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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부천FC 서포터즈, 자존심 강했던 초심 잊었나!

by walk around 2010. 5. 16.


우라와 레즈는 역사가 화려한 팀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적만 두고 보면 별거 아닌 팀입니다. 우라와 레즈의 화려함 뒤의 무언가를 설명하는 글이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링크 : J리그, 우라와 레즈에 대한 환상과...진실...ACL

이런 지적을 상당 부분 인정해도 관중은 3만 이상이고, 원정 서포터는 대체로 대규모이며, 지역연고에 힘쓰고, 팬을 위한 마케팅에 열중한다는 것은 사실 같습니다.

한 지인이 "우라와 레즈가 2부리그에 있을 때, 당시 리그 팀 중에는 서포터 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곳이 있었다. 홈경기 때 서포터가 따라오지 않는 팀도 있었"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K3의 부천 서포터 상황과 좀 비슷하네요.

"우라와 서포터는 매 경기 대규모 원정단이 떠났고,  상대 서포터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생결단 응원을 했다"


2002년 사이타마에 우라와 레즈의 경기 관전을 위해 찾았을 때 모습

이런 우라와 서포터의 모습이 J2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실제 우라와는 J2로 떨어졌을 때 관중이 늘기도 했습니다. 팬의 활동은 팬의 증가라는 선순환을 이뤄냈습니다. 하긴 이들은 심지어 K리그에도 충격을 주었습니다.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링크 : 우라와 방한, K리그에 신선한 자극
링크 : 우라와레즈의 힘은?

이들이 J2 시절 원정을 다니며 '축구문화 불모지'에서 맥없는 응원을 한 것은, 스스로 '선구자'라는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2년 부천을 두번째 찾았던 우라와 보이즈 카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우리팀과 우리 서포터즈에 대한 Pride를 갖고 있다. (중간에 가시마 서포터즈에 대한 칭찬. 당시 가시마 잘 나가던 시절) 가시마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분위기.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는 일관성.

한때 헤르메스 게시판은 자부심과 우월감으로 넘쳤습니다. 우리는 지옥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입니다.
서포터 세계에서 많은 것을 최초로 해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약해졌습니다. 어떤 원정에서는 야유회 분위기도 납니다. 다른 사람이 그런 게 아니라 일단 저도 그랬습니다.
최근 블로그 정리를 위해 하드를 뒤지면서,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고 반성 중입니다.

할 수 없이 빠질 때가 있겠지만, 관중석에 서면 목동처럼 할 생각입니다. 그게 본연의 모습이었고, 우리를 우리로 만든 초심이었다 생각합니다.

우라와 보이즈와 헤르메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배타적인 강력한 사랑'의 정도와 함께 '초심'의 존재여부라고 생각합니다. 부천서포터즈는 유약하게 변했습니다.

상대가 서포터가 있던 없던, 경기장이 스타디움이던 대학교 운동장이던 그것은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부천이 그럴듯한 전용구장에서 경기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분데스리가 중계보며 입김 불어가며 머플러 감고, 빵모자 쓴 노부부 서포터를 보며 저렇게 살자 했는데,  그것도 결국 팀이 있어야 하는 것 입니다.

사실 모범 사례로 우라와 레즈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 서글픈 일입니다. 모기업 미쯔비시는 일제시대 한인 강제 노역시킨 기업이 아닙니까? 아직 사과도 배상도 없습니다.

부천이 ACL에 나갔다면 우리 스타디움에는 "강제노역 제국주의 구단 미쯔비시FC는 꺼져라"는 걸개가 걸렸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