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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세아니아/호주 2000

축구경기 보기위해 애들레이드로 날아감 - 2000 호주여행 4

by walk around 2010. 7. 7.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은 많은 기대 속에 호주로 떠났습니다. 우연찮게 시드니까지 갔지만, 축구경기는 애들레이드라는 도시에서 진행 중이었습니다. 비행기로 한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었습니다. 시드니에 놀러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들레이드에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대표팀의 첫 상대는 스페인이었습니다. 9월 14일 벌어진 경기에서 대표팀은 0-3으로 패했습니다. 조별예선을 통과해 8강이 목표였는데, 너무 어이없는 패배였습니다. 당시 대표팀 멤버를 보면 왜 이 패배가 아쉬운지 짐작이 갑니다.

당시 멤버 중에는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 김도훈 이동국 이천수 유상철 설기현 등이 있었습니다. 고종수, 송종국 등의 이름도 보입니다.

다음 경기는 9월 17일 모로코와 경기입니다. 아마 토요일이었을 것입니다. 출장을 갔지만, 주말에는 쉬었습니다. 마침 스트라스필드 한인식당에서 "홍명보의 부상으로 강철이 팀에 합류했다"는 기사를 읽은 터였습니다. 지금까지 대표팀에 당시 제가 지지하던 부천SK 선수가 없어서 경기를 가지 않아도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강철이 간다면 말이 달라집니다. 그는 부천SK의 캡틴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애들레이드에 가야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나중에 부천SK에 입단한 최철우 선수도 엔트리에 포함)

일단 시드니 올림픽파크 매표소에서 표를 샀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새벽에 숙소를 빠져나와 애들레이드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물가는 평소보다 몇배 오른 상태. 그런데 노란 옷을 입은 저를 보더니, 매표원이 "student?"하길래, 대뜸 "yes!"했더니 학생등 같은 거 검사없이 할인표를 주었습니다. 땡 잡은거죠.

우여곡절 끝에 모로코와 경기를 보았습니다. 현지에 응원 온 붉은악마 회원들도 만났습니다. 이 경기는 1-0으로 이겼습니다. 이천수가 PK를 실패했는데, 튀어 나온 골을 다시 차 넣었습니다. 경기 후 현지 유학생들이 개최한 일일 나이트에가서 구석에 혼자 앉아 있다가, 유학생 숙소에서 염치없게 잠까지 자고, 다음날 시드니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이 일일 나이트에는 김흥국씨도 잠시 들렀다 갔습니다. --;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대표팀을 만났습니다. 제 눈에는 강철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표팀 최고 스타는 와일드카드 김도훈. 하지만 저는 사진을 딱 한장 찍었는데 강철과 찍었습니다. 셔터는 김도훈 선수가.. --; 주변에 이천수, 이운재, 김상식 등 대부분의 대표팀 선수들이 있었는데, 누구의 사인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제 자존심입니다. 선수는 팬이 있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계란과 닭의 문제가 아니라, 팬이 먼저입니다. (저 비니루안에는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짝퉁 레플리카들이 있었습니다 --;)

흠흠.. 그래도 딱 3번 받은 적이 있는데, 히딩크, 본프레레 등 2명의 국가대표 감독, 그리고 부천SK의 수비수였던 이임생. 이임생 선수는 99년도인가 생일파티 갔다가, 한참 나란히 앉아있게 된 바람에 유니폼을 쓱 내밀어 사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대표팀은 9월 20일 칠레와 경기에서 이동국의 골로 1-0으로 또 이겼습니다. 2승1패. 좋은 성적이었지만, 골득실에 밀려 8강에 실패했습니다. 정말 아까운 대회였습니다. 필카를 사용하던 시절이라 사진이 많이 없어 아쉽습니다. 당시 감독은 허정무. 박지성을 발굴하여 올림픽 대표에 합류시킨 것이 허정무였습니다. 다른 멤버들도 보면 2002주역이 많고, 지금 우리 대표팀 기둥도 많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남아공 16강의 성과가 하루 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시드니에 돌아와서 일을 어느 정도 마친 후에 시드니에서 경기를 하는 한국 대표팀 경기를 좀 다녔습니다. 축빠인 제가, 이런.. 야구장에서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먼 타국에서 야구장에 간 것이니 축빠 동지들의 양해가 있을 것으로 믿으며 --;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었습니다. ㅋ




경기장 주변에는 약간의 공터만 있으면 구경에 지친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있습니다. 졸고 있는 사람도.. 외국에서의 한시가 아까운 저와 일행들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간식을 오물오물.



스트라스필드에서 사귄 동갑내기 한국인 교포 친구의 새차입니다. 우리가 시드니에 있는 동안 차를 받았습니다. 얼마나 부럽던지. 차 주인이 주유소 간 사이에 잠시 포즈를. 엥꼬나는 바람에 새차 주인은 주유소로 달려갔습니다. --;

이 차를 타고 시드니를 떠나기 전날 현지인들만 안다는 비경을 구경했습니다. 하버 브릿지도 보고, 오페라 하우스도 보고, 호강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스트라스필드 역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던 핫도그가 생각납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달라면 막주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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