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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stop smoking

휴가는 금연의 적. 한가롭게 앉아 "한 대 피워 봤으면"

by walk around 2009. 9. 2.


8월 마지막 주에 늦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해변에 앉아서 오랜만에 완벽한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때 옆 방갈로에서 담배 연기가 바람을 타고 넘어 왔습니다. 아…

저런 의자에 앉아 옆서 같은 경치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며 담배를 피며 잡담을 한다면, 아니면 책이라도 읽으며 종이 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인 와중에 앉아 있다면… 유혹은 참 달콤합니다.

바닷가의 담배는 유난히 더 구수한지. 이런 완벽한 휴가에 담배가 있다면 어떨까? 마치 실제 담배를 피는 듯. 지릿지릿 느낌 조건반사로 옵니다. 20년 가까운 흡연 덕에 피우지 않아도 대충 그 느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내가 담배를 왜 끊었는지를 애써서 생각해 냈습니다. 담배 피던 시절, 비행기 탑승, 길어지는 회의, 금연건물 체류 등 각종 이유로 담배를 피울 수 없을 때의 고통이 짜증처럼 밀려왔습니다.

이런 두 생각이 머릿 속에서 싸웠고 금연 110일을 넘긴 마당에 금단현상이 밀려 왔습니다. 급기야 그날 밤에는 침대에 걸터 앉아 담배를 피우는 꿈을 꾸었습니다. 웃기는 건 담배 근처도 못가는 와이프도 꿈 속에서 같이 담배를 피웠다는 점이죠.

꿈 속 흡연은 뒤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벌써 여러번 반복된 꿈 속 흡연인데 이번에는 유난히 끝 맛이 쓰고 목이 칼칼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꿈 속에서 "아, 괜히 피웠다. 이제 다시 금연!"이라고 되뇌었습니다.

금연 석달을 넘기면 사라질 것 같던 금단현상은 100일이 넘어도 여전합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있으면 견딜만 한데, 누군가 정말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폼으로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면 바란스가 확 깨집니다. 손이 저리는 금연 첫날 금단현상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내참…

그나마 그런 느낌을 글로 기록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묘한 성취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유혹을 견디고 나서 후기를 적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렇게 여러편의 글을 게재하고 담배피면 정말 창피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