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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압구정로데오, 신촌 그리고 가로수길, 홍대앞.. 다음은 어디?

by walk around 2011. 1. 5.

유행이 참 빨라졌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나 신촌 등의 명성은 서울이 있는한 그대로 갈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해 언젠가 찾아간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좀 심하게 말해서 어느 동네 골목의 분위기였다. 썰렁했다. 비어있는 점포도 보였다. 예전 압구정의 분위기는 인근의 신사동 가로수길로 옮겨갔다. 신촌의 명성은 홍대앞으로 옮겨간 것 같다.

신문이나 지인들의 분석을 빌리면 이렇게 유행이 변한 이유 중 하나가 '임대료'라고 한다. 젊고 창의적인 점포들이 높은 임대료가 있는 기존 유행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모여 둥지를 틀고, 젊은 사람들이 덩달아 모이면서 유행의 중심지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2000년경 가로수길은 정말 볼 것 없는 길이었다. 근처에 협력사 사무실이 있어서 한달 중 열흘은 가로수길에서 살았는데, 갈데 없었다. 차라리 인근 신사역 사거리가 번화했다.

그 밖에 북촌, 삼청동, 도산공원 앞 등도 한옥마을, 맛집, 명품거리 등으로 색을 내며 최근에 확 떠올랐다. 역시 2000년 경 도산공원 앞에 정말 썰렁했는데...(사무실이 그쪽에 있었다)


지난해 2월에 갔던 일본 도쿄 하라주쿠. 여기도 예전 명성 같지는 않았다. 어디로 주도권을 빼앗기려나?

문제는 홍대앞이나 가로수길의 명성이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행이 워낙 빨라서, 어찌될지 모른다. 몇일전 가로수실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는데... "가로수길에 손님이 많이 빠졌네요"라고 말하길래 "사람이 줄었느냐"라고 물어보니 "조금 줄었다"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어디에 사람들이 북적이냐"고 물었더니, 돈암동, 구로동, 목동 등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는다면 심각하게 성급한 일반화다. 다만, 이제 가로수길, 홍대앞의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그 공간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최근 서래마을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곳곳의 터줏대감 점포들이 사라지고, 대형 체인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그리고 부담이 어떤 한계를 넘으면 어딘가에서 다시 가로수길이나 홍대앞 분위기를 내며 다시 창의적인 거리를 꾸미지 않을까.

뉴욕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모양이다. <너 자신의 뉴옥을 소유하라(탁선호)>에서는 "사실 가장 핫한 지역으로 소호·첼시·이스트빌리지의 전성기는 이미 1990년대에 끝났다. 투박하면서도 예술적으로 충만한 공간, 상업시설과 부자들과 관광객에 완전히 지배 당하지 않고 고유의 정취가 남아있던 시절은 지나가버렸고, 가장 핫한 지역의 '명예'는 트라이베카·미트패킹로·덤보·윌리엄스버그·포트그린·레드훅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현상에 대해 "자본과 사람의 이동이 많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시차도 더욱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서울도 마찬가지같다. 이런 변화는 가든파이브같은 인위적인 이합집산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도시의 문화도 일종의 생태계와 같아서 통제되지 않은 가운데 보일듯말듯한 질서가 나타나며 자유로움이 느껴져야 꽃이 피는 것 같다. 그런 느낌이 있어야 거리에 앉아 오뎅을 먹어도 어색하지 않고, 나역시 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하나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가서 뭘해도 마음이 편하다는 소리다)

사람들이 다음에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모여 트렌드를 선도할까. 참 궁금하다. 대략 의외의 곳이 될 것 같다. 그 지역에 건물있는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난 이미 기성세대 물이 제대로 들어버린 '관전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