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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허정무에게는 기회가 더 필요, 하지만 한가지 원하는 것은…

by walk around 2010. 2. 13.

지난 11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세르비아와 평가전 스타팅이 TV 화면에 떴을 때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골키퍼가 김영광이었습니다. 당시 세르비아와 경기는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경기였습니다. 그 경기를 지지 않으면 한국은 28경기 연속 무패가 됩니다.

28경기 연속 무패를 하면 1978∼1979년 한국이 세웠던 A매치 무패 기록과 동률이 됩니다. 그리고 한 경기만 더 지지 않는다면 최고 신기록을 수립합니다. 또 한경기 이기면 30경기 무패입니다. 단연 아시아 탑클래스입니다.

제가 감독이라면 세르비아와의 경기는 일단 지지 않고 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인 골키퍼를 바꾸었습니다. 모험입니다. 게다가 이 여기에는 박지성, 이영표, 이청용 등 해외파도 모두 있었습니다. 세르비아와 해볼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밖에 스트라이커는 설기현이 선발이었고, 장기간 국가대표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던 김남일도 보였습니다.

이런 진용을 보고 "허 감독이 모든 것을 월드컵에 걸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A매치 최고 연승기록도 분명 영예로운 기록이지만, 그것은 일단 포기하고 본선에서의 최고의 조합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과 실제 감독의 역량 또 실제 성적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일단 드러난 사실과 그에 따른 느낌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지금 인터넷은 온통 허 감독을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일부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도를 넘은 것 같습니다. 저도 선수들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일부 비판은 정도가 조금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세르비아에게 0-1로 졌습니다. 잘 했습니다. 바로 전 덴마크와 경기에서는 0-0으로 비겼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두 경기에는 모두 조용형, 이정수 등 현재 수비수들이 나왔습니다(곽태휘는 없었지만).

지난 중국전에서도 허 감독은 월드컵을 대비한 조합을 찾는데 골몰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중앙 미들 성향의 선수들을 윙으로 빼는 다소 무지막지한 테스트까지 하였습니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이근호, 곽태휘까지 투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무리였습니다.

결국 중국에게도 0-3으로 패했습니다. 32년 공한증이 깨진 아픔이 있었고, 공교롭게도 1978년 아시안게임 이후 대 중국전 27연속 무패(16승 11무) 기록이 깨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허 감독은 두개의 27연속 무패 기록을 깨고 말았군요.

많은 분들이 감독 경질을 이야기하지만, 저는 지금은 그럴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이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아시아 예선을 별 고민없이 통과한 팀의 감독입니다. 예선을 그렇게 통과하고 팀 빌딩 기간에 교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필 두개의 27경기 무패 기록이 깨져서 가슴이 무척쓰리지만…

설날 일본과의 경기가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이 경기 양상이 중국전과 비슷하다면 무게 추가 기울면서, 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엄청 공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일본전 선전을 기원합니다.

저도 어떻게 하다보니 일본과 경기를 현장에서 볼 것 같습니다. 오래 전부터 이번 설연휴 도쿄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한일전과 겹치네요. 미워도 대표팀은 우리 대표팀. 일단 모든 걸 잊고 응원할 생각입니다.

단! 아래 동영상 같은 투쟁심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경기에서는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쟁심마저 보이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유로 2008에서 0-2로 체코에 지던 터키는 '승리의 화신'과 같은 맹렬함으로 후반 막판에 3-2 기적같은 승리를 따냅니다. 축구 하이라이트를 보며 넋이 나가기는 오랜만입니다. 승리에 미친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중국전에서는 위축된 듯한, 소극적인 모습이 더 속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