 장외 서포팅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다. 아무리 기뻐도 경기 후 선수와 인사가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조용히 원정지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장외는 자살행위다. 흥분한 홈팬들이 몰려오면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 예방이 최선이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극도로 대립하는 레인저스와 셀틱도 일정한 룰을 가지고 원정팬이 조용히 있어준다.(그래도 폭력, 나아가 살인도 일어 나지만)

아무리 축구의 문화의 불모지 K3라고 하지만, 그냥 축구게임이 전부이고 축구문화는 없는 곳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수년이 지나고 혹시 열정적인 홈팬이 생기면 지금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게될 것이다.

또 삼척 팬들은 "왜 돈을 내고 입장하느냐"는 발언을 경기 전과 경기 중에 여러번 했다. 짐작하건데, 당시 입장한 관중의 가족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해야할까. 삼척 선수들은 언제나 무료로 경기하는 자원봉사자는 아닐 것이다. 넓게봐서 상대팀이 아닌 축구를 소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상당수의 부천 팬들은 양주 등 자발적인 기부를 하는 팀과 경기를 갈 때에도 에지간하면 입장료를 낸다. 그게 넓게봐서 축구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항구에 내리자, 그는 남색 방한복을 껴입고는 지퍼를 목까지 올린 후, 혹시 티셔츠가 바깥으로 삐져 나오지는 않았는지 세심히 살폈다. 복장 단속이 끝나자 그는 파란색 나이키 모자를 눈 위로 푹 눌러쓰고 나를 돌아봤다. "그럼, 이만" 그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다른 군중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p.92)

과격한 스코틀랜드의 한 프로팀 서포터도 이렇게 세심하게 위장한 후, 다수의 상대 팬들의 눈을 피해 집으로 갑니다. 불필요한 분란을 막기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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