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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내 돈 내고 경기장 와서 일한다" 3부리그 부천FC의 팬들

by walk around 2010. 4. 23.


아직은 대부분의 K3팀이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않습니다. 부천FC의 경우 풀타임 직원은 1~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사무국장도 자원봉사, 경기진행도 자원봉사, 심지어 단장도 자원봉사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용절감은 구단의 지상과제가 됩니다. 부천FC가 창단 후 처음으로 리그에 참여한 2008년에는 자원봉사 열기가 그야말로 뜨거웠습니다. 2009년에는 잉글랜드 7부리그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와 초청경기를 하고, 팀이 리그 선수에도 잠시 오르는 등 성적까지 좋아서 신이난 팬들의 자원봉사 참여가 이어졌습니다. 


위 사진은 구단 물품판매를 자처한 부천서포터즈 회원들입니다. 지금도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얼굴들입니다. 올해에는 부천FC 구단이 중고생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을 하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일손 수요가 줄었습니다.


경기 후 경기장 곳곳에 설치했던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입니다. 경기 전에 감독관, 아나운서, 대기심 등을 위한 책상을 사용하는데 경기 후에는 모두 치워야 합니다. 이들의 의자와 볼보이의 의자도 치워야 합니다. 지금도 경기 후에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팬들의 봉사 덕분에 경기 후 정리는 보통 20분 안에 속성으로 끝이 납니다. 


쓰레기 청소하는 팬들입니다. 경기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에 청소를 의뢰하면 경기장 사용료가 많이 비싸집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청소는 구단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경기 후 이렇게 뒷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뭐랄까. 기분이 묘합니다. 이들은 왜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FC서울, 인천유나이티드, 수원삼성 같은 팀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그런 곳에 가면 청소할 필요도 없고, 스타도 있고, 구단의 팬서비스도 즐길 수 있습니다. 팀이 망할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이런 에너지와 열정을 이들에게 준 것인지는 "축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단장이 한국에 왔을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일치해서 더 가슴에 와 닿았었는데요,

"football is community"

확신에 찬 이 말을 듣고 부천FC 팬들은 덩달아 더욱 강한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단과 팬이 편을 가르는 순간 그 구단은 어려워 집니다. 팬이 구단을 내꺼라고 생각하고, 구단은 우리도 팬이라고 생각해야 벽이 없는 소통이 이뤄지면서 커뮤니티가 이뤄집니다.

여기서 모든 구성원이 소질과 정성과 아이디어를 더해서 구단을 만들어가고 성취를 하면서 모두가 같은 꿈을 꾸게 되는 것입니다. 축구의 의미, 축구의 철학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구요. ^^


표 판매 자원봉사입니다. 종종 표 판매는 아르바이트로 대체 하기도 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도 팬인데, 표를 판매하면 경기를 전반전 못보거든요. 축구는 현장에서 보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이런 막대한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원봉사 중 주요(?) 보직 몇 명은 경기를 거의 못보는 것 같습니다. 부천구단을 만들어 축구를 보는 게 소원이어서 축구단 만들고 자원봉사를 하는데, 정작 만들고 나니 경기를 못보는 것이죠. 아이러니입니다. 어쩌면 구단의 존재자체가 그들에게는 행복일 것입니다.


경기전 자원봉사자들의 작전(?) 회의입니다. 요즘에는 다들 숙달될 조교가 되어서 이런 작전회의는 거의 필요가 없습니다.


홈경기 후 매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경기 후 우르르 몰려가서 A보드를 철거하는 것. A보드도 부천서포터가 직접 만들어 팀에 기증한 것입니다

이렇게 경기 한 번 보는 게 힘들기 때문에 구단 직원이나 팬들은 홈 경기보다 원정경기가 차라리 편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그저 경기만 볼 수 있으니까요. 오가는 게 좀 부담이지만. 내일 부천은 청주로 원정을 갑니다. 팬들은 청주까지 운전만 하면 됩니다. 그래도 그게 더 편합니다. 노동 안하고 축구를 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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