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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청소년대표, 8강전의 적은 어수선한 경기장 분위기

by walk around 2009. 10. 6.


금요일 밤 8강전은 아프리카 팀과 경기입니다. 가나, 남아공 중 한팀과 붙게 됩니다(7일 현재 상대는 가나로 결정됐군요). 조별 예선 3경기에서 1실점에 그치며 이탈리아를 대파한 이집트, 우승을 예약한 것 같았던 스페인을 박살낸 이탈리아와 함께 16강에 진출한 파라과이에게 3골을 퍼부은 대표팀에게 상대가 누구냐는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파라과이도 한국과 붙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장에 왔을 것 같습니다.

상대에 대한 전력 분석은 코칭스탭이 많이 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비디오분석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신세대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홍명보 감독이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파라과이와 경기 후 FIFA 홈페이지는 대한민국팀 소식으로 도배가 되었다.
청소년 축구대회를 클릭해도 온통 대한민국팀 소식이다.

개인적으로 이 경기의 최대의 적은 경기장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룬과 경기에서 보았듯이 아프리카 팀을 응원하는 아프리카 관중은 도무지 축구에 집중할 분위기를 주지 않습니다. 뭔가를 두드리고, 흔들고 소리 지르고… 특유의 춤과 노래도 눈과 귀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카메룬과 경기 때 청소년대표가 보여준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후 "열심히, 잘 하고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마지막 패스, 마지막 슈팅 등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집중력 저하로 인한 실수를 연발하면서 결국 패한 것 같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는 절대 제 플레이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선수들을 들뜨게 만들고 집중력을 저하 시킵니다. 내가 지지하는 3부리그 부천FC 1995가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경주시민구단과 경기에서 패한 뒤에 선수들은 "경기장 분위기가 전과 달리 어수선해서 내내 구름 위를 뛰는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어린이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서 경기장은 흡사 장터 분위기였습니다. 평소 경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에서 경기를 한 부천 선수들에게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보도에 따르면 카메룬과 경기 후에 팀의 미드필더 구자철은 "경기 내내 산만했다. 솔직히 의식을 안 하려고 했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집중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그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세계 최강 양궁 국가대표는 관중들의 방해행위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소음 속에서 활을 쏘는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집중력을 흐트릴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죠. 청소년대표는 카메룬 전에서 예방 주사를 맞았습니다. 잘 극복하면 그 다음은 4강이고, 여기서부터는 대역사가 됩니다.

그리고 카메룬에 이어 또 아프리카 팀에게 당하고 짐을 싸는 것은 자존심이 몹시 상하는 일입니다. 현재 전력이면 가나도 나이지리아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