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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경기, 어떤 분위기일까? ④

by walk around 2010. 9. 23.

구단 간부에게 야유하는 서포터들

블로그 운영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자기만족' 같습니다. 광고를 붙이긴 했지만 수익이라고 표현하기도 무안한 수준(아예 없는 수준)이고, 방문자 수도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닙니다. 95년 일본여행 당시 접했던 도쿄 베르디와 오이타 트리니타의 경기를 정리하면서 "이런 노가다를 내가 왜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폴더 속 파일로 머물고 있는 자료를 가공하여 콘텐츠로 선보이는 것은 제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에서 '연고이전'의 부당성을 알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일조하는 것과 '강등'이라는 한국 축구에 곧 다가올 생소한 시스템에 대한 예방주사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이 관중석을 거쳐 서포터 앞에 갈 때까지 도쿄 베르디 서포터들은 응원을 멈추지 않습니다. 행렬이 끝난 후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니폰TV의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팬들은 일단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네요. 하지만, 중간중간 야유를 합니다.

야유의 수준은 제 상식으로 볼 때는 좀 약하지만, 하긴 구단인들 2부로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진 것은 아닐테니까요. 이 순간에는 일본어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단 관계자 다음은 선수 대표의 차례입니다. 12월이니 상당히 쌀쌀한 날씨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대열을 유지합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J리그 선수들이 팬을 생각하는 정도와 K리그 선수들이 팬을 생각하는 정도의 차이가 확연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선수 대표가 이야기할 때는 팬들은 우호적인 분위기입니다. 적어도 이 순간에는 강등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기장의 많은 광고판을 보면 적어도 95년에는 스폰서가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강등이후 스폰서들이 많이 빠진 모양입니다. 요즘 팀의 공중분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팀이 망하는 것은 정말 순식간입니다.

저는 이런 극적인 몰락 이면에 연고이전이라는 실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축구팬 특히 서포터는 연고이전한 팀을 응원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더구나 도쿄에는 FC도쿄라는 대안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라는 2개의 연고지 이전팀이 있습니다. 두 팀 모두 한국에서 서포터 문화가 어느정도 형성될 때 움직였기 때문에 서포터 사이에서는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남패(남쪽의 패륜구단, 즉 제주유나이티드), 북패(북쪽의 패륜구단, 즉 FC서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팀들은 안타깝지만, 한국에 축구문화가 성숙할수록 연고지 이전이라는 원죄가 계속 들춰질 것입니다. 두 팀 모두 향후 100년을 위해서는 원죄를 털고 갈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구단에게도 또 해당 구단에게 다가가고 싶은 팬들에게도 목의 가시를 뽑아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논란은 있겠지만, 과거 연고지역의 팀 창단을 돕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있어도 결국 대체적이 여론이 "할만큼 했다"로 된다면, '패륜'이라는 수식어를 덜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아시노모토 스타디움입니다. 서포터 앞에서 아쉬움의 세레모니를 끝낸 구단과 선수단은 이제 본부석 앞에서 인사를 시작합니다. 니폰TV의 간부가 또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아마도 당시 니폰TV의 사장이 아닐까 추정됩니다만.


다시 시간을 약간 거슬러서, 선수단이 서포터 앞에서 인사를 한 후 팬들은 강등의 아픔을 날려 버릭라도 하듯 크게 응원을 합니다. 스타디움에는 분위기에 맞지 않게 흥겨운 음악이 나옵니다. 하지만 선수단은 축 늘어져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강등이 확정된 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후 06년과 07년 2년간 J2에 머무르게 됩니다. 07년 선전하여 08년 J1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팀은 점점 더 무너졌습니다. 08년 부진으로 1년만에 09년에 J2로 떨어지고, 10년에도 J2입니다.

이 팀의 명칭은 도쿄 베르디 1969입니다. 1969년 창단됐기 때문입니다. 창단 당시에는 요미우리FC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역사가 상당합니다. 이후 리그 우승,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도 올랐습니다. 베르디 가와사키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김현석, 김도근도 뛰었죠.

앞으로 이 팀은 어떻게 될까요?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경기, 어떤 분위기일까? ①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경기, 어떤 분위기일까? ②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경기, 어떤 분위기일까?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