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부천FC 1995와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의 경기는 3-0 부천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잠시 의기소침하던 유맨선수들은 곧 정신을 수습했습니다. 그리고 16일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끝나면 친구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 팀의 주장 샘 아시톤(Sam Ashton)의 말대로 부천 선수들과 어깨를 걸고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 앞에 섰습니다. 모든 선수들과 팬은 함께 부천의 '랄랄라' 세레모니를 하였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유맨 선수과 팬들은 돼지갈비를 먹었습니다. 장소는 부천의 후원사인 '유명궁'이었습니다. 유명궁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돼지갈비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특히 상추, 깻잎 등에 쌈장과 함께 싸먹는 묘미에 푹빠졌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들이 식사 중이 기분이 동하면 곧바로 응원구호를 외치거나, 응원가를 부른다는 점입니다. 응원가를 부르며 서로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이들이 밥 먹다말고 응원가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영국의 그룹 섹스피스톨즈(Sex Pistols)의 '영국의 무정부상태(Anarchy in the U.K.)입니다. 훗날 미국의 스래시 메탈그룹 메가데스(Megadeth)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던 곡입니다.

이들의 응원가는 '붉은 반란자(Red Rebels)'라는 팀의 애칭 또는 서포터 단체의 이름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기부금액(연간회원권 구입시 기부한 금액)과 상관없이 '1인 1표'라는 다소 사회주의적인 운영원칙과도 통하는 것 같고요.

경기 후 선수들과 팬들은 밤 늦도록 맥주와 소주를 마셨습니다. 주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 7월 18일 부천FC와 경기를 앞둔 유맨 선수들의 라커룸에 강렬한 비트의 랩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선수들은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거리면서 심장의 박동수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유맨의 스타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제롬 라이트(Jerome Wright) 선수는 이어폰을 귀에 꽃고 음악을 크게 듣고 있었습니다.

경기전 입장을 위해 대기할 때에도 기합을 넣거나 함께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습니다. 박수고 치고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라커와 대기 중의 모습은 우리 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경기 후 이런 장면에 대해 유맨의 칼 마긴슨(Karl Marginson) 감독에게 설명을 부탁했습니다.

"우리는 각자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주장은 다른 선수들에게 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어 넣어줄 의무가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힘을 주려 노력한다. 경기장 안에는 11명의 주장이 뛰는 셈이다."

아래 동영상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과 대기 선수들이 서로에게 기합을 넣어주는 장면입니다. 뒤늦게 촬영을 하는 바람에 뒷부분만 촬영이 되어 아쉽습니다.

친선경기였지만, 각오가 남달랐던 유맨 선수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기 F.C.(Football Club)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역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클럽을 만들고, 선수들은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갖고 밤에 연습을 했다. 클럽 선수들은 동네 대표선수였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응원했다.

축구리그가 수준별로 세분화하고 F.C.의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단은 동네 출신들 뿐 아니라 외국인도 참여하게 된다. 일부 F.C. 이름에 붙은 '인터내셔널(인터나시오날)'과 같은 단어는 외국인 선수를 받아들인다는 상징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F.C.의 초기정신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지역민과의 교감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무리한 선수영입, 경기장 건설 등으로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입장권이 비싸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동네사람들의 팀이었던 F.C.가 축구정신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넘어가기도 했다.

지금 한국에 와 있는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시 100년전 초창기 클럽의 모습으로 창단된 클럽이다. 팬들이 팀을 소유하고 있고, 연간회원권을 가진 팬들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선수단은 팬들과 가식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정을 나눈다.

부천FC 1995도 이런 모습과 가깝다. 부천FC가 구축하고 있는 축구공동체는 앤디 월시 FC 유나이티드 단장이 말한 "Football is community"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FC 유나이티드가 100년의 잉글랜드 모습을 복습하고 있다면, 부천FC는 그런 원초적 클럽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2009년 7월 18일, 부천에서 축구역사 초창기의 원시적인 모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평소 응원하는 팀을 가리지 않고 날씨를 가리지 말고 보아야할 경기다.

경기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연출될 엄청난 축제 분위기 그리고 우정을 나누는 모습들은 축구정신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비 마저 온다면 더욱 더 리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월시 단장이 말한 "Foolball is communication"과 통하는 팬과 선수의 소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생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의심되는 경기. 먼길을 돌아 축구마케팅의 본류에 다가선 SKT의 변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7월18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되는 부천FC 1995와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경기의 의미와 함께 양팀을 소개하는 기사를 영국 <가디언(Guardian)>이 16일 오후(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은 굵직한 이적설을 터뜨리는 것으로 축구팬에게 익숙합니다.

24일 개최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서울 경기의 티켓판매 열기와 한국 내에서 맨유의 마케팅 사례 등을 소개하며, 이 경기에 앞서 개최되는 부천FC와 유맨의 경기를 소개했습니다.

맨유경기에 뒤지지 않는 부천FC와 유맨의 경기에 대한 열기를 전하며, 이 경기가 한국의 대형 스포츠 중계채널 KBSn으로 생중계되고 서울지역의 일부 대형 전광판에서도 중계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천FC의 탄생 배경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처음 부천FC와 경기제안을 받았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는 유맨의 대표 앤디 월시(Andy Walsy)의 경기 뒷이야기와 "SK가 풀뿌리 축구를 후원하는 긍정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는 부천FC 관계자의 평가도 소개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에 머물며 축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존 듀어든(John Duerden)이 작성했습니다.

http://www.guardian.co.uk/football/blog/2009/jul/16/fc-united-manchester-south-korea




(사진설명 : 아랫줄 오른쪽이 FC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앤디 웰시)

2009년 7월 18일 부천FC 1995와 경기를 갖는 잉글랜드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가 오늘(16일) 도착하자마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끈 인물은 FC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앤디 웰시였습니다. 그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시종 넘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축구정신을 설파할 때 행사장에 잠깐씩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습니다.

그는 "맨유는 서포터가 없는 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장 관람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서포터라는 것은 많은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골대 뒷자리에서 난리 치면서 경기보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골대 뒤로 간 것은, 그 자리의 입장료가 가장 쌌기 때문입니다. 삶이 고단한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일주일의 울적함을 떨치는 데 축구응원만큼 좋은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입장료가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그것도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이들이 경기장을 못 가게 됐고, 결국 경기장은 양복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여유있는 분들의 차지가 되어 갔습니다.

결국 맨유 선수들은 90분 경기내내 그들과 울고 웃으며 호흡할 수 있는 진정한 팬들을 경기장에서 만나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사실 맨유 입장료가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의 입장료보다 많이 비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략 우리돈으로 5~10만원 사이이고, 다른 구단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문제는 2005년에 미국인 말콤 글레이져가 맨유를 인수하면서 입장료가 인상됐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다른 잉글랜드 클럽팀과 마찬가지로 맨유도 지역민의 팀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대형클럽으로 발전하면서 다국적 연합군으로 된 것 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갈수록 팬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더니 급기야 축구를 모르는 미국인에게 클럽이 팔리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더군나다 일부 서포터의 눈에 새 구단주는 축구정신은 커녕 상업주의의 화신으로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맨유 팬들 중 일부는, 보다 정확하게 말해 가난한 팬들은 기껏해야 맥주집에서 목소리 높여 응원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사실은 바로 이들이 맨유의 서포터였지만 경기장에서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이들은 결국 "우리도 주말마다 경기장 현장에서 경기를 보고싶다"고 외치기 시작했고 결국 약 2,000명의 동지들이 모여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라는 낭만적인 클럽을 창단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10부리그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팀의 앤디 웰시 구단주는 "축구는 커뮤니티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단과 팬은 하나의 가족이고, 이들은 서로 끈끈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메시지를 주고 받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FC유나이티드의 제롬 라이트 선수는 "우리 구단의 경우 경기장에서 팬들과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서포터라면 알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응원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도 있습니다. 목청 높여 응원하고 그 응원에 힘을 얻은 선수들이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 승리를 쟁취하고, 그 기쁨을 모두가 골고루 나눠가지는 그런 느낌.

앤디 웰시의 구단주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말마다 내가 응원할 팀의 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이 말은 팀을 잃어봤던 부천서포터가 절실하게 느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응원하는 팀의 수준이 아니라, 나의 팀이 있고 그 팀이 다른 팀과 주말마다 경기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축구 정신을, 우리가 왜 축구에 빠지는지를, 축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 것인지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부천FC 1995와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는 지금 축구 클럽이 태동하던 100여전 전의 원시적인 클럽의 형태로 축구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주말에 두 팀을 승부를 내기 위한 경기를 할 것이지만, 오늘 제롬 라이트의 말처럼 '경기가 끝나면 다시 친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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