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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book, movie

2PM 재범, 미국에서 결국 이방인…모국이 안으면 어떨까?

by walk around 2009. 9. 27.

2000년에 출장으로 호주에 간 일이 있습니다. 함께 출장을 간 회사 선배는 그 넓은 호주 땅에서 하필 대학시절 연인을 만났습니다. 하긴 호주는 땅은 넓지만 당시 한국 사람이 사는 곳은 현재보다 더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커뮤니티는 작은 편이었습니다.

한인타운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의 편의점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반가움에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이때 대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나는 호주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닌 것 같아"라는 말이었습니다. 영어도 잘 하고, 한 눈에 보기에도 아름다운 분이 그런 말을 하면서 씁쓸해 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시드니 출장 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한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좀 옛날 사례이기는 한데, 요즘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한인 중에 비슷한 느낌으로 겉도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선배도 미국에 정착을 하려다 이런 겉도는 느낌이 싫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22일 한 일간지에 실린 광고. 2PM 팬들이 게재했다. 팬클럽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관점은 팬클럽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인터넷 세상에 흘린 대화로 비난을 받은 2PM의 재범군은 상당히 미국적인 사고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대한 비난은 이런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 오해도 한 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비난했던 많은 사람들은 재범군을 "미국인"이라고 지칭했지만, 또 실제로 그는 미국인의 사고를 했지만, 그는 진정한 미국인이었을까요? 그가 예전에 한 말대로 "한국에서 돈 벌고 간다"는 식의 태도는 최근에도 유효했을까요?

그는 이방인으로 한국에 와서 아마도 한국에서 '생각보다 다른' 느낌을 받고 점차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겉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멈칫 하는 게 있지만, 여기서는 둘러봐도 다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그는 앙띨레스(남미의 프랑스 식민지)에서 태어났지만 보르도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 그러므로 그는 유럽인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까만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므로 그는 흑인인 것이다. 바로 여기에 갈등이 있다"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내용의 일부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아무런 일 없이 그쪽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 입니다. 프란츠 파농은 계속해서 2PM의 재범군 사태를 염두에 둔 듯한 의견도 내놓습니다.

"바로 여기에 갈등이 있다. 그는 자신의 종족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백인 역시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깨닫게 된다. (중략) 프랑스인들은 그들이 그들 자신의 모습을 본 떠 만든 흑인 역시 거부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관련링크> 프랑스 식민지 출신이 분석한 식민근성

이들 중간자들은 현지에서도 이해를 받지 못하고, 모국에서도 이해를 받지 못합니다. 추성훈의 방황을 보면 얼추 들어 맞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모국은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중간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아량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붕 떠 있는 한인을 이야기하며 흑인을 빗대서 좀 안됐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백인, 흑인 다음에 황인을 놓기도 합니다. 인종 중 가장 열등한 인종으로 보는 것이죠.

뭐 이런 등급은 이 포스팅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구요, 2000년 시드니에서 만난 직장 선배의 옛 여자친구, 2PM의 재범군, 보르도에 거주하는 앙띨레스 출신 흑인 모두 그들의 뿌리가 있는 모국에서 정서적으로 감싸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포용력이 결국 국가 경쟁력이 아닐까요? 요즘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엄청난 위치에 있는 한인이 많습니다. 그들을 외국인으로 던져 놓는 것은 우리에게는 현실적으로도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해관계를 떠나서 뿌리가 같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