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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Worldcup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될 독일월드컵 스위스전 - 2006 독일월드컵 3

by walk around 2010. 3. 29.


2006년 6월 23일. 독일 하노버.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있었던 곳입니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토고를 상대로 원정 월드컵 첫승을 거두고, 프랑스를 상대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위스전은 해볼만 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으로 치면 같은 조의 그리스 정도의 함량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그리스와 경기 때 독일월드컵 스위스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무지하게 허탈할 것입니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경기가 열리기 전날 밤에 하노버에 도착했을 때, 도시는 스위스 홈 분위기였습니다. 술에 취한 스위스 응원단이 도심을 활보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뭉쳐서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다소 살벌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실제 스위스 응원단에게 폭행을 당한 한국소녀도 있었습니다.

뉴스링크 : '진 것도 억울한데' 붉은 악마, 스위스 팬에 폭행당해

사진은 숙소에서 잠을 자고 길에서 본 버스입니다. '마인츠05'라는 팀과 관련이 있는 버스인 모양입니다.


하노버96의 경기장입니다. 그러고 보니 독일 클럽팀 이름에는 숫자가 애용되고 있네요. 1860뮌헨, 샬케04, 마인츠05, 하노버96 등. 한국에는 부천FC1995가 있습니다. ^^ 경기장은 전용구장이지만 웅장합니다.


한국 응원단이 내 건 걸개입니다. 눈짐작으로 스위스 응원단의 5분1 규모였던 것 같습니다. 스위스 응원단 중에는 앞서 프랑스 응원단처럼 "집에서 차 갖고 왔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걸개도 스위스 쪽 걸개가 훨씬 많았습니다.

당시 부천SK가 제주로 연고를 이전하여 축구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던 시기였기 때문에 '창단! 부천연고구단/세계가 비웃는 연고이전'이라는 걸개가 내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영원한 부천'이라는 걸개가 걸렸습니다.


부천 걸개가 많았습니다. 붉은악마 회원들은 애국가 제창에 사용할 대형 태극기를 손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비로 독일까지 날아와 거친 식사와 숙소를 이용하며 힘겹게 원정에 참여했습니다. 




양팀 선수들이 연습 중입니다. 이때만 해도 스위스전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4년 공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걸 현장에서 보니 허탈하기만 했습니다.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정. 꼬인 경기. 그토록 염원한 원정 16강이라는 목표가 있었는지 모르게 무기력한 모습. 풀리지 않는 공격. 무리해서 멀리까지 가서 볼 경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스위스 선수들과 팬들 때문에 더 화가 났고, 일부 스위스 팬은 한국 팬을 조롱했습니다. 평소 같고 있던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하노버 하늘에 날렸습니다.

한 스위스 남자는 경기 후 울고 있는 한국 여성팬에게 다가가더니 위로를 한다는 듯 얼싸 안으려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파가 엇갈리는 중에 우연히 만난 것이었습니다. 평소 백인이 유색인종 여성에게 호의를 보이면 언제든 통했다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상당히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울고 있던 한국 여성은 그 스위스 남성을 밀치며 "Don't touch!'라고 크게 외쳤고, 주변의 한국 남성들이 그 스위스 남성을 밀어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한국 여성에게 접근하는 스위스 남성을 보았고, 위로를 가장해서 맥주 한잔하고 놀자는 식의 접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국인이 수백명이 북적이는 곳에서. 그게 문화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축구팬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심각하게 경기가 끝난 후 패배한 팀 서포터 한 가운데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서포터라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경기 전 응원을 하는 팬들의 모습입니다. 주로 스위스 팬들입니다. 수가 많으니 소리도 한국팬들보다 웅장했습니다. 하긴 스위스 프로축구의 열기는 상당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서포터간 싸움도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한국 응원단 안에는 터키 응원단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스위스가 아닌 한국을 응원했습니다. 2002월드컵 3,4위 전에서 한국인이 보여준 호의에 감사하는 의미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독일에는 터키 이민자가 많아서 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스위스 국가와 애국가가 연주되는 모습입니다. 당시 선수소개나 모든 것이 스위스 홈 분위기였습니다. 경기 중, 그리고 경기 후 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카메라도 캠코더도 더 이상 들지 않았습니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등을 잠시 거치며 귀국 했지만, 사진도 찍지 않을 정도로 패닉상태였습니다. 집에 가고만 싶었습니다. 무리하게 쇼핑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아공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국내 각급리그도 발전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경기 준비 중인 한국 대표팀입니다. 이때만 해도 경기에 대한 희망이 있었는데…


한국의 승리 기원했던 라이프찌히의 미녀들 - 2006 독일월드컵 1
한국과 무승부 프랑스팬들 "결승에서 만나자" - 2006 독일월드컵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