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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서포터 무서워 열심히 뛰는 축구선수들 - 사이타마 방문기 2

by walk around 2010. 1. 15.

몸푸는 시간이 지나고 선수 소개의 시간. 양 서포터는 머플러를 피고, 게이트기를 들었습니다. 게이트기는 말 그대로 게이트처럼 생긴 응원도구입니다. 참고로 예전에 작성한 게이트기 관련 포스팅입니다.

링크 : 게이트 기, 축구클럽의 영광을 표현하는 응원도구

우라와 보이즈는 선수 소개 때 함성이 독특했습니다. “워~ 워!워!워!워!워!워!…”를 계속 하다가 선수 이름 호명하는 순간 함성을 지르는 식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할 게 없습니다. 우라와 센다이 모두 90분 내내 짜증 나는 경기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졸았습니다. 재미 없어도 그렇게 재미없는 축구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선수들이 뛰기는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서포터 응원이 그들이 걷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엄청난 서포팅을 등에 업고 걷는 다는 것은 거의 죄악으로 보였습니다.


브라질 출신 선수를 응원할 때는 브라질 국기가 등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맨 위 사진과 비교해 볼 때, 전혀 보이지 않던 브라질 국기가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나타난다는 점. 평소에는 브라질 국기가 보이지 않는다.

우라와 보이즈는 90분 내내 서포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서포팅을 한다고 해서 경기 상황에 맞에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점은 부천FC 1995 서포터 헤르메스가 확실하게 앞서고있다고 자부합니다.

단지 그들에게 부러운 것은 엄청난 인원을 바탕으로 노래 하나를 20분 이상 돌릴 수 있는 인프라가 된다는 점. 우라와 보이즈는 어쩌다 하나를 시작하면 적어도 5분은 그대로 갔습니다. 5분 내내 엄청난 목소리였습니다.

보라색원 오른쪽은 메인 리딩, 왼쪽은 서브 리딩. 둘 다 경기를 거의 안봅니다. --;
푸른 원은 경찰. 센다이 서포터와 우라와 관중 사이에는 10미터 정도의 안전지대(빈자리)도 있습니다.

탐탐이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수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머플러를 돌리는 사람은 우라와 홈 팬 중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센다이 마찬가지. 깃발을 흔드는 사람은 있었습니다. 작은 깃발을 든 애들은 경기 내내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체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

우라와 보이스의 박수 소리는 귀를 때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경기장은 환호의 도가니.

센다이는 응원을 할 때 리딩이 있고 각 섹터별로 서브 리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리딩들은 경기를 거의 보지않았습니다 -.-; 가무단 리더 수준이었습니다. 응원은 강력한데, 생각은 별로 없는 애들 같았습니다.

우라와는 특별히 리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리딩은 있었습니다. 우라와 리딩은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관중석. 일반 관중석은 가족들이 모여서 마을의 만남의 장이 벌어졌습니다. 아줌마들은 거의 계모임 분위기입니다. 아줌마들은 붉은 옷을 입고,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애를 태우며 관전하고 있었습니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나 비신사적인 플레이가 터지면 욕설이 터져 나오고, 누군가 유머 섞인 욕설이 나오면, 웃음이 터졌습니다. 야유를 할 때 휘파람과 휘슬 소리도 컸다. 학교 체육 선생들이 들고 다는 휘슬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

우라와시의 기념품 매장.

상대 선수 중 마음에 안드는 놈이 있으면 우라와 보이즈는 “헤이! 헤이! (선수 이름) 뻑큐!”라는 구호를 연창했습니다. 이건 시민들도 다 따라했습니다. 온 관중이 다 뻑뀨 날리는 장면은 참 감동적입니다. 심판에게 욕하는 것도 장난 수준을 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 있으면 해당 구단은 징계입니다.

센다이 골킥이 우라와 코너킥으로 판정이 번복됐을 때에는 센다이 서포터가 광분을 했는데, 뛰어 내려올 기세였습니다.

우라와 보이즈의 서포팅의 주도권은 검은 옷을 입은 한 소모임이 잡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 소모임의 머릿수도 제일 많고, 서포팅이 시작되면 굉장한 에너지를 보여줬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펄쩍펄쩍 뛰고 목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에 필적하는 소모임이 약 4, 5개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이들은 응원을 하면서 서로 협조하며 어느 정도 공통되는 공유 의식을 가지고 함께 힘을 합치고 있었습니다.

저도 기념품을 샀습니다.

유심히 보니 사실 우라와 보이즈도 서포터 회원만 따지면 전성기의 부천 헤르메스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골대 뒤에서 그 주위를 감싸고 서포팅을 따라해 주는 일반 관중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우라와와 센다이의 경기는 후반까지 무득점 무승부였는데, 후반 끝나기 10분전 우라와 보이즈는 “이 경기를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작심한 듯 응원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노래를 후반 끝나기 10분전에 시작해, 연장전(당시 J리그 연장전 있고 승부차기는 없음) 시작 전 휴식 타임, 연장 전반, 휴식 타임,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골든골날 때까지 계속 불렀습니다. 꼭 미친 사람들 같았습니다. 마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는 원시인들 분위기.

후반 직전 우라와 선수가 골든골을 넣었습니다. 당연히 경기장은 광란의 도가니로 빠졌습니다. 경기 후 선수들은 서포터에게 인사하기 전에 나머지 3면에 돌아가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인터뷰를 하느라 인사를 못한
선수는 인터뷰 후에 혼자 사방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습니다. 힘겹게 인사하고 라커로 향하기 바쁜 우리나라 축구선수들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링크 : 축구 선수들, 수줍음 털고 팬에게 다가가라

경기 후 우라와 보이즈의 '가타'라는 리더 중 한 명을 만났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라고 묻길래, "경기는 좀 지루한 감이 있었고, 응원은 감동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우리는 센다이와 패싸움 하러 간다”며 “2주 후 한국에서 보자”며 자리를 떳습니다(2주호 만날 약속이 있었습니다). 다른 우라와의 친구가 우라와 시내를 구경시켜 주고 저녁을 같이 먹어줬습니다.

경기장 앞에서 팬들의 마찰이 있었는데, 아이를 안고 가는 센다이 유니폼 입은 젋은 부부를 우라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머리채를 잡아 당기는 것이었습니다. 집단으로 툭툭 시비를 걸다가 센다이 팬들이 조용히 있자, 떠밀어 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는 가타가 머리를 휘날리며 싸우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아마 위협을 하는 수준이겠지만. 아무튼 팬들의 무한 충성과 상대에 적개심에 가까운 배타성이 J리그의 힘이 배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식사 후 도쿄의 호텔로 왔습니다. 거의 파김치였습니다. 호텔에서 TV를 봤습니다. 오늘 경기한 J리그 선수들이 그새 씻고, 옷 갈아입고 TV 스튜디오에 출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서포터들에게 인사드린다"며 공손하게 다시 한 번 인사를 했습니다.

당시 우라와에서는 선수들의 팬에 대한 존경심에 가까운 사랑, “우리가 원하는 건 승리다”라는 것을 응원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는 서포터, 상대를 압박하는 거친 야유, 가족·이웃과 함께 하는 응원 등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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