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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 story

부천FC 서포터 헤르메스 "3부리그면 어떠냐. 우리팀이면 된다"

by walk around 2011. 12. 4.

부천FC 1995 창단 작업을 진행하면서 막판에 창단TF에게 부담이 된 것은 "팬들이 내셔널리그(2부)도 아닌 3부리그 팀을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었다. 팀이 없다보니 3부리그 팀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팀이 만들어 지면 그 초라함에 다시 좌절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이제 원정을 가도 상대는 서포터가 없을 것이고,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경기는 있을 수 없었다. 경기 중에 트랙에는 주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을 수 있고,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 구장에서 경기를 할 수도 있고, 관중석조차 없을 수 있다.

이 때문에 K리그를 호령하던 부천FC의 서포터들이 경기장에 와서 "고작 이딴 구단을 만드었다말이냐"며 실망할까 걱정이었다. 더 팀 창단을 진행하기 전에 K3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리는 글을 정리해서 팬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2007년 6월 15일에 부천서포터 헤르메스 게시판에 게시된 글이다.

시민모임에서 팬과 함께 팀을 만들기 시작한지도 꽤 되었군요. 그간 상처도 많이 받고 한계 속에서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은 여러분께서 지켜보신 바와 같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시민모임은 K3리그를 목표로 작업을 하고있습니다. N리그를 염두에 뒀지만 최소 15억원이라는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K3리그는 1억원이면 일단 배를 띄울 수는 있어서 목표를 낮추었는데, 문제는 함께 고생한 서포터 등 팬들의 상실감입니다. 우리가 명색이 1부리그 팀의 서포터였는데, 우리가 무슨 죄를 졌다고 3부리그 팀을 응원해야하는지 가슴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아직 K3팀도 준비되지 않았지만, 막상 리그를 시작하면 그 초라함에 정이 뚝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

정말 이런 K3리그팀을 만드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외부적인 요인으로 1부나 2부리그 팀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려야 할까요?

한번 솔직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누구 눈치도 보지말고 개인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그 의견을 존중해 줍시다. 의견이 다른다고 적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일단 현재 상황은...

- 올해 안에 K3 가입에 실패하면 내년에는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가입대기 중인 팀이 10곳이라고 합니다. 내년이후에는 신설될 K4에 들어가야 합니다.

- 사실 지금 K1이나 K2급 팀을 만들어도 자리가 없어서 K3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어쩌면 유일한 방법은 연고지 이전해서 팀을 끌어오는 겁니다. --; 아직 지역 연고의식이 희박하고 서포터가 없는 N리그 팀을 모시고 오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나....

- K3팀이라도, 동네 아저씨가 뛰는 팀이라도 만들어진다면 우리팀이다라는 의식이 있다면 의외로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조만간 과거 부천팀 선수들과 접촉할 예정이며, 최소 2~3명 정도는 과거 부천 소속 선수들로 엔트리를 채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정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K3든, K4든 우리팀이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맞는지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습니다. 

서유도 K3팀이 만들어지자 소수 서포터가 "우리가 K3 가려고 그 고생을 했느냐"는 반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만들고자 하는 팀은 우리 모두의 팀이며, 만드는 과정에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팀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다른 도시의 예에서 보듯 지역 축구팬의 중심인 서포터가 갈라지면 팀을 만드는 작업은 최소 3년 이상 미뤄질 정도의 문제가 생깁니다. 안양의 한 친구는 "부천 서포터는 절대 갈라지지 말라. 안양은 분열되어 힘들다"는 말을 몇번이나 강조했습니다. 

신나게 한번 떠들어 봅시다. 참고로 K3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사이트의 주소입니다.

http://justfootball.co.kr/k3/k3.html (지금은 이 사이트가 사라졌습니다)

이 게시글에 대해 부천서포터의 반응은 역시 최고의 서포터다웠다. 최고의 축구가 아니라 우리의 축구를 원한다는 점,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운영하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우리의 팀이 하는 축구를 원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래가 부천서포터의 '위대한 반응'이다.

 

 
덕분에 창단 TF는 마음의 짐을 덜었다. 이제 K3이건 뭐건 최선을 다해 만들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2007년 10월 경으로 돌아간다. 스포츠토토와 SK에너지가 스폰서로 확정이 됐고, 용품 후원사를 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다행히 용품 후원사는 어렵지 않게 정해졌다. 업체는 키카(KIKA)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