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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경기, 어떤 분위기일까? ①

by walk around 2010. 9. 21.

05 J리그 도쿄 베르디와 오이타 트리니타의 시즌 마지막 경기 관전기

2005년 12월 3일 도쿄 아시노모토 스타디움에 갔습니다. 특별히 이 경기를 보려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여행 일정 중에 J리그 일정이 겹쳐서 한 경기 보고 싶었습니다.

2002년 일본여행 때 도쿄 인근 사이타마에서 우라와레즈 경기를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J리그 경기를 더욱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우라와레즈 못지 않은 서포터를 보유한 니가타의 경기를 보고 싶었는데, 홈에서 경기를 한다니 거리가 너무 머네요. 운때가 맞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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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닿은 경기는 도쿄를 연고로 하는 도쿄 베르디와 오이타 트리니다의 95 J리그 시즌 마지막경기입니다. 사실 이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도쿄 베르디는 다음해 2부리그 강등이 확정 상태였습니다.

2부리그로 떨어지기 전 마지막 1부리그 경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볼 수 없는 장면이니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구단은, 선수들은, 팬은 어떤 모습일까?

도쿄 베르디는 무엄하게도 연고지 이전을 한 팀입니다. J리그에서 연고지 이전을 한 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도 관심사였습니다. 당시 제가 응원하던 부천SK의 연고지 이전 전이라 남의 이야기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이 끝난 후 2개월이 지나자 부천SK가 제주로 떠났습니다. 연고 이전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도쿄 베르디의 홈구장 아시노모토 스타디움은 도쿄 베르디와 FC도쿄가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근지하철역을 양 팀의 홍보물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 깃발은 FC도쿄, 오른쪽에 널린 깃발은 도쿄 베르디의 것입니다.

 

역 곳곳에 축구관련 장식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J리그 경기치고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우라와레즈 경기와 달리 유니폼을 입은 팬도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역에서 경기장까지는 꽤 걸어야 합니다. 우라와레즈의 사이타마구장은 더 멀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부천FC 1995의 홈구장의 교통이 완전 짱 입니다. 지금은 소사역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이지만,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가 곧 끝나면 걸어서 1분입니다. 아니 붙어 있습니다. 지하로 선수 라커까지 지하도를 내도 될 거리입니다. 한국 최고의 교통입지입니다.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FC도쿄가 가스회사가 설립한 구단이어서 인지 경기장 옆 전광판에는 가스불이 타고 있네요. 다른 화면으로 바뀌기도 하겠지만. 경기장은 약 5만석 규모의 초대형입니다. 종합운동장이라 가시성은 떨어집니다.

 


많은 격문과 같은 구호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연고이전팀 도쿄 베르디가 고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곳곳의 자원봉사자입니다. 그들은 "이쪽이 매표소입니다", "이쪽이 응원석 이쪽이 일반석입니다.",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관중을 안내했습니다. 오직 그들이 좋아하는 클럽을 위해서 입니다.



거의 다 왔네요. 매점이 보입니다. 연고지 이전 후 완전히 맛이 간 구단이지만, 용품 판매점의 소비자 수는 우리나라 인기구단 수준입니다.



시간을 잠시 건너 뛰어서 경기 후 도쿄 베르디 머천다이즈 판매점 앞의 사람들입니다. J1리그에 있을 때의 머천다이즈를 사두려는 것을까요? 다음해부터는 J2팀이니까요.



상대팀 오이타 트리니타의 서포터들입니다. 오이타는 도쿄보다는 차라리 한국에서 가까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정 서포터는 맹렬했습니다. 일부 도쿄거주 오이타 출신도 있다고 합니다. 


 

오이타 서포터 동영상입니다. 이런 자료를 정리할 때마다 나도 보다 전문적인 장비를 가져볼까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럴 계획은 아직없고, 일단 분위기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전체적인 원정서포터석 모습니다.



오늘 강등의 주인공 도쿄 베르디의 서포터입니다. 수로 따지면 역시 우리나라 K리그 인기구단 수준의 서포터입니다. 하지만 리그 마지막 경기 일본 수도팀의 서포터치고는 작은 수 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급속도로 몰락하는 과거 명문구단의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도쿄 베르디 서포터들도 성격이 참 좋습니다. 이렇게 응원할 기분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연고이전한 팀을 거저 먹었으니 2부리그 강등하더라고 팀이 있는 것이 감지덕지겠지요. 잘 모르지만 가와사키에서 따라온 팬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도쿄 베르디 이전 베르디 가와사키 시절에 이 구단은 J리그 최고 명문구단이었습니다.

원년 우승에 평균관중 2만5천. 다음해 또 우승. 그 이후 이상하게 빌빌 거리고 관중도 줄어듭니다. 급기야 연고이전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서지만, 이렇게 2부리그 강등까지. 2010년 현재 도쿄 베르디는 존폐의 기로입니다. 화면 속의 성격좋던 서포터들도 응원거부라는 애교스러운(가증스러운) 저항 중입니다. 부천SK(제주유나이티드)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스토리와 어쩜 이리 비슷할까요? 

관련글 : 대한민국 부천시와 일본 가와사키시의 기묘한 인연

제 생각에는 팬십을 이해하지 못하고 독단적인 운영을 한 구단 운영진이 구단 몰락의 첫번째 이유인 것 같습니다. 가와사키는 안되고 도쿄는 된다는 단순한 계산으로는 결고 축구단을 일으켜 세울 수 없습니다. 사이타마 우라와시는 인구 100만이 넘지 않고, 니가타도 작은 도시입니다. 사이타마에는 게다가 오미야라는 J리그 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연고이전은 축구팀에게는 원죄입니다. 적극적으로 풀어내지 않으면 영원한 굴레이고, 이 때문에 진정한 축구팬이 마음을 기울이기 쉽지 않게 됩니다.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경기, 어떤 분위기일까?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