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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 story

부천SK, 연고이전 하기 전에도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by walk around 2011. 1. 31.


이전 이야기 : 부천 STORY


기자회견, 시위... 일단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행동은 다 했다. 하지만 연고이전 이라는 것이 되돌릴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계속 비난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게다가 축구에서의 연고이전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크게 부각될 문제도 아니었다.

물론 연고이전 문제는 우리나라에 축구문화가 정착되고, 팬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어느 정도 뜻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문제로 여겨졌다. 언론의 관심도 큰 편은 아니었다.

부천서포터가 할 수 있는 것 또는 해야할 것은 이제 두 가지. 첫번째는 SK주식회사나 제주유나이티드를 비난하며 화풀이를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2002시즌 개막전. 부천은 기본적으로 축구장에 사람이 많은 도시이다.

여기서 잠깐. 부천SK는 이전에도 팬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한 일이 여러번 있었다. 2003년말에는 느닷없이 팀을 매각하겠다는 발표를 해서 팬들을 어리둥정하게 만들었다.

2003년 11월에는 중국의 기업 스더가 매입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기간동안 팬들은 팀이 잘못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던 뒤끝이라 의외였다.

하지만 중국매각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2003년 말부터 2004년 여름까지 매각이 아닌 시민구단 전환을 모색했다. 매각추진과 마찬가지로 팬들이 불안했던 것은 물론이다. 이 기간 중에 팀 분이기는 어수선했고, 관중동원 1위 팀이던 부천SK의 관중은 경기장을 떠났다. 성적도 당연히 나빴다.

당시 모기업인 SK주식회사도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부천시가 독자적으로 1부리그 팀을 맡기에도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도 어려웠다.

결국 <스포츠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부천시는 "▲시민구단화 이후 늘어나게 될 투자부담을 감당하기 힘들고 ▲시민이 앞장서지 않는 관주도의 시민구단화는 어려우며 ▲부천 연고의 팀이 없어지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 등 입장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때 처음 만난 것인데, 한번 만나서 이 중차대한 일을 결정한 모양이다.

팀 매각과 시민구단화 등이 오르내리던 2004년 1월 부천서포터는 축구팬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매일 다투지만 결국 의지할 곳은 같은 축구팬밖에 없었던 것 같다.

2004년 2월 부천서포터 대표자 회의 시종 무거운 분위기.
부천서포터들은 마음 놓고 축구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부천서포터는 당시 서포터인 헤르메스와 비교적 나이가 있는 회원들로 구성된 후원회가 있었는데, 후원회 명의로 아래와 같은 공문이 각 서포터에게 전달되었다. 지근 보면 다소 억지스러운 내용도 있다. 참고로 이때는 2003년 9월부터 시작된 안양LG의 연고지 이전 논란이 거의 '서울LG'로 종결되는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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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회장님
참 조 : 운영위
발 신 : 부천서포터즈 후원회 이희천
제 목 : 부천시민구단 창단 기원 공지 요청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 프로축구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점을 서로 공유했으면 합니다.
새로운 한해, 모두의 발전과 조직의 건투를 바랍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 안양LG의 연고지 이전과 부천SK축구팀의 매각 사태를 익히 매체를 통해서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로 인해 긴해 각 서포터즈 회장님께 저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부탁을 드리려 합니다.

현재 부천서포터즈가 앉고 있는 어려움과 추후 모든 서포터즈에서도 생길 수 있는 심각성에 대해서 알려 드리며, 향후 발생될 수 있는 모든 기회들을 없애고, 또한 일방적으로 당해온 언론,연맹,협회등의 단일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이번 제안과 부탁이 각 서포터즈 내부에서도 반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말씀 드릴 부분은 각 서포터즈의 화합을 말씀드리자는 것은 아닙니다.제가 서포터즈 회장을 약7년간 있으며, 문제점에 대해 절대 각 서포터즈만이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느끼었으며, 전체의 목소리 조차도 귀담아 듣지 않는 언론과 연맹에 대해 더욱 적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심판 문제 및 한국프로축구 연맹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우리들의 힘으로 뭉쳐 쉽게 풀어 갈 수 있음에도, 뭉치지 못해 손해 보고 피해 입는쪽은 항상 서포터즈와 프로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였다는 것은 더욱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번일을 시작으로 서포터즈 모두가 각성하며, 착하게 서포팅하자는 말씀은 아닙니다.
각자의 위치와 그간 각 서포터즈가 이끌어오고 추구해온 컨셉과 그 자리에서 계속 운영하되, 각 서포터즈 혼자의 힘으로 풀기 어려울때나 혹은 같은 목소리가 필요할 때의 서로의 힘을 모이자는 것입니다.

먼저 시작이 부천과 안양으로 시작되겠지만, 이번일의 시작으로 한국 프로축구서포터즈의 생각과 마인드를 더욱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아래의 내용을 보시고, 저희에게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연고지 이전 반대]

지금 안양과 부천의 일이 곧 남의 일이 아닌듯 합니다.
얼마전 성남 일화의 연고지 이전에 대해 성남시가 적극 개입했듯이, 투자하는 기업이 원해도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며, 안양LG와 부천SK의 경우만 보더라도 투자하는 기업이 연고지 이전과 매각받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포팅하는 팀이 시민구단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연고지 이전의 생각은 기업주의 머리속에 있을 것이고, 조속한 연고지 정착에 투자 보다는 언제든지 좀 더 낳은 연고지로 변경하고 싶은 생각으로 지금도 구단을 운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안양LG와 부천SK가 연고지 이전이 결정된다면, 각 팀의 구단주와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사례를 마련하는 것이고, 어느날 아침 눈을 뜨고 TV의 스포츠 뉴스에서 우리가 서포팅하는 팀의 연고지 이전에 기사를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서포터즈가 한 목소리로 이번일에 대한 STOP을 걸어 주지 않는다면, 축구에 무관심한 모든이들 역시도 당연한 기업의 권리로 생각할 것이며, 기업들은 당연히 투자하는 기업주의 마음에 의해 쉽게 연고지 변경이 이루어 질것 입니다.


[각팀의 시민구단화 추진]

한국 프로스포츠는 전문 스포츠마켓팅을 토대와 바탕으로 이루어져 적절한 수익 사업과 구단운영이 이루는 것이 아닌, 일방적 기업의 이익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기업이 돈이 많다면 많은 투자를 하겠지만, 기업의 어려움이 있다면 쉽게 구단을 매각이나 포기할 수 밖에는 없으며, 이런 운영 방식이 통상례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운영방식이 모태가 되어, 항상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팬들은 따라가기 마련이며, 팬들을 무시하는 여러가지 사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투자기업들은 팬들에게 고마워하기 보다는 기업의 노동자로 생각하며, 가끔은 우리의 노력에 대해서도 당연한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죄책감없이 프로스포츠팀을 해체할 수 있으며, 이것은 어느 종목의 프로스포츠와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제가는 13개 축구프로팀이 아닌 6개 축구프로팀으로 리그를 한다는 것도 악몽이 아닐것이라는 사례를 SK가 보여 주었습니다.

현재 부천서포터즈와 시민들의 항의에 의해, 그나마 마지막으로 SK 구단의 모든것을 무상으로 부천시에 제공한다는 제안을 하였으며, 그 기간은 2달여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더욱 무서운것은 이것이 시작일뿐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들께서도 한국프로축구환경을 알다시피 수익이 나지 않고 매년 100억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한국 프로축구에 투자하려, 운영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그 많은 투자와 좋은 하드웨어에도 썰렁한 관중동원의 실패를 구단주로써도 축구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년의 대전시티즌을 보듯이 한국의 프로스포츠에서도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 주었으며, 시민구단이라는 점이 더욱 놀라운 점이였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한국프로축구사의 첫 흑자의 시작이기는 했지만 다른팀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것의 시작은 이미 부산아이콘스의 전신인 부산대우가 시작을 했으며, 부천SK가 그 뒤를 뒤따라 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민구단과 모든팀들 역시 장기간의 안정된 투자가 확보된 팀은 단 한곳도 없습니다.

만약 대기업이 운영하는 현 축구팀이 기업의 사정에 의해 투자가 어려워진다면,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으며, 인수자가 없다면 사생아 처럼 길바닥에 버려질 것입니다.

지금 가장 효과적인 모든 프로축구팀의 방향은 시민구단입니다.
언제든지 떠날수 있는 기업과 달리 시민구단 만이 장기적으로 한국 프로축구팀을 살릴 수 있으며, 축구 인프라에도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자 한국 축구 발전의 미래 모델 입니다.

추후 부천시민구단 뿐만이 아닌, 다른 모든팀이 자발적으로 시민구단이 되도록 저희도 노력할 것이며 여러분들께 지원도 약속드리겠습니다.

또한, 이번 기회를 경험삼아 좋은 사례를 남겨 기업이 자발적인 시민구단을 만들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판 문제]

한국 프로축구 심판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더욱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전북,수원,대전,안양,부천 등 심판 문제에 대해 2003년도는 거의 전쟁터였습니다.
하지만, 책임을 관할하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아직도 뿌리부터의 개혁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5년전 프로축구연맹의 김원동 사무국장과의 미팅에서도 "심판 문제"에 대해 지적을 했으며, 어이없는 답변인 "우리 관할 아님"이라는 말로 팬들을 기만했습니다.

아직도 원초적인 문제인 "심판진들의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교육을 시키고 외국에 유학을 보낸들 바뀌지 않을 것이며, 팬들과 서포터즈들의 과격화는 증가될 것입니다.

단순히 문제를 서포터즈만의 문화를 이끄는 프로연맹에 대해서도 각 서포터즈의 힘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지금 안양서포터즈와 부천서포터즈가 닥친 어려움은 단순히 몇천명의 양서포터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실 겁니다.

기업이 그간 한국프로축구팀을 맡아 운영해준 고마움도 있지만, 냉정히 돈 되지 않으면 버리고 떠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지금도 3개의 팀(대전,대구,인천)을 제외한, 기업이 운영하는 모든 팀의 앞날 일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대전을 제외한 모든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인 연고지 정착(Franchisee)이 향후 몇년안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Sponser Company인 기업이 손을 털고 나갈것은 눈에 보듯 뻔한 일입니다.

먼저 시작이 된 안양 LG의 연고지 이전 계획과 부천SK의 매각 발표의 경우는 시작일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축구를 사랑하는 서포터즈들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추후 기업들이 쉽게 연고지 이전을 기획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이 운영을 하기 어렵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민구단을 만들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안양LG의 연고지 이전 발표는 추후 이런 발표가 나지 않도록 철저히 "LG의 만행"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하며, 부천SK의 축구팀 매각은 "부천시민구단" 창단이라는 기회 부여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 2가지가 명확히 전체 서포터즈의 의견이라는 것이 알려져야만 추후 기업들이 팬들의 단합을 무서할 것이며, 기업 이미지를 생명으로 하는 대기업들이 쉽사리 행동에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여러 서포터즈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신다면 이번일을 계기로 추후 꼭 보답을 드릴것을 약속드립니다.

부디 좋은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부천서포터즈 후원회 "부천시민구단" 준비위 이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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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요청 덕분에 당시 13개 K리그 서포터들은 아래와 같은 공통의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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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안양LG"와 "부천SK"에 대한 한국프로축구서포터즈 통합 공지◈

이번 안양 LG의 "연고지 이전"과 부천SK의 "부천 시민구단"에 대해 13개 서포터즈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연고지 이전 반대

현 지역 연고지 정착과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준 프로축구팀들이 단순히 수익의 논리를 앞세워 그간 성원해준 팬들을 하루아침에 버리자 하는 것은 프로축구 서포터즈와 팬들을 농락하는 것이며, 또한 향후 같은일의 재발의 사례를 만드는 것임에 한국 프로축구 서포터즈와 프로축구 팬들은 이번 안양 LG의 연고지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는 바이다.


2. 시민구단 창단

한국 프로축구팀이 지역 연고지에 조속히 정착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 모태가 될 수 있도록 현 프로축구팀의 시민구단화에 대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 이번 부천 SK 프로축구팀의 "부천시민축구팀"이 창단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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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행히 팀이 매각되거나, 무리한 시민구단화는 추진되지 않았다. 팀도 찬찬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정해성 감독을 중심으로 승수도 쌓기 시작했다. 관중도 돌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