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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축구 서포터즈는 '배타적인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

by walk around 2010. 5. 12.

축구에 미쳐 서포터임을 자임한지 15년이 넘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제가 아이 아빠가 되었고, 지금은 아이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갑니다.

한 분야에 이 정도 시간을 몰입했으면,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투자한 시간이 가치있는 시간이 되니까요.

요즘 뭔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90년대 말, 00년대 초 부천 헤르메스를 통역까지 대동하고 직접 찾아와서 '서포터의 자세', '응원방식', '선수단을 대하는 자세', '구단과의 관계' 등을 꼬치꼬치 묻고 갔던 우라와레드 다이아몬드 서포터가 엄청나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또 역으로 제가 사이타마를 찾아가서 우라와보이즈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쪽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느낀 것인데요... 듣고 보면 참 의외일 수 있습니다.

그건은 바로 '서포터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라와레드 다이아몬드 서포터즈의 대표적인 3단 통천.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문양 안에 서포터를 상징하는 숫자 '12'가 새겨져 있다. 우라와 보이즈가 가장 아까는 통천 중 하나로 벌써 수년째 사용하고 있다.


우라와보이즈는 서로 무지하게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무지막지하게 얽혀 있는 사랑. 근 10년 넘게 상장한 볼륨의 시스템을 유지하며 운영하는 내면에는 결국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게 상명하복의 일본 전통문화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만, 차차 이야기할 남미나 유럽사례를 들어도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또, 우라와 서포터 사이에도 내부에 계파다툼이 있지만 큰 틀이 깨지지는 않고, 자발적 소수는 어디에나 있기는 합니다.

우리 서포터는 조금 커지기 시작할 때, 반으로 쪼개지는 게 흔한 일입니다. 현재 K리그 서포터들도 모임이 쪼개진 곳이 몇 있고, 부천도 하나로 화합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분열이 성장의 길목에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우라와보이즈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확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반 관중도 서포터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사랑'은 서포터의 기본 덕목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서포터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90분 내내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경기에 패한 선수들에게 박수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사람이 누군가를 저렇게 지지할 수도 있구나"라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 결론은 "결국 서포터는 조건없는 사랑 위에 서 있는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어제까지 욕하던 선수가 우리 팀에 오면 바로 자세를 바꾸어 "이제 너는 우리 가족이며 아무도 너를 건드릴 수 없다"는 식으로 면상을 싹 바꿀 수 있는 것 입니다. 사랑은 사랑인데, 지극히 배타적인 사랑입니다.

또 믿음과 존경이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이런 전제조건을 깬 대상은 다시 축구장에 올 수 없는 없는 잔인한 측면도 있긴 합니다.

이제 20년을 바라보는 부천서포터즈 헤르메스는 늙은 조직입니다. 전통이 있다는 것은 좋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걸어온 선구자적이고 험난한 길을 우리 스스로 잊고 있기도 합니다.

팀을 잃어도 헤르메스가 살아있으면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쩌면 있는 팀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듭니다.

돈을 횡령하거나, (성)폭력 또는 거짓사실 유포와 같은 중죄가 아니라 의견차이, 관점차이, 친분의 차이 정도는 무시하고 한 차에 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어쩌다 경기장 일 때문에 한 경기 응원을 제대로 못하면 "죽기 전에 부천FC를 응원할 수 있는 경기가 한 경기 줄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죽기 전에 이런 생각이 들겠죠. "아! 우리 딸은 한번만 더 안아 봤으면!" 또 이런 생각도 들겠죠. "부천FC 경기 한 경기만 응원해 봤으면!"

앞으로 몇년이나 또 몇 경기나 열정을 토해내며 어려운 시절 힘을 주었던 부천축구를 응원할 수 있을까요. 세어보면 의외로 몇 경기 안됩니다. 여든, 아흔까지 장수만세를 외친다해도, 팀에 대한 사랑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꿈을 이룰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