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났습니다. 공한증. 축구같은 의외성이 있는 종목에서 분명 영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깨지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한동안 패닉상태로 있다가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이번 경기는 두말할 것 없는 한국의 완패입니다. 이번 경기 결과를 두고 "운이 나빴다", "심판이 문제가 있었다", "한번쯤 있어야 일이었다" 등은 할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을 패배를 더욱 구차하게 하고, 중국의 승리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한중전에서 승리를 기원하던 치우미들. 오늘 이 분들 신나겠습니다.
지금까지 사정이 허락하는 한 우리나라 축구는 물론 다른나라 축구도 보고 다녔습니다. 그중에서 "운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 경기를 몇 보았습니다. 그런 경기는 '내용은 이기고 경기는 지는' 그런 경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중전은 경기에서 진 것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완전히 밀렸습니다. 추가실점을 하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를 통해 중국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후반에 중국의 무지막지한 시간끌기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정도면 아주 준수했습니다. K리그 경기 자주 가신 분은 아실 것입니다. 전반에 골 들어가는 순간부터 잠그는 팀도 있습니다. 아랍팀이었다면 후반에 다들 누워 있었을 것입니다.(아랍팀이었다면 지금 한국 감독은 경질되었을지도.. ^^;)
심판이 좀 미숙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중국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린 상황이 없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심판이 제대로 딴지를 거는 경기는 당하는 팀은 찬스를 내지 못합니다. 그 전에 심판이 얼마든지 손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수많은 찬스가 있었습니다. 패인은 심판이 아니라 찬스를 살리지 못한 한국의 문제입니다.
한중전에 패하자 경기장에 오물을 투척하던 중국인들. 오늘은 축포를 쏘았겠네요.
오늘 우리 대표는 드로우잉 반칙도 했습니다. 정신이 빠진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투쟁심도 보이지 않았고, 경기 후 수일이 지났음에도 컨디션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중국과 경기에서 선수들이 쥐가 나다니요. 아…
패배를 설명하기 위한 어떤 이야기도 선수단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고 문제점을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합니다. 한국이 강팀이라면 후유증이 없어야 합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오늘 패배는 한국의 몰락과 중국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는 오늘 경기의 코칭스탭과 출전 선수들의 명단을 책상 앞에 붙여 놓을 것입니다. 반드시 단시간에 수습하고 역사의 흐름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합니다. 무서운 점은 저쪽은 "한국전 승리 후 10분만 기쁘고 계속 부담이다. 오늘 승리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냉혈한 감독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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