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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체코 2006

프라하 구시가에서 만난 소나기와 사람들 - 2006 체코 2

by walk around 2010. 3. 1.

관련 게시물 :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고풍스러운 건물의 한국 기업간판 - 2006 체코 1


체코 프라하의 신시가를 벗어나 구시가로 가는 길입니다. 유럽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트램이 여기도 다니는데, 타지는 않았습니다. 걸어가도 크게 먼 거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날씨는 무지하게 맑았습니다. 온도는 섭씨 40도에 육박했습니다. 2006년 유럽의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구시가로 걷는 길에 자주 만나는 돌길. 이런 골목에서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국지풍이 불곤 합니다. 건물도 돌바닥길처럼 고풍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에서 전기조명이 튀어 나와 있는 것이 언바란스하게 느껴집니다.

한 건물에 붙어 있는 쇼팽 부조입니다. 이 건물에 쇼팽이 새겨져 있는 이유가 있을 터인데, 알아오지는 못했습니다. 구시가로 가느라 바쁘기만 했습니다. T.T

구시가의 주요 방문지로 꼽히는 화약탑입니다. 1475년 건축이 됐다고 하니 세월의 중후함이 느껴집니다. 뾰족뾰족한 고딕양식입니다. 성문이면서 대포가 설치되었던 요새라고 합니다. 17세기 초에 연금술사들의 화약창고 겸 연구실로 쓰이면서 화약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군요.

화약탑 근처에 몇 개의 기념품 상점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축구 챔피언스리그를 패러디한 야릇한 이름의 티셔츠도 눈에 보입니다. 이 상점을 모두 다 들르면서 기념품을 몇 개 샀습니다.


하나는 뽀족한 뚜껑이 붙은 맥주잔입니다. 이 녀석은 나중에 암스테르담에서 비행기를 탈 때,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내 반입을 거부 당할뻔한 물건입니다. 돈 주고 산 것을 공항에 헌납할뻔 했습니다.

또 하나는 천문시계 모형입니다. 프라하를 다녀왔다면 왠지 사야할 것 같은 의무감에 집어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구인데요, 'LION ARMON, 1545-1555'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마 이 요란한 투구의 주인이겠죠.

유명한 천문시계입니다. 프라하 구시청사 벽에 걸려 있습니다. 1410년 시계공 미쿨라시(Mikulas of Kadan)와 뒷날 카를 대학의 수학교수가 된 얀 신델(Jan Sindel)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합니다. 그럼에도 하누시(Hanus)라는 사람이 제작자이며, 누군가 하누시의 눈을 멀게 하여 더 이상 똑같은 시계를 제작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러나 사실이 아니랍니다.

유럽의 대부분 명소가 그렇지만, 막상 가보면 별로 볼 게 없습니다. 그 장소나 물건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그곳의 가치를 높이려 애쓰는 모양새입니다. 제 소신이지만, 우리나라 어느 곳인들 그만한 전설은 있을성 싶은 수준의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상 안가보면 두고두고 서운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듭니다. 천문시계가 딱 그런 곳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소 주변에서 스치며 만나는 전세계 관광객들을 만나 잠깐 잠깐 나누는 교감같은 게 묘미라면 묘미 같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적당한 육체적 피로, 다음 코스에 대한 설레임 같은 게 복합적으로 얽혀서 여행의 즐거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래 동영상에 그런 느낌이 좀 묻어날지 모르겠습니다. 천문시계 앞에서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서너시간 전에 그렇게 날씨가 맑았는데. 소나기를 피하는 인파 속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더위도 식히구요.

비가 그친 후 천천히 걸어서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를교(Karluv Most)를 거쳐서 프라하성으로 향했습니다. 동영상 중간에 구시가 광정에서 2006 독일월드컵을 즐기는 장면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