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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허정무호, 학연·지연이 얽힌 비정상적인 팀일까?

by walk around 2010. 2. 11.


중국전 참사 이후, 인터넷에서 기사와 댓글을 보며 허무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가끔은 재치있는 댓글을 보면 심란한 가운데, 웃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에는 어떤 포털에 "중국잡고 우승간다" 뭐 이런 류의 기사가 잘 보이는 곳에 있는데, "기사 내려 시방아" 같은 댓글을 보며 빵터졌습니다. 완전 공감입니다.

그런데 유독 많이 보이는 댓글이 "허정무호는 학연지연 때문에 망했다"는 내용입니다.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대표팀이 실력과 상관없이 학연지연으로 얽힌 오합지졸일까요?


예전에도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혼자 붙들고 늘어진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내린 결론은 "학연지연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보다는 주류나 비주류냐의 차이가 커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주류와 비주류 사이들 들고남이 폐쇄적으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모르죠. 외부인이 보기에 한계가 있었을지도.

아무튼 허정무호 구성원의 프로필을 보면 학연지연의 흔적은 거의 없습니다. 우선 감독은 호남(전남 진도)출신이고 연세대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대표팀 중 호남 출신은 김영광, 정성룡, 이규로 정도입니다. 그나마 정성룡은 제주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서 제주가 제2의 고향입니다. 이규로는 전북출신입니다.

허 감독의 모교인 연세대 출신은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연세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출신이 조용형, 김정우 있는데, 그 수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코치 중에는 정해성, 김현태(GK코치)가 고려대 출신입니다. 

그보다는 이운재, 이정수, 김형일을 배출한 경희대가 좀 많은 편이고, 홍익대도 김보경, 신형민을 배출했습니다. 그나미 대학 출신 선수들의 약 30% 정도는 프로 또는 해외에 가기 위해 중퇴했습니다.

그밖에 고졸이하도 10명에 달하는데, 모두 제각각입니다. 중앙대 아주대 등 1명씩 배출한 대학도 있습니다. 즉 학연으로는 어떤 일정한 흐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역도 선수들의 경우 호남 3, 충청 2, 경기 3, 인천 2, 울산 2, 대구 2, 서울 2, 제주 1, 포항1명 입니다. 출생지의 경우 제가 검색으로 찾은 선수가 있어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예 못 찾거나 추정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어 보입니다. 영남 쪽이 다소 많지만 지역적으로 일정한 흐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K리그 성적에 어울리지 않게 제주유나이티드와 관련된 선수들이 많아서 제주감독이었던 '정해성 인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댓글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제주와 관련된 선수도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최근 제주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강민수, 제주의 조용형, 구자철 정도입니다. 강민수가 수준이하 선수라면 수원의 유니폼을 입지 못햇을 것입니다. 조용형도 K리그에서는 베스트 11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구자철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아시아 1위, 세계 3위 포항의 선수들이 없다"는 댓글도 많았는데, 아마 포항의 황재원 등 중앙수비수를 염두에 둔 이야기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테스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현 대표팀에는 포항 소속 선수가 김형일, 김재성, 신형민, 노병준 등 4명으로 단일팀 구성원으로는 최고 비중입니다. 수원이 3명, 울산이 3명, 주빌로 이와타 2명 등입니다. 나머지는 한 명 수준입니다.

일단 드러난 데이터로는 지연이나 학연 또는 소속팀별 '라인'이 드러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곽태휘가 허 감독과 전남 경력이 겹친다는 말도 있지만, 곽태휘는 과거 중국전에서는 반대로 대표팀의 구세주였습니다.

따라서 현 대표팀의 중국전 참사의 원인을 지연학연으로 분석하는 것은 맥을 잘못 짚은 것이 아닐까요? 코칭스탭이 천하의 바보가 아닌 이상, 월드컵에서 자신과 조국을 구해줄 선수를 뽑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밀집수비를 절대 뚫지 못하는 전술과 개인 능력의 부재, 컨디션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트레이닝 문제, 투쟁심을 보여주지 못한 심리적 문제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세히 짚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찾은 프로필의 일부입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너무 좋겠습니다. 또는 이적 등 변동이 많았으니 데이터 이면의 다른 '라인'이 있다면 이를 지적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포지션, 이름, 소속팀, 고향, 출신학교 순입니다.

<선수단>
GK  김영광  울산 현대 / 전남 고흥군 / 한려대학교
GK  이운재  수원 삼성  / 충북 청주 / 경희대학교
GK  정성룡  성남 일화 /광주-제주 / 서귀포고등학교
DF  강민수  수원 삼성  경기 고양시 / 고양종합고등학교
DF  조용형  제주 유나이티드 / 인천 / 고려대학교
DF  오범석  울산 현대 / 울산 /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DF  곽태휘  교토상가FC(일본) / 대구 / 중앙대
DF  이정수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 경남 남해 / 경희대
DF  김형일  포항 스틸러스 / 부평중 / 경희대
DF  박주호  주빌로 이와타(일본) / 서울 / 숭실대중퇴
DF  이규로  전남 드래곤즈 / 전북 순창 / 광양제철고
MF  김재성  포항 스틸러스  / 아주대
MF  김보경  오이타 트리니타(일본) / 홍대
MF  이승렬  FC서울 / 부천 / 신갈고등학교
MF  김정우  광주 상무 / 고대중퇴
MF  김두현 수원 삼성  / 동두천 / 통진종합고등학교(용인대 석사)
MF  구자철  제주 유나이티드  / 충주 / 보인상고
MF  이승현  부산 아이파크 / 대구 / 한양대
MF  신형민  포항 스틸러스  / 서울추정(오류초) / 홍대중퇴
MF  오장은  울산 현대 / 제주 / 조천중학교
FW  이동국  전북 현대 / 포항 / 포항제철고
FW  노병준  포항 스틸러스  / 울산 / 한양대
FW  이근호  주빌로 이와타(일본) / 인천 / 부평고

<코칭스태프>
감독 허정무 전남 진도 / 연세대
수석코치 정해성 / 부산 / 고대
코치 박태하 / 대구대
GK코치 김현태 /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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