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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내 유골을 부천종합운동장에 뿌려달라"

by walk around 2010. 6. 25.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아니면 적어도 유골의 일부를) 부천종합운동장에 뿌려달라."

아마 부천서포터 중 여럿은 이런 말을 가족들에게 해놓았을 것이다. 나도 이야기를 해놓았다. 다른 팀 서포터들 중에도 있을 것이다. "죽어서는 우리 클럽을 지키는 귀신이 되겠다"는, 한없는 애정은 어디서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체는 있다.

나는 시즌 중간에 죽고 싶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죽고 나서 하이버리 경기장에 뼈를 묻고 싶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하지만 여기에는 규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구단에다 남편의 유골을 그라운드에 뿌려도 되냐는 문의를 하는 미망인들이 하도 많다보니, 잔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 대서양 바닷물이나 어느 깊은 산속에 버려지기보다는, 이스트 스탠드에 뼈를 묻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Fever Pitch>의 닉 혼비의 의견이다. 그 역시 아스날 홈구장에 유골이 뿌려지기를 바라고 있다.

언젠가 국가대표 경기를 하는 우리나라 축구장에서 "내가 죽거든 축구장에 묻어주오"라는 걸개를 본 일이 있다. 그러고보면 축구는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그 이상의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벌써 7~8년 정도 된 것 같다. 기르던 새가 죽었다. 이름은 배키. 귀염을 떨던 놈이 어느 날인가부터 앓더니 결국 마지막으로 천사의 소리로 노래를 하더니 죽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야밤에 배키를 들고 나와서 부천종합운동장으로 가서 얼어붙은 땅을 씩씩거리면서 파서 배키를 묻었다. 그래야 시즌 중에는 적어도 2주에 한번은 배키에게 문안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배키가 부천FC(당시는 부천SK)를 지켜주는 귀신이 되기를 바랬다.

닉 혼비는 시즌 중에 죽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경기 후 길에서 죽고는 괴짜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내 경우는 부천FC가 K리그로 돌아가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다. 그리고 에지간하면 부천FC와 함께 아시아를 제패하고, 세계클럽챔피언십을 통해 세계 정복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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