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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taste

내 생애 첫 스파게티 만들기

by walk around 2010. 4. 19.


'할인상품'이라는 스티커가 유난히 크게 보이네요. --; 8천원대 한우가 저녁 늦게 가니까 50% 할인. 덕분에 해물스파게티였던 목표 메뉴가 졸지에 소고기 스파게티로 급변경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서 스파게티를 만든 몇몇 고수의 블로그를 오픈 시켜 놓고, 주방과 컴퓨터를 오가며 요리를 시작. 하긴 뭐 요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약간 복잡한 라면 끓이는 정도?

제가 스파게티 만들려는 작정을 하게만든 2개의 포스팅입니다. 뭐 아래 포스팅들처럼 제대로 했다는 소리는 아니구요. 그냥 나도 스파게티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뭐 그런…

파스타,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맛을 내는 간단한 팁들
완전 진하고 고소한 토마토 크림소스 파스타


이게 하다보니까 원래 파스타와 소스 그리고 고기만 좀 넣고 대충 먹으려 했는데, 욕심이 생기더군요. 냉장고를 급 뒤져서 이 놈들을 찾아냈습니다. 잠시 두부도 넣을까 고민했다는..

이런 거 찾으면서 집에 있는 김치냉장고 처음으로 뚜껑 열어봤습니다. 김치냉장고에는 김치만 있는 게 아니더군요. 식혜도 보였습니다. 난 식혜 먹은 적이 없는데, 누가 먹고 있던 건지 --;;


이걸로 되겠어? 라며 대강 한주먹 잡아서 삶기 시작. 나중에 이게 대책없이 양이 늘어나서 먹으면서 배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분명히 포장에는 5인분이라고 해서 5분의 1을 1인분으로 생각했는데, 양이 엄청난 사람들의 5인분인 것 같습니다.

약간 파스타가 꼬들한 게 좋아서 시간을 맞추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소 푹 삶아졌다는. 포장에는 9분 삶으라고 되어 있는데, 나중에 팬에 데울 걸 생각하면 6분이면 되지 않을까?


이 정도 시점에서 약간 정신적 패닉상태가 오기 시작. 고기는 어디서 볶아야할지, 야채는 볶아서 넣을지 아님 그냥 넣을지, 팬에 파스타를 넣고 보니. 악! 아침에 생선 구웠던 팬! 거기다 사진 찍어야지. 블로그 가서 만드는 법 읽어야지. 머리통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냄비에 야채를 볶고, 파스타에서는 생선냄새가 나기 시작. T.T .. 게다가 불어난 면의 양을 팬이 감당을 못하는 상황. 미리 익힌 고기는 바싹 익어서 왜 먼저 익혔는지 이유를 모르는 상태 --; 불어난 파스타는 우리 가족 3인분이 아니라 5명이 먹어도 남을 기세.

이 시점에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소스, 볶은 고기와 야채를 파스타에 넣고 그냥 비비는 겁니다. 마치 짜빠게티 막판에 승부낼 때처럼.. T.T


내 사진기는 왜 접사가 안되는지. 이게 그나마 상태가 좋네요. 맛은 후진 데서 먹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우려했던 생선 냄새는 토마토소스가 눌렀습니다. --;  그런데 우리 집에 성인용 포크는 없더군요. 생전 집에서 포크 쓸 일이 있어야지.. 젓가락으로 때웠습니다.

딱 이번에 한것만큼 재료가 남았는데요, 다음주 주말에 다시 도전할 예정입니다. 그때는 사정이 있어서 집에 혼자 있는데, 친구들 불러다가 이것저것 해먹고, 밤새 수다나 떨 예정입니다.(저는 남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