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8일 부천FC 1995와 경기를 갖는 잉글랜드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가 오늘(16일) 도착하자마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끈 인물은 FC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앤디 웰시였습니다. 그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시종 넘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축구정신을 설파할 때 행사장에 잠깐씩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습니다.
그는 "맨유는 서포터가 없는 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장 관람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서포터라는 것은 많은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골대 뒷자리에서 난리 치면서 경기보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골대 뒤로 간 것은, 그 자리의 입장료가 가장 쌌기 때문입니다. 삶이 고단한 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일주일의 울적함을 떨치는 데 축구응원만큼 좋은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입장료가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그것도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이들이 경기장을 못 가게 됐고, 결국 경기장은 양복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여유있는 분들의 차지가 되어 갔습니다.
결국 맨유 선수들은 90분 경기내내 그들과 울고 웃으며 호흡할 수 있는 진정한 팬들을 경기장에서 만나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사실 맨유 입장료가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의 입장료보다 많이 비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략 우리돈으로 5~10만원 사이이고, 다른 구단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문제는 2005년에 미국인 말콤 글레이져가 맨유를 인수하면서 입장료가 인상됐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다른 잉글랜드 클럽팀과 마찬가지로 맨유도 지역민의 팀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대형클럽으로 발전하면서 다국적 연합군으로 된 것 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갈수록 팬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더니 급기야 축구를 모르는 미국인에게 클럽이 팔리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더군나다 일부 서포터의 눈에 새 구단주는 축구정신은 커녕 상업주의의 화신으로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맨유 팬들 중 일부는, 보다 정확하게 말해 가난한 팬들은 기껏해야 맥주집에서 목소리 높여 응원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사실은 바로 이들이 맨유의 서포터였지만 경기장에서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이들은 결국 "우리도 주말마다 경기장 현장에서 경기를 보고싶다"고 외치기 시작했고 결국 약 2,000명의 동지들이 모여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라는 낭만적인 클럽을 창단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10부리그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팀의 앤디 웰시 구단주는 "축구는 커뮤니티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단과 팬은 하나의 가족이고, 이들은 서로 끈끈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메시지를 주고 받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FC유나이티드의 제롬 라이트 선수는 "우리 구단의 경우 경기장에서 팬들과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서포터라면 알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응원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도 있습니다. 목청 높여 응원하고 그 응원에 힘을 얻은 선수들이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 승리를 쟁취하고, 그 기쁨을 모두가 골고루 나눠가지는 그런 느낌.
앤디 웰시의 구단주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말마다 내가 응원할 팀의 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이 말은 팀을 잃어봤던 부천서포터가 절실하게 느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응원하는 팀의 수준이 아니라, 나의 팀이 있고 그 팀이 다른 팀과 주말마다 경기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정말 오랜만에 축구 정신을, 우리가 왜 축구에 빠지는지를, 축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 것인지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부천FC 1995와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는 지금 축구 클럽이 태동하던 100여전 전의 원시적인 클럽의 형태로 축구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주말에 두 팀을 승부를 내기 위한 경기를 할 것이지만, 오늘 제롬 라이트의 말처럼 '경기가 끝나면 다시 친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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