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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2009시즌 앞두고 부천FC 선수단에게

by walk around 2009. 3. 16.

부천FC 1995는 정말 특별한 팀입니다.

지지하던 1부리그 팀을 잃고 팬들이 뭉쳐서 팀을 만들어낸 흔치 않은 팀이고, 덕분에 잉글랜드의 유사한 역사를 갖고 있는 6부리그 AFC윔블던과는 형제의 연을 맺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포괄적 전략적제휴)

이번 개막전 시작 전에는 그쪽에서 보내온 유니폼을 입고 촬영을 하여 잉글랜드로 보낼 것이고, 윔블던은 그 사진을 "한국에 있는 또 하나의 윔블던"이라는 카피로 런던인근에서 마케팅을 할 것입니다.

나아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미국 자본에 팔리면서 서포터들이 만들어 하부리그에서 출발한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팀이 합병되며 서포터들이 팀을 만들어낸 J리그 요코하마 FC 등과 국제적인 팬 메이트 클럽 연대를 윔블던과 함께 추진 중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이 구단은 그간 흔히 보던 구단이 아니라 팬의 열정과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낸 금쪽 같은 존재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구단은 크고 작은 많은 스폰서를 보유 중입니다. 이 스폰서들은 모두 전문 마케팅 대행사가 물어 온 것이 아닙니다. 모두 팬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안서를 들고 이리뛰고 저리뛰어서 어렵게 따낸 은인 같은 스폰서들입니다.(지역후원사 중 코칭스탭이 연결한 곳도 있습니다)

지금도 부천 팬들은 제안서를 들고 사방으로 뛰고 있고, 좋은 회사 다니는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후원요청을 하다가 외판원 취급 당하며 인간관계 전달난 사례도 여럿입니다. 또한 스폰서될 가능성이 있는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접대는 전액 자비로 하고 있고, 이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팬들도 있습니다.

현재 구단 이사진은 주로 부천 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구단에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매년 50만원의 이사회비를 오히려 내고 있고, 축구장 입장도 연간회원권을 내고 합니다. 물품도 모두 구입하며 공짜는 없습니다. 이사진은 대부분 30대 중후반으로 젊은 편이며, 현재 단장대행이신 정해춘님이 최고 연장자이십니다. 만들면 끝일 줄 았았던 경제적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구단은 선수단 운영을 철저하게 선수단에게 맡기고 있으며, 일부 다른 구단처럼 프런트나 이사진이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것이 경기인 출신 축구인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강 이런 분위기를 전하면서.. 몇가지 팬으로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시즌 성적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관중 목표, 스폰서 확보 목표 등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지난해 성적 부진이 스폰서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구단은 풍족한 구단은 아니지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많은 이에게 정말 소중한 구단입니다. 수원삼성, FC서울을 제치고 인터넷 검색 순위(축구단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할 정도로 주목도 높은 구단입니다.

그래서 말씀 드리건대 팬들의 미칠 듯한 바람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잉글랜드의 한 하부리그의 선수들은 경기에서 질 경우 서포터에게 실망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비장하게 경기에 나섰고, 이게 두려움으로까지 번져서 악무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물었다 합니다. 우리가 경제적인 풍요를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열의와 꿈을 공유하겠습니다. 올 시즌 모든 경기,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포터들도 '이 경기 우리가 지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선수들이 하도록 공포스러운 응원(이게 욕설이 아니라 한목소리의 강한 서포팅이라는 건 아시겠지만)을 해야겠죠. 지금 그런 분위기인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승, 우승.. 하면 좋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축구 전문가 아니지만 축구 볼 줄 압니다. 부천 서포터 중에 TV축구 해설가도 있고, 축구칼럼니스트도 있고, 국대 전력이 문제가 될 때 방송에 토론 패널로 나가는 사람도 있고, 축구책 쓴 사람도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그냥 소리만 지르면서 축구 보는 것 아닙니다.

이런 팬들은 0-10으로 져도 선수들이 혼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우뢰같은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승을 거두어도 성의없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실망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팬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또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부담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력이 약한 팀이든 강한 팀이든, 홈이든 원정이든 정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부천에 오실 때 이미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오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초심이 여러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지속됐으면 합니다.

코칭스탭에게도 감히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인천에 외국인 감독이 왔는데 선수들 연습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외국인이라 편견이 없어서 연습 때 잘 하는 선수를 스타팅으로 쓸 것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합니다.

우리 선수들 자원이 올 시즌은 좋은 편입니다. 이 선수들이 정말 잘 하고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나설 수 있도록 잘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천의 감독님은 K3 감독이 아니라 대학, 나아가 K리그 감독급이십니다. 경력이나 실적이 K3에서는 버거울 정도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두루 보시고 정말 편견없이 승리를 위한 운용을 건의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당연히 그럴 것이지만) 현 코칭스탭의 말씀을 반드시 따라 주시고, 사소한 문제들은 밖으로 옮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팬들은 그런 이야기에 상당히 불안해 합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상당히 사소한 것들이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포장이 된 적이 많았습니다. 모든 구단에 다 있는 문제가 마치 우리 구단에만 있는 것으로 포장되는 일도 있었습니다(폭력 문제는 예외로 하구요).

국가대표에도 해외파와 국내파의 대립, 허감독이 편애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등등의 문제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문제없이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제가 다니는 회사도, 만나는 친구들 회사에도 다 크고작은 문제는 있던데..

팬, 구단 프런트, TF, 코칭스탭, 선수.. 모두 앞서 소개한 위대한 부천FC 1995의 구성원이며 가족입니다. 함께 편견없는 사랑으로 똘똘 뭉쳐서 반드시 목표를 이루고 우리 함께 축구판의 전설로 남읍시다. 새로 지급받게 될 유니폼을 잘 뒤져 보시기 바랍니다. 'Come Together Bucheon'이라고 새겼습니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일단 올해의 목표는.. 말했지만 유료평균관중 2,000명, 후원 총액 3억입니다. 선수단 차원에서는 FA컵 진출(작년 목표인데 이보다 낮출 수는 없겠죠)이 아닐까 합니다.

15일 OT 그리고 그 다음주 개막전. 90분 동안 뛰는 서포터를 보게 될 것입니다. 선수 여러분은 그들보다는 더 많이 뛰어줘야 합니다. 이번 시즌 엄청난 기대를 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주어진 시간(기회)이 많지 않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2009년 3월 11일 부천서포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