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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세아니아/호주 2000

빛바랜 잡지사진 같은 시드니 올림픽 사진들 - 2000 호주여행 1

by walk around 2010. 7. 5.

주말에 사진을 정리 했습니다. 앨범을 보니 2000년 호주 시드님 올림픽 때 출장간 사진이 있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고, 머리를 두세가지 색으로 염색한 제가 있더군요. 옆에 있던 7살 딸이 사진을 보고, "누구야?"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많이 생소한 모습입니다.

당시에는 디카가 없어서 필카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덕분에 사진이 별로 없네요. 거의 15일을 머물렀는데, 지금처럼 디카가 있었다면 아마 사진을 수백장은 찍었을 텐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사진 기록은 디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로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필카 사진의 특징은 대부분 인물사진이라는 점입니다. 사진 한장한장이 돈인데, 한가하게 주변 풍경 찍을 여유가 없었던거죠. 대부분 인증샷입니다. 그래도 그중에 찾고, 트리밍도해서 사진 몇 장 건졌습니다. 그런데 스캔을 한 사진의 화소가 변변치 않네요. 워낙 원판이 흐리멍텅하기도 하구요.


일을 끝내고 숙소로 가는 길. 밤 9시 정도 됐는데 숙소 앞에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4명의 꼬마 아가씨가 합창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같이 동요 같은 것을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을 함께 찍고 싶다는 말에, 이구동성으로 "Sure!"를 외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때 전폭적인 긍정이 사람을 얼마나 기분좋게 하는 것인지 알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한국에서 어떤 간단한 부탁을 받았을 때는 그냥 "네"하는 것도 좋지만, 가급적 "얼마든지!", "기꺼이!"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그런 말 한마디가 상대의 기분을 순간적으로 '확' 살아나게 한다는 소중한 경험을 이 꼬마천사들 덕분에 해봤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사진은 정말 빛 바랜 사진이네요.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


시드니 올림픽 파크 근처에는 여러 종목 경기장이 모여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는 눈 앞에 보이는 경기장은 양궁 경기장입니다. 저도 양궁을 현장에서 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종목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일대일 경기를 할 때, 상대 한번, 우리 한번 시위를 당길 때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이 숨이 막혔습니다.

장내 아나운서 역할도 상당한 것 같았습니다. 양궁이 포장만 잘 하면 평소에도 눈길을 끌 수 있는 종목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리버풀이라는 곳이 호주에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미국이나 호주에는 영국과 일치하거나 유사한 지명이 많은데,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리버풀은 꼭 가보고 싶습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은 9월 15일 개막했습니다. 낮에는 상당히 더웠고, 밤에는 쌀쌀했습니다. 10월초에는 밤낮으로 추웠습니다. 더운 낮에는 분수대마다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올림픽 파크 근처의 맥도널드입니다. 세계 각국 응원단이 허기를 때우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없었습니다.



맥도널드에서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이었지만, 친절하게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 행선지가 어디냐"고 먼저 물어보고는 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파크입니다. 상당히 큰 규모이고, 도시 외곽에 세워져 있어서 교통이 불편했습니다. 에지간한 곳은 걷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몰려왔고,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일하러 간 마당이었지만, 이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보이는군요. 실제로는 개고생하고 와서 돌아올 때는 "이런 출장 다시는 안온다"를 되뇌었습니다. 역시 사진은 현실을 왜곡하는 기능을 할 수 있군요. --;

올림픽 파크에는 IOC공식 파트너 삼성전자의 홍보관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원없이 할 수 있는 드문 곳 중 하나였습니다(컴퓨터가 한글이 안되는 것이 아쉬움). 삼성의 홍보를 보면서 올림픽파트너의 독점적 홍보의 효과와 공중의 집중도에 대해서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기간 내내 접한 삼성의 모습은 시드니올림픽의 안주인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숙소는 Newington의 올림픽 선수촌이었습니다. 선수촌의 절반 정도는 정말 선수들이 지내고, 일부는 업무 등을 위해 시드니를 찾은 사람들에게 임대를 해주었습니다. 밤에 도착을 해서 인증샷을 찍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교통이 완비되지 못한 신도시에 숙소를 잡은 것은 실수였습니다. 그보다는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같은 한국인도 많고, 전철역도 있는 곳을 숙소로 잡았으면 좋았을뻔 했습니다.

뉴윙톤 숙소는 너무 비쌌고, 시설은 과분했습니다. 수영장도 있고, 방도 여러개. 주방도 있구요. 그냥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처럼 입주받은 사람이 사람이 대회 이후에 들어와 사는 곳이었습니다. 시설이나 환경을 보니 시드니의 부자들이 향후 정착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 숙소는 교포의 소유였습니다. 수년전 호주에 와서 크게 성공을 했다고 합니다(하지만 스트라스필드에서는 이민에 실패한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시간이 날 때는 광장에서 중계를 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중계에 집중하기 보다는 먹고 일광욕하고, 대화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널부러져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꽤 잘사는 나라 호주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그 의문은 곧 풀리긴 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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