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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ect

추억의 물건 - 녹음기와 확대경

by walk around 2010. 12. 4.

'정(情)'은 무섭습니다. 정 들면 이성이 마비됩니다. 저는 휴일 저녁이면 제 방에서 이것저것을 만지곤하는데, 물건들을 보며 그 속의 추억과 기억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간만에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서 보거나, 먼지 묻은 불건을 만지다가 방에서 걸레질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휴일 저녁에 그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건 중에는 몇 년만에 손에 닿은 것들도 있습니다.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입니다. 추억이 다 담겨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저장해 두자니 집은 점점 어지러워 갑니다. 옷장에도 안입지만 왜 그런지 아까운 옷이 잔뜩입니다. 아마 대부분 그럴 것입니다.

오늘도 몇 가지 물건을 찾아서 버렸습니다. 옛날에 살던 집 방열쇠, 몇년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불편한 손톱깍기, 하얀색 색연필, 어느 문구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폴리에스테르 필통 등. 그중 꽤 굵직한 물건이 두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녹음기입니다.


삼성 제품입니다. 인터뷰나 중요한 회의를 할 때 사용했습니다. 성능은 좋은 편인데, 볼륨 조절에 실패하면 주변의 잡음도 녹음이 많이 되곤 합니다. 지금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휴대폰에 녹음기능이 있어서 사실 유명무실합니다. 수년간 한번도 사용한 일이 없습니다. 오늘 이 물건과도 작별을 고했습니다.


작은 AA밧데리 2개가 들어갑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네요 ^^ 예전에 미디어 관련 일을 할 때, 한 행사장에서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그땐 아주 땡 잡은 기분이었습니다!


몇번이나 이걸 버려 말어 했는데, 이렇게 라도 기록을 남겨두니 아쉬움이 좀 덜합니다.

또 하나 살짝 비중있는 물건은 확대경입니다. 예전에는 잡지 등을 만들 때 필카로 촬영 후, 필름을 뽑아서, 불이 들어오면 판(엑스레이 필름 환자에게 보여줄 때 사용한 것 과 같이 배경이 불이 들어오는)에 필름을 올리고, 이 놈을 대고, 사진의 퀄리티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햔상할 사진을 고르거나, 필름 자체로 스캔을 떠서 지면에 사용할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디카를 사용하는 요즘. 추억이 서린 이 물건은 이제 소용이 없습니다. 이 친구 역시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재활용 되거나,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운좋게 발견되어 유용하게 쓰이겠죠. 벼룩시장에 들고 가면 몇천원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으로 집에 쌓여 있는 게 일이년이 아닙니다. ㅋ

요즘 다이어트 중인데, 짐도 팍팍 줄여서 집을 좀 가볍게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