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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부천FC와 서유, 전형적인 순망치한의 관계

by walk around 2009. 6. 8.


춘추전국시대에 서로 아옹다옹하며 이웃해 있던 두 나라, 괵나라와 우나라가 있었다. 한번은 진나라가 우나라에게 "괵나라를 치러가는 길을 내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우나라 궁지기라는 인물이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이나 다름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옛 속담에 수레의 짐받이 판자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다"고도 말했다. 진나라에게 길을 빌려주면 안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우왕은 뇌물을 받고 진에게 길을 내주었고, 진은 괵을 멸하고, 집에 가는 길에 우도 멸해버렸다.

(사진설명) 지난해 6월 양팀의 경기. 잠실종합운동장

K3리그 부천FC 1995와 서울유나이티드도 입술이 업으면 이가 시린 괵과 우의 관계, 순망치한의 관계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지난 6월 6일 효창구장에서 진행된 다음 K3리그 13라운드 경기를 볼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경기는 양팀 모두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다. 부천은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 리그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고, 서유는 이 경기를 이겨야 중위권을 벗어나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서유 입장에서는 K3 터줏대감으로서의 텃세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중에 양팀 서포터들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 받는 신경전을 벌였고, 경기 후에도 몇몇이 큰 소리를 주고 받았다. 하위리그치고는 꽤 열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연출된 셈이다. 일부 양팀 팬들은 서로를 비하하기도 하고, 유난히 공격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런 공격적인 구도는, 뭐 좋다. 혼자 벽에 대고 응원하다가 같이 싸울 상대를 만난 느낌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부천도 아줌마·아저씨팬을 상대로 응원을 하다가 서포터를 상대로 응원을 하는 것이 긴장 속의 즐거움이다.

현재 K3리그에서 부천과 서유는 서로를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없으면 심심해지는 관계다. 두팀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심심해지는 것을 떠나 상대팀에게, 그리고 리그 전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다.

반면에 두 팀모두 생존하면서 현재와 같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구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양 구단이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모든 업종에는 라이벌 업체들이 있기 마련. 부천을 어떤 기업이 후원한다면, 그 기업의 라이벌 기업은 대항마로 서유에 접근할 수도 있다.

또 나름 인기구단인 양팀이 번갈아 가면서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되면서 리그 홍보와 각 팀의 인지도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양팀은 서로를 더욱 누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될 것이다.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토트넘과 아스날이 친해서 리그 흥행에 기여하는 것 아니니까. 하지만 시간이 꽤 흐른 후에 요즘 분위기를 추억할 것 같다. 반드시 상위리그에서 K3시절을 되돌아 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