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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우라와레즈 서포터와 부천FC 서포터의 2002년 만남

by walk around 2010. 5. 18.

→ 우라와보이즈 대표 가타(좌), 헤르메스 대표 이희천(우). 2002년 5월.

부천FC 서포터즈 헤르메스와 교류관계에 있는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드(이하 우라와레즈) 서포터모임 '우라와 보이즈(Urawa Boys)'의 대표 '가타'가 2002년 5월29일 한국을 방문해 헤르메스 대표 이희천님과 약 4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당시 만남은 약1년만이었습니다. 1년 전에는 가타 외에 아비스파 후쿠오카 등 J리그 서포터 대표 10명 정도가 함께 왔습니다. 우라와레즈 서포터와 헤르메스(이희천, 신동민)는 사전에 미팅을 하기로 했었는데, 국내 축구관련 행사 때문에 왔던 다른 구단 서포터들도 따라왔습니다.

명동의 한 삽겹살 집에서 만났는데, 10여명의 청년들이 무지하게 먹어대는 바람에 출혈이 엄청났습니다. 특이한 점은 삽겹살과 제육볶음을 함께 주문해 먹었다는 점입니다.

2001년 만남에는 우라와보이즈와 헤르메스의 '걸개교환', '배너교환', '응원가 교환' 등의 협력방법과 아시아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서포터 문화의 방향성에 대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결론을 내린 것은 없었고, 이야기한 내용을 각자 모임으로 들고가서 의견들을 구한 후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2002년 가타가 헤르메스를 다시 찾았을 때, 2001년과 달리 속 깊은 대화가 많이 오갔습니다. 서포터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HERMES와 URAWA BOYS의 서포터즈는 너무나도 같은 컨셉과 사상들을 갖고 있다. 서포터즈라는 Pride에 대해 다시한번 우리를 비춰보았으면 한다"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농담을 하며 일년만에 길어진 머리를 화제 삼아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먼저 싸움에 대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2002년 5월 1일, 부천과 성남 경기 후에 헤르메스와 성남 선수단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당시 샤샤와 한 헤르메스 회원의 몸싸움에서 시작한 싸움은 헤르메스와 성남팬의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성남 팬 한명이 병원에 입원을 하였고, 덕분에 문제가 좀 복잡하게 꼬이던 시기였습니다.

아래 이야기는 당시 이야기 녹취입니다. 번역문제로 어휘가 좀 거친 면이 있습니다. 지금보면 몇가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들이 있습니다. 경기장에서의 욕설이 대표적입니다. 지금은 욕설이 '야유'로 대체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욕설을 하려면 욕설이 관중의 웅성거림에 뭍여버리는 2만 이상의 관중일 때 부분적으로 이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 한가지 가타의 말과 현실이 약간 다른 점은 우라와레즈 서포터는 폭력적이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한 우라와 서포터는 상대팀 유니폼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 안은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서 넘어뜨리고 욕을 할 정도로 필요이상 과격한 집단이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방침을 따르지 않는 일부 어긋한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가타 : 서포터간 싸움은 J리그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새로운 성장을 하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어린애들이 성장하며, 아프기도 하고, 싸우고 건강하게 자라는것 처럼... 유럽 등에서도 경기장 주변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들이 반성하는 경우가 많다.

다툼이 자신의 클럽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조직적인 싸움을 하는 홀리건이 아닌 이상, 기준이 있고 생각이 있는 마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이다. 어쩔수 없이 자제하지 못할 경우도 분명 생긴다. 축구는 마약같이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 때가 있다.

희천 : 같은 생각이다. 우리의 이번 일에 대해서는 무척 유감스럽고 죄송스럽지만, 일단 한국의 취약한 경기장 안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프로야구를 봐도 알겠지만, 많은 경기에서 팬들간의 무수한 싸움을 거치면서 관중문화가 성숙된 면이 있다. 

약간의 지역감정이 프로스포츠엔 분명 필요하고, 구단과 경기장은 안전 책임에 대해 좀 더 신경 쓴다면 좋은 관람도 가능하리라 본다.

가타 : 얼마전 사이타마 홈경기 개막에서 패한적이 있다. 그날 6만명의 관중들이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냈고, 서포터즈들이 출입구에서 우라와 선수 대표를 불러 사과를 받았냈다. 생각없이 한일이 아니다. 우린 선수들이 좀더 화이팅 할수 있도록 야유를 하고 욕설을 퍼붓는다. 한국의 축구의 투지를 우리 선수들이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이 프로이기 앞서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과 야유를 병행해야 한다.

희천 : 작년에 우리 역시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냈다. 우리가 선수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런 표현을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갔을 것이다. 선수들이 오해를 했겠지만 분명한 건 우린 너무나도 선수들을 사랑한다. 어머니가 눈물을 머금고 자식을 때리듯, 우린 가슴아픈 매질을 한것이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나약해지지 않도록 우리의 표현은 계속 될것이다.

가타 : 우린 우리팀과 우리 서포터즈에 대한 Pride를 갖고 있다. (중간에 가시마 서포터즈에 대한 칭찬을 했다) 가시마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한다. 우린 3,400여개의 소모임으로 이루어져 있고, J-리그에서 가장 높은 관중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응원장비 역시 모두가 개개인이 직접 경기때 집에서 갖고온다.

통천과 깃발 깃대 등 응원도구도 순수하게 갹출하여 제작하고, 이것이 응원장비를 사랑할 수 있고 팀에 대한 애정로 바뀌게 되었다. 타 서포터즈처럼 구단 혹은 기업에서 지원을 받는다면 장비에 대한 애정도 없어 진다. 분명한건 우리는 우리팀에 대한 Pride를 갖도록 먼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이것이 서포팅에 표현이 된다.

희천 : 아직까지(2002년)는 K리그에는 왜 서포팅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가끔 선수가 나올때면 우뢰와 같은 여자들의 목소리 "깍~~" 소리가 나는데, 축구장인지 콘서트장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얼마 후 그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모습과 늘지 않는 관중들의 모습을 보면 팀에 대한 Pride 보다는 선수에 대한 사랑 표현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우리가 가져야 할것은 팀에 대한 충성도 이다. 왜 팀을 사랑해야 되는가.. Pride를 왜 가져야 되는가.. 왜 과격해야 한는가.. 이유를 분명히 가져야 한다. 그건 팀을 사랑할때 자연스럽게 깨우쳐 진다. 이유없는 과격은 필요치 않다.

가타 : 얼마전 우라와레즈 구단에 잉글랜드 문화원 대표가 2002월드컵 잉글랜드 경기 시(사이타마) 우라와 레즈의 서포터들이 참여해 주길 바랬다. 우리의 답은 이랬다. "우리가 왜 남의 나라 경기에 남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해줘야 하나?.. 우리는 응원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리고 프랑스 월드컵에 갔을때 프랑스 국민들이 외국팀을 응원하는 것을 보았는가..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우린 자존심이 있다. 남의 나라 경기 따라다니며 서포팅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흥분했음)

희천 : 우리나라는 외국팀을 응원하는 시민서포터즈가 있다. 사실 그들은 진정한 서포터는 아니었고 자원봉사자 개념이다. 왜 대신 서포팅을 해주어야 하는가는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가타 : J-리그에서 우라와 레즈 서포터즈가 가장 과격하다고 한다. 그것은 필요한 조치이다.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며, 이것이 바로 경기 승패와 직결될 때가 많다. 내가 다닌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리그 경기장을 갔을때 우리의 모습이 순수하게 보일 때가 많았다. 경기장은 전쟁터와 같았다.

남미에 있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도 얼마나 과격한지 쉽게 들을 수 있다. 욕설과 과격은 서포팅의 중요한 기물이 될 수가 있다. 다만, 폭력은 안된다. 그만큼 서포터즈는 절제 할지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희천 : 같은 생각이다. K-리그도 우리같은 과격한 모임이 있다. 얼마전 전북 원정 경기 때, 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욕설이 난무하는 서포터들이라는 표현을 보고 의외로 되묻고 싶었다. 경기장에서 박수만 치고 노래 부르는 성가대가 프로축구장에 필요한것인가!

폭력은 절대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경기장 내의 과격은 분명 필요하다.한국 대표선수들이 유럽에서 경기를 치를때 야유만 받아도, 흥분하고 골 에어리어만 가도 흥분으로 경기를 패할 때가 많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지만, 우린 경기장 외부를 지휘하는 사람들이다.

작전에 "심리전"은 분명 필요하다. 상대 선수가 우리의 욕설로 경기를 패한다면 그것 만큼 좋은 작전과 선수는 없다. 그만큼 우리 나라 선수들이 야유에 약하고 심리전에 약하다는 결과이다. 큰 대회 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결과 중 하나가 이런 이유라고 생각된다.

야유와 폭언에 능숙하지 못해 국가대표 성적이 좋지 못하다면 우리의 책임도 있다.

가타 : Pride가 중요하다. 우리가 얘기하는 Pride는 우라와 레즈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관중들이 서포터화가 되었으면 한다. HERMES CD의 문구인 "OUR PRIDE OF REDS"의 'OUR'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우리 역시 올해 슬로건에 "모두가 한마음"이라는 표현을 위해 'OUR'를 쓴다. 물론 구단에서 지정했지만, 이것 마저 같다는 생각이 드니 참 재미있다. 일본에선 URAWA REDS가, 한국에선 HERMES가 같은 색깔과 컨셉으로 최고의 서포터가 되길 바란다.

희천 : Pride는 소속감이다. 우리 서포터즈 만큼 소속감을 뚜렷이 느끼는 곳도 드물다. 벌써 소모임에서 응원장비를 집에 두고 관리를 하고, 부천이라는 단어에 맥박이 뛰는걸 느끼는 친구들이 많다. 이번 CD 제작때도 한겨울에 그 추위에도 짜장면 하나로 견뎌가며, 제작하는걸 보고, 한편으론 가슴아프지만 우리의 끈끈함을 느꼈다. 이것이 Pride라 생각한다.

2002년 당시의 서포터 문화에 대한 양측의 고민과 우호적인 모습이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면 약간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 발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2002년 9월 다시 헤르메스와 우라와 보이즈가 사이타마에서 만났습니다(신동민).  3번째 만남이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한때 한국으로 신사유람을 왔던 우라와 보이즈는 걷잡을 수 없이 성장했고, 겸손하던 모습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우월감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덕분에 더 이상 "협력"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얼마전 K리그의 한 서포터즈가 우라와 서포터즈와의 교류를 검토할 때 오히려 싫은 소리를 들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제안은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금 한국의 어떤 모임이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은 모양이 심하게 빠지는 행위입니다.

축구 서포터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사회를 위해 순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틀과 흐름을 어떻게 잡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본 게시물은 2002년 6월 13일 부천서포터즈 헤르메스 홈페이지 게시판 이희천님 게시물 수정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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