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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2부리그 진출 부천FC, 선수단 구성 어떻게 해야할까?

by walk around 2012. 12. 9.

선수단 구성은 팀의 성적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성적은 현실이고 부천FC와 같은 팀에게는 생존과 같은 문제입니다. 특히 2부 리그 소속 다른 팀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중 수입이 절실한데, 성적은 관중 수입과 직결됩니다.

 

성적이 나쁘다면 요즘 부천FC를 둘러싸고 있는 감동은 눈처럼 녹아내릴 것입니다. 2부 리그 진입의 기쁨은 어디가고, 구단과 선수단에 대한 폭력적 비판이 난무할 것입니다. 그것이 축구입니다. 100년만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한 구단의 팬들이 프리미어리그 진입의 기쁨은 어디 버리고, 연패에 대해 구단에 울분을 토해내기도 합니다. 부천FC 3부리그 창단 때도 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았지만, 성적이 나쁘자 감독 경질에 대한 요구 등 난리가 났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팬과 상황은 누군가의 '책임'을 요구하게 됩니다. 주로 그런 책임은 감독이 지게 됩니다. 감독이 책임을 지게 하려면 성적의 가장 큰 전제가 되는 선수단 구성에 대한 전권을 감독에게 주어야 맞겠죠.

 

외부에서 선수를 다 뽑아놓고 성적이 나쁘니 감독이 책임지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구단 현실이 100% 감독이 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질 정도로는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부천FC는 지금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동안 함께 한 선수단과 2부리그에 올라가고 싶은 정서가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의견에 동감합니다. 한 때는 아예 예산이 많이 삭감되기를 바랐던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정이 들었고, 힘들어도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위별 선수 선발 시 선발한 선수들의 연봉의 합계를 자동 계산해주는 엑셀 프로그램

예산의 제약이 있는 부천FC는 이 같은 현실과 감성

그리고 미래를 두고 선수 선발을 해야하는 복잡한 처지다

 

예산이 적으면 연봉으로 지급할 여력이 적기 때문에 외부 영입이 줄어들 것이고, 기존 선수만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선수들이 동의해야 하고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지만.. 이 경우, 리그에서의 성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존 전력으로 K3리그에서 중위권을 기록했습니다. 그것도 당시에는 2부리그 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우승하고 신청을 해야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이에 따라 수당을 대폭 상향하는 등 조치를 취했습니다만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우리보다 많이 열악한 서유와 경기에서도 대패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경기마다 우리 선수들이 이겨주기를 우승하기를 많이 바랐습니다. 그래야 모두 함께 갈 명분이 생긴다고 봤습니다.) 게다가 당시 주력 선수 중 골키퍼, 스트라이터 등 일부는 이미 다른 소속 팀을 찾았습니다.

 

어찌됐든 현재 예산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다소 애매한 액수가 배정이 되었습니다. 감성적 생각과 다른 상황이 된 것입니다. 선수단 연봉으로도 일정액이 배정되었습니다. 이제 선수단 구성은 주어진 돈으로 선발할 수 있는 선수의 연봉과 숫자를 조율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복잡한 퍼즐과 같은 일이 되었습니다.

 

연봉 5,000만원인 우선 순위를 1명 뽑으면 연봉 2,000만원인 번외지명자의 수를 2명 이상 줄여야 합니다. 연봉 4,400만원인 2순위를 한명 뽑아도 번외지명이 2명이상 줄어 듭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2, 3, 4순위에서 좋은 선수가 있을 때 망설일 것입니다. 우선순위만 몇명 뽑고, 나머지는 번외지명으로 선수단 수를 채우자고 결의를 하고 드래프트에 참여해도 막상 순위 내에 좋은 선수가 있다면 감독은 크게 흔들릴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한 두명의 이름을 부르고 나면 번위지명 선수의 수는 마구 줄어들게 됩니다.

 

(참고로 부천FC는 창단 형식으로 2부리그에 가기 때문에 기존 선수단을 해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 선수 중 2부리그 부천FC에 합류하기를 원한다면 드래프트 신청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구단의 지명을 받아야 합니다. 기존 선수 중 14명만이 드래프트를 신청했습니다. 이중 몇 명이 합류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그간의 노고와 추억에 감사하고, 기량이 되는 선수들이 되도록 많이 다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이 경우 당초 기대한 또는 예상한 선수단 구성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부천FC는 당초 우선순위 7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8명을 했습니다. 초과한 것입니다. 게다가 감독은 K리그와 내셔널 출신 2~3명을 2~3순위 정도 수준의 연봉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고, 그러나 이 마저 자금 사정으로 어렵다고 생각이 됩니다. 전지훈련을 포기하거나 감독 연봉을 줄여도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다음주 드래프트가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습니다. 부천FC의 장점이라면 감독의 선수 선발 권한에 대해서 구단이 관여하지 않고, 외부의 간섭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보호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100년이 넘은 구단들 그리고 이제 역사가 50년이 넘는 축구 서포터즈(울트라스)들은 매 시즌 눈물을 머금고 "선수가 아닌 팀을 보자"고 되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이런 원칙을 만든 것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선수 하나하나 떠날 때마다 감정에 빠지면 팀 스피릿  유지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요즘 박지성을 보면 챔스에서 또 리그에서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고 많은 헌신을 했지만, 맨유 구단과 팬들은 언제 그런 선수가 있었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팀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셀틱 팬들은 기성용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직 팀에 대한 성원과 헌신으로 챔스리그 16강에 올랐습니다.

 

서포터 정신이 충만한 부천FC 서포터즈는 대부분 이런 정신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을용도 쿨하게 보냈던 부천FC 팬들입니다. 그리고 2부리그 소식에 합류하는 일반 시민들은 이런 문제에 천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제 아시아챔피언을 목표로 가는 부천FC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수백명의 선수들을 보내고 또 받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선수에 얽매이면 전진이 쉽지 않습니다. 우선 지명 선수도 이적료 등 구단 운영을 위해 당장 내년부터 빅클럽으로 마구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선수와 이별 때문에 아쉽고 상처받는 것은 시작입니다. 기껏 키워놓은 박지성, 이영표를 동시에 빼앗긴 그러나 클럽은 많은 돈(이적료)을 번 아이트호벤과 같은 클럽이 되면 안타깝지만, 그 정도면 일단 대성공입니다. 모든 어려운 상황에 봐야하는 단 하나는 "부천FC 1995"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