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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중국에서 확인한 공한증. 생각보다 심각했다

by walk around 2010. 2. 10.

 

 

 

 




중국 창샤(장사)의 허룽스타디움. 5만명이 입장할 수 있는 초대형 경기장.
김은중이 뛰기도 했던 창샤 진더의 홈구장.

창샤는 중국의 남쪽 내륙의 후난성에 있습니다.
비교적 개발이 덜 된 곳이아닐까 싶었는데, 곳곳에 초대형 건물들.
2004년의 모습.




2004년 5월 1일 창샤에서는 아테네올림픽 최종예선이 진행됐다.
이 경기에 대한 현지의 관심은 놀랄만큼 뜨거웠다.
특히 한중축구에는 공한증이라는 게 있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정도.

경기가 시작하려면 한시간 이상 남았지만,
중국국기로 무장한 인파가 경기장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심각한 분위기 와중에 한국 사람을 보고 좋아하는 중국의 여성들.
일행 중에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거나 페이스페인팅을 한 사람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했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여성은 공교롭게도 그 큰 경기장에서 내 앞에 앉았다.
경기에서 중국이 패하자 표정이 완전히 돌변해서 한국 응원단을 흘겨보고 자리를 떴다.




잠시 후 중국 축구국가대표 응원단 치우미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국 응원단에게 돌진했다.
중국 치우미는 과거에도 베이징에서 한국 응원단에게 위협적인 행위를 한 사례가 있다.
다소 위험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자신감이라고 해야하나.
중국이나 일본은 그다지 무섭지가 않은 묘한 느낌이 있다.




치우미의 돌진이 진정되자
한국 응원단 주위를 감싸고 나팔을 불며 노래를 하고, 구호도 외친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공한증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승리에 대한 그들의 뜨겁다 못해 (귀가) 따가운 열망을 보았다.



분위기야 어찌됐든 이제 경기장에 들어가야 할 시간다. 티켓이 큼직하다.
그러고 보니 중국과 경기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은 그 어떤 경기보다 부담이 클 것 같다.

만의 하나 지기라도 하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까?
중국은 공한증이 깨졌다고 환호할 것이고,
한국 팬들은 중국과 경기에서 패한 경기에 출전한 선수 명단을 돌려보며 화를 낼 것 같다. --;



치우미 아저씨들은 벌써 국기를 펼치셨다.
어차피 경기장 들어가려면 다시 접어야 할 텐데. --;
흥분이 상당히 고조되는 느낌.
경기에 대한 긴장감도 더욱 높아졌다.



경기시작. 붉은악마가 머플러를 펼쳤다.
5만대 2백의 응원전.
이런 상황에서는 기를 모은 짧은 구호가 효과가 있다.

합창을 해봤자 선수들에게 전달되지도 않고,
따라서 응원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치우미는 홍염을 터뜨렸다. 함성도 대단.
치우미들은 경기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구호를 외친다. 야유도 상당하다.

가끔 축구장에서 야유에 대해 비판을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외국에서 축구를 볼 때 홈팬의 원정팀에 대한 야유는 일반적이다. 


우리 대표팀은 전세계를 돌며 야유를 당하는데,
우리는 손님이라고 환대만할 필요가 있을지.

 때로는 연습구장도 배정받지 못하고,
때로는 숙소도 요상한 곳에 배정받고..
홈 텃세라는 게 그냥 나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도 축구의 일부다.

관련 링크 : 우리나라 축구장 관중석, 너무 얌전하다


경기 중 소란이 났다.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본다.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조재진, 김동진의 릴레이골로 2대0으로 이겼다.
공한증은 계속되었다.
분노한 중국팬들이 경기장에 오물과 쓰레기통 같은 것을 투척했다. 야유도 엄청나다.

경기 종료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많다.
사실 공한증은 성인남자 국가대표간 경기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에,
올림픽 대표 경기는 약간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축구에서 승리는 절대 선. 이기면 모든 게 풀린다.
선수들이 까마득히 보인다.

선수들은 관중석 꼭대기에 점처럼 위치한 한국 응원단을 향해 인사를 한다.
서로에게 손을 흔들고 승리를 자축한다.
이 경기 승리로 한국은 올림픽 진출권을 확보했다.



경기 후 아까 소란의 원인이 밝혀졌다.
중국 관중석에서 대형 볼트가 날아온 것.
한국 여성이 머리에 맞아 피를 흘렸고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가 항의를 하고 중국협회가 사과를 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그나저나 경기장에 이걸 왜 들고 왔을까요?
경기장에 떨어져 있던 것일까요?



혹시 있을 불상사를 막기 위해 공안이 몰려 왔다.
한국의 승리에 따른 후유증이 컸다.
공한증을 극복하기는 커녕 경기장 주변은 화가난 중국팬들로 가득. 



버스를 타는 곳까지 공안이 깔려 있다.
응원단과 교민 등은 유유히 버스로 이동.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국의 공한증의 깊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오늘 동아시아대회 한중전입니다.
중국의 치우미들이 흥분하고 경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
공한증은 영원했으면 좋겠다.


<관련 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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