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았던 눈길, 그래도 출근에 성공했다

창 밖. 한강이 얼고 또 그위에 눈이 쌓은 것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온통 하얀색이었습니다. 더 문제인 것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리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차를 가지고 출근을 하는 것은 아예 포기했습니다. 덕분에 근 몇 개월만에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집에서 지하철역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야합니다.

마을버스 포기하고 걷기 시작.

그런데 정류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버스가 오지 않는구나"라고 직감하고, 지하철역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눈길에 비실비실. 그 와중에 승용차로 출근하는 용감한 분들이 보였습니다. 게중에는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오르막을 오르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진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 골목길로 가야 지름길인데, 눈이 너무 쌓여서 큰 길로 나갔습니다.

보통 때에는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10여분 정도 걸립니다. 길이 좀 스산해서 그렇지 그리 먼길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은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차들이 거북이 걸음 중. 이른 시간이라 원래 이 정도 막힐 시간은 아닌데.

지하철역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입니다.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역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4대를 그냥 보내자 2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5번째 차에 겨우 탔는데, 가방에 아침 식사로 넣어둔 고구마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냄새는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

횡단보도는 사라지고 신호등을 보고 대충 건넜습니다.

한쪽 편에서는 한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너무 강한 압력에 당한 나머지 거의 탈수상태가 되신 듯했습니다. 성질이 나서 소리를 꽥 지르는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역시 차도는 전쟁 중입니다. 특히 언덕길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일부 차주들은 차를 길에 버려두고 걸어가기도 했습니다. --;

평소 대중교통으로 40분 정도 걸리는 출근길. 이렇게 해서 거의 2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9시 조금 넘었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힘들었지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길 가에 눈이 쌓인 차들은 버려진(?) 차들입니다. 벤츠, BMW 등 고급차가 즐비했습니다.
 언제 가져가시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