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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stop smoking

담배의 마법을 추억하며… 금연 100일 돌파

by walk around 2009. 8. 21.


일주일 전 금연 100일을 돌파 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술자리에서도 담배를 단 한 모금도 빨지 않았습니다. 집과 사무실 근처의 흡연장소를 바라보면서 문득 담배와 공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뭐랄까 성냥팔이 소녀가 따뜻한 환상을 보는 것과 비교될만한 변화가 제 주위에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담배 연기가 퍼지는 공간이 갑자기 아늑하게 느껴지고 휴식과 상념을 위한 공간으로 순식간에 탈바꿈 합니다.

공원 벤치, 커피숍의 테이블, 보도와 차도를 나누는 난간, 아파트 계단의 창문, 흡연을 위해 발코니에 갖다놓은 의자, 차 안 등 모든 공간이 담배와 함께 공간의 성격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는 담배를 한대 피면 그 시름이 연기와 함께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전에는 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 괜시리 "야, 짜증나지 않냐?"며 불을 붙이곤 했습니다.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담배 맛있게 피려고 잠시 짜증 나는 척 한 것인지…

오늘 아침 출근을 하면서 지하철 계단을 오르던 한 할아버지가 미처 지상으로 나가기도 전에 지하철 통로의 강한 국지풍 속에서 힘겹게 불을 붙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급했던 모양입니다.

지하철에서 나오자 앞에 가던 아저씨도 허겁지겁 불을 붙였습니다. 출근 시간이 늦은 듯 전속력으로 걸으면서 마파람을 맞으면서 어렵게 불을 붙였습니다. 그 연기는 죄다 저에게 날아왔습니다. "저렇게 피면 담배가 맛이 없는데…" 별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담배를 즐긴다기 보다는 부족한 니코틴을 충전하기 위한 흡입이 아닐까.

담배가 중독 증상이 없어서 그냥 주변 공간을 나의 휴식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곳으로 만들 때만 꺼낼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문제는 금단현상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사람을 지배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금연 100일도, 금연 30일 전후에 오가던 금단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담배는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링크 : 나의 금연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