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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한국 프로축구와 유럽 프로축구의 결정적 차이

by walk around 2011. 5. 25.

차이는 많습니다. 팀의 수, 지역연고 정착정도, 팬의 인식, 선수들 연봉, 선수들의 수준, 리그의 세분화 정도, 경기장 시설 등 …

유럽이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일부 유럽 프로팀은 K리그의 일부팀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관중이 적은 곳도 있더군요. 연봉이 좀 적은 팀도 있겠죠. 아무튼 높고 낮음, 정도의 차이 등을 떠나 다른점이 많습니다.

이중 제 눈에 가장 확연하게 들어오는 차이점은 골 세레모니입니다. 유럽의 프로팀들이 골을 넣으면 많은 경우, 팬에게 달려 갑니다. 달려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끌어 안습니다. 너무나 부러운 장면입니다. 주급이 3억 5천만원에 이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니도 종종 평범한 배불뚝이 관중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눕니다.

(2011.5.19. 포루투와 브라가의 유로파리그 결승. 골을 넣은 선수와 팬이 펜스를 사이에 두고 엉켜있다)

팬이 스킨십을 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있을 때는, 적어도 그쪽으로 달려가 손짓과 표정으로 서로 교감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 프로축구 선수들은 많은 경우, 벤치로 달려 갑니다. 목 놓아 응원하던 팬들은 이 순간, 경기에 동참하는 사람이 아니라, 초대받지 못한 이방인이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우리 일로 생각하고 같이 좋아하고 싶은데, 그냥 관중끼리 좋아하고 말아야 합니다.

골을 넣은 후, 선수들끼리 또는 감독·코치와 기쁨을 나누는 장면은 솔직히 낯 뜨겁습니다. 이런 차이가 많은 것을 상징해 주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팬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유럽 선수들은 자신들의 생존의 기반 내지는 동료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구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팬과의 스킨십을 장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구단과 선수들에게 팬들은 경기장에 찾아오는 것으로 보답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 프로축구 선수들은 팬을 자신의 생존기반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적어도 겉에서 보기에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생존 기반은 팀의 운영비를 내주는 모기업 대표나, 선발 출전을 시켜준 감독, 연봉 책정에 영향을 주는 구단 관계자가 아닐까요?



경기 후에 우리 프로선수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친밀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열정적인 응원을 한 서포터즈 앞으로 오는 선수들의 모습은 대략 "아.. 힘든데 귀찮아" 입니다. 선수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팬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를 구걸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이 버스에 타는 모습을 줄지어 기다리던 팬들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타기 바쁜 선수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10년이 넘게 프로경기를 보면서, 이런 장면은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심지어 국가대표팀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이역만리 타국까지 응원간 팬들에게 1분도 되지 않은 형식적 인사를 하기 일쑤입니다.

야속함 속에 팬의 수는 좀 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속옷만 입고 뛰고, 춤을 추는 등 관중과 호흡하려는 한국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한참 뒤 떨어집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먼저 움직여야 하는 쪽은 구단과 선수단입니다. 그들은 축구 공급자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소비자인 팬에게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아니러니하게 우리 축구장에서는 서포터들이 먼저 다가가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돈 쓰면서 가게에 들어가서 손님들에게 "더 많이 사세요"라고 소리치는 꼴입니다.

소위 축구인들의 근복전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각 구단의 단장은 선수들에게 "골 넣고 팬에게 달려가라", "경기 전후 눈이 마주치는 팬에게 인사하라", "경기 후 서포터즈석으로 달려가고, 한두곡의 응원가를 함께 하고 와라" 이렇게 구체적인 지시를 해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어떨까요. 문화 자체가 변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답답합니다.

...

이런 분위기는 부천FC 1995같은 팀에게는 예외겠죠. 이 구단은 경기 진행도 팬이. 청소도 팬이, 마케팅도 팬이 하는 구단이니까, 관중과 구단이 같이 노력하고 있고, 소비자와 공급자의 경계가 애매합니다.

선수들과 팬의 관계도 비교적 친밀한 편이고, 때로는 너무 친해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3부리그 팀이지만, "여기가 팬을 중요시 한다고 해서 왔다"는 신규 팬들이 있다는 것이 구단의 분위기를 말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