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information

방콕 포시즌스 호텔(Four Seasons Hotel), 말이 필요없는 서비스

by walk around 2012. 3. 1.

 

 



이런 호텔은 처음봤습니다. 이 호텔에서의 몇 일 동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또 있을까. 이래도 수익이 날까. 앞으로 방콕을 갈 때는 고민없이 포시즌스 호텔입니다. 타 도시를 갈 때도 우선 고려 대상입니다. 너무 비싸서 망설이겠지만..

물론 포시즌스 호텔은 럭셔리급 호텔입니다. 당연히 서비스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간 투숙한 여러 곳의 럭셔리급 호텔에서도 포시즌스와 같은 느낌은 없었습니다. 일단 방의 위생이나 청소상태 가구, 가전 배치 등은 기본적으로 좋습니다. 욕실 좋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입니다. 

호텔 객실을 정상 가격으로 예약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50%에 가까운 할인을 받았습니다. 국내외 호텔 예약사이트를 부지런히 돌아다닌 결과였습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직원들은 정상 고객과 할인 고객을 은근히 구분합니다. 그 미묘한 차이. 할인 고객을 위축 시키고 기분 나쁘게 합니다. 마치 "이런 좋은 곳을 싸게 이용하는 놈들"이 된 기분입니다. 약간의 무시는 감수해야할 것만 같습니다.

얼마전 서울 서초의 P호텔에서 비교적 저렴한 패키지로 투숙한 일이 있었습니다. 프런트부터 약간 하대하는 느낌. 거기서 그 문제를 지적하면 자격지심이라고 할 것 같아서 넘어 갔습니다. 말레이시아 등 외국 호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포시즌스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반기는 듯한 느낌. 조근조근한 말투.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나는 예약을 싸게 한 것 외에도 두 명을 예약하고 초딩 1학년 따님도 대동했습니다. 하루밤을 지나고 밖에 서 놀다 온 후 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용 가운 등 용품이 잔뜩 놓여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방에 있는 따님의 옷 등을 보고 그 또래에 맞는 용품을 준비한 것 입니다.

그밖에 식당에서, 로비에서, 수영장에서... 편안함과 만족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 호텔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예약 처리입니다. 인터넷에서 예약을 할 때 실수로 날짜를 잘못 입력했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바우처를 내밀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손님 다음 주에 오시는 걸로 되어 있는데요?"였습니다.

이미 로비에서 이 호텔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나가기도 싫었습니다. 밤도 늦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당시는 추석연휴여서 한국의 여행사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바우처의 여행사 인도지사 등도 토요일이라 모두 쉬고 있었습니다. 

프런트는 고민을 하는 듯 하다, 한가지 제안을 하더군요. 일단 투숙해라. 그리고 이틀 후 월요일 여행사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변경해라. 만약 예약 변경이 되지 않으면 숙박비는 에이전트를 통해 할인받는 가격만큼만 내라.

월요일에 예약이 변경이 되면 베스트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할인받았던 요금만큼 내야합니다. 기존 예약금과 합치면 결국 100% 내는 셈입니다. 하지만, 즉석에서 일단 50% 할인을 받은 것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해 예약을 취소해 버리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그럼 예약금 전액은 아니지만, 위약금을 제외한 약간의 환급이 있습니다. 거기에 현장에서 할인받은 금액에 보태면 그럭저럭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해약은 안했습니다. 위약금도 적었고, 예약 변경을 통한 숙박비 지급도 불가능해지니까 모험을 걸었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하고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어떻게 해서 인도의 에이전트와 연락이 됐습니다. 바우처에 인도 에이전트 번호가 있어서 그쪽으로 했습니다. 그 친구는 "당연히 도와 주겠다"며 완전 호들갑니다. 안됐다면 위로도 합니다. 

다음 날 프런트로 갔습니다. 직원이 모두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인도 에이전트와 통화한 성과(?)를 이야기 하고, 앞으로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떠넘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다 바꾸이었으니 또 설명을 해야할 판이었습니다.

직원은 잠시 자료를 보더니, 내 상황을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그들의 제안 내용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인도 에이전트 전화번호를 감사히 받았습니다.


다음 날. 인도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포시즌스 어디냡니다. 그것도 모르고 도와준다고 했었나 --; 방콕이라고 했더니, 방콕지사 전화번호를 가르쳐 줍니다. 한국 에이전트는 추석연휴여서 여전히 불통입니다. 방콕에 전화를 했습니다. 자기가 지금 밖이니까 나중에 전화하랍니다. 그 이후 불통.. 

그렇게 사나흘이 흘렀고 호텔에서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이미 결제는 카드로 했고, 기존 예약 취소는 이제 못하는 것이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체크 아웃하고 짐을 맡기고 놀다 왔습니다. 예약 실수로 숙박비를 다시 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호텔의 서비스에는 완전히 만족했습니다.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고, 위로해주던 모습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호텔에 와서 짐을 찾아서 공항에 가려는데, 가방에 편지봉투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 그동안 여기 직원들은 방콕의 에이전시와 이야기를 해서 예약을 바꾸었습니다. 번호를 남겼는데, 그 사이에 그들이 알아서 조치를 해놓았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지... ㅠ.ㅠ 프런트로 갔습니다. 직원들이 활짝 웃었습니다. 아이고... 이 호텔에서 돈을 좀 써야겠다 싶었습니다. 로비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시켜서 마셨습니다. 케익도 먹었습니다. 당연히 돈 아깝지 않습니다. 지금 세이브된 게 얼만데...

이 체인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포시즌스 호텔(http://www.fourseasons.com). 캐나다 회사. 세계적인 체인이군요. 샤프라는 사람이 설립했고, 최근 빌게이츠가 지분을 사서 동업을 시작했네요. 

아무튼 방콕 포시즌스 호텔. 말이 필요없는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들이 물론 나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