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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 story

2007년 2월, 팀 창단 작업 진행 중 서포터와 대화

by walk around 2011. 12. 4.

부천FC 1995 창단 작업을 자료와 기록으로 정리하며 지금까지 대행사 선정과정에서의 좌절 내지는 아픔과 지자체와의 엇박자 등을 다루었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정리를 하다보니 한참 진도를 나가다가 "앗! 그 이야기를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도 2007년 11월 1일 부천시와의 연고지 협약식까지 진도가 나가고 보니 이전에 있었던 이야기 중 빠뜨린 것이 좀 있다.

여기서 잠시 시계를 2007년 2월로 돌려서 몇 가지 이야기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그 시점에는 축구단 창단을 위한 시민모임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는 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시의 각종 단체를 하나로 엮어내는 시점이었고, 그것이 의외로 매우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당시, 2007년 2월 27일 부천서포터 헤르메스 게시판에 게시된 글을 소개한다.



잘들 지내십니까..

현재 창단 작업은 1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약간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 많은 분들이 힘을 합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부천시에 대한 대표성을 확보하는 시민모임과 후원회 조직도 마무리 단계에 있고, 시의 협조와 스폰서 영입이 남았습니다. 이 문제만 해결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구단법인 설립, 그리고 이어지는 선수영입 소식을 들으며 즐거운 논쟁을 벌일 수 있겠죠. 뭐 저런 애를 뽑았냐, 우리 돈 좀 더 없냐.. 등등 ^^

잘 아시다시피 스폰서 영입문제는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서포터처럼 회원 중에 부자가 많으면 십시일반으로 걷어서 요코하마FC같은 팀을 후딱 만들겠지만, 저도 그렇고 우리 서포터에는 그런 재력을 가진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스폰서 영입은 팀 창단 작업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시민모임 구축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습니다. 부천이라는 지역에도 축구와 관련해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있고, 서로 절대 어울리지 않는 분들이 존재하더군요. 우리 서포터도 크게는 둘로 찢어 졌듯, 부천 축구판도 그랬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지역에 그렇게 융화될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인지 씁쓸했습니다. 

현재는 서포터도 모두 힘을 합치고 있고, 시민모임에도 대부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이런 문제들을 1년 동안 풀고 있었다고 하면 마음은 좀 편할 것입니다.

특히 부천 축구계 섭외 과정에서 최근 창단 작업에 참여해 시민모임의 위원장이 되신 곽성호님과 회원 중 박기택, 이광열님 등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제 현안은 스폰서 영입인데요, 다행스럽게도 한두 군데에서 구두로 '어디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현재 시민모임은 이들 스폰서 후보들에게 제공할 제안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에는 서포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시민모임 게시판의 공지를 참고해 주시고 많은 아이디어를 주시기 바랍니다. 팀은 특정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우리가 팀이 창단되기를 원했지만 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K3팀 창단을 추진하는 몇몇 서포터들은 월 수입의 10~20%를 일괄적으로 내놓기도 합니다. 모든 생업을 포기하고 그쪽으로 뛰어든 사람도 몇 있습니다. 우리 중에 그만한 열정과 희생을 감수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목숨을 걸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누구도 목숨을 걸지 않았고, 가슴 아파 죽을 듯 이야기 하지만, 누구도 피를 토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힘을 내봅시다. 일단은 시민모임 게시판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스폰서 후보들이 그 홈페이지를 소개받고 하나 둘 들어와서 볼 것입니다.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폰서 작업이 가시화될 경우 대한 우호적인 입장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질 서포터들은 수십km를 가서라도 자신의 팀을 후원하는 석유회사의 기름을 넣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종합운동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한번도 가보지도 않았던 부천과 인연을 맺고, 인근지역에 이사오는 등 부천이라는 곳에 정을 쏟으며 지낸지 이제 13년이 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창단작업이 수포로 돌아가면, 그냥 지켜보는 사람이 될 생각입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진행 중입니다. 시민모임 공지에도 썼지만, 창단을 원하는 만큼 게시판에 의견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PS/ 부산원정에서 사고가 나면 스폰서 영입 등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 통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열정과 바람을 보여주면서도 사고없는 원정을 기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휴일 내내 창단관련 회의와 문서 작업을 할 것 같습니다. 잘들 다녀오시길... 

글 내용 중 "피를 토하지 않았습니다" 등 운운한 것은 당시 팬들의 참여가 다소 부족했다고 느껴서 실망한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이었다. 많은 팬들이 "부천SK 연고지 이전 이후 피눈물을 흘렸다"고 말했지만, 그런 살벌한 표현에 걸맞는참여를 몸소 보여준 삶은 소수에 불과했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 학업문제가 있었겠으나 하루 5분이면 되는 게시판 글쓰기 등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매번 보이는 이름들 뿐이었다. 그래도 부천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였지 다른 지역이었다면 참여도는 더욱 적었을 것이다. 또 이후 창단 과정에서 설명회, 창단식 등에 보여준 팬의 열기는 K리그 이상이었다. 역시 부천서포터는 '썩어도 준치'였다.  
 
창단 작업이 진행되면 K리그, 내셔널리그 팀이 아닌 K3로 가닥이 잡히면서 걱정거리가 생겼다. 과연 팬들이 K3를 받아들일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