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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부천FC 1995 초대감독 곽창규

by walk around 2011. 12. 17.

첫 인상은 뭐랄까, "참 친해지기 쉽지 않은 분이다"였다.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일단 걸음마 수준의 신생 3부리그 구단의 감독을 흔쾌히 맡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팬들이 팀을 만들어 가느라 많은 게 미숙했고 힘든 게 많았다. 그런 가운데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팬 집단이 축구 경기인 출신과 접점을 만드는 첫 행위였다. 그의 등장으로 창단 작업 중에 큰 짐을 덜었다.

부천FC 1995의 초대감독 곽창규.

아주대 출신으로 대우축구단에서 선수, 아주대코치, 대우축구단 코치를 거쳐 부명정보산업고 감독을 역임했다. 부천FC 감독 취임 당시 부명정보고 감독과 겸임했다. 

이후 수차례 곽 감독과 대화를 하면서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대화를 시작하면서 말을 할 때, 머리 속에서는 다음 상황을 이미 그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미처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다음 이야기가 나간다. 이때 대화에 집중하지 않으면 또는 상황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날 여지가 있다.

선수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 이렇게 빠르게 나가는 생각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을 때도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한다면 아주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축구를 배운 터라 그 시절 축구선수 출신이 많이 그렇듯 말이 격할 때 있다. 하지만 뒤 끝은 없었다. 그럼 점은 아쉬운 점이자 매력이었다. 좀 더 부드럽게 했다면 오해없이 팀을 이끌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도 매력이고 듣다보면 내용이 있어서 좋았다.

경기에서 졌을 때, 선수들에게 한소리할 때 있지만 질질 끌지 않았고, 특히 최근에는 스타일이 많이 변하면서 경기 후에는 일절 다시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점은 그가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신식 지도자로 약간의 변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점에 동의했다.

선수에 대한 호볼호가 있었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선수에 대한 호불호가 없는 지도자는 본 적이 없다. 인간은 특정인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고,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선수도 경기에 나오면 꾸준히 출전시켰다. 심지어 뒤에서 자신을 비난한 선수도, 이를 알면서도 출전시켰다.

 

여기가지 이야기를 단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면, 재임 중 한 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는 팬 사이에서 인기도 좀 있었고, 실력도 좋았다. 그런데 개인 사정으로 일정 시점부터 훈련에 거의 나오지 못했다. 가끔 경기에 나왔는데 곽 감독은 대부분의 경우 그 선수를 출전시켰다.

전반기 종료 후 후반기 선수 등록 때 일부 팬들이 발칵 뒤집어 졌다. 곽 감독이 이 선수를 후반기에 쓰지 않겠다고 했고, 이를 일부 팬들이 알게된 것이다. 저항이 있었다. 감독 스타일 상 거두절미하고 "후반에는 누구 안써" 이렇게 짧게 말했고 이런 모습은 곧 매정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내용은 그랬다 

"연습에 거의 안나오지만, 실력은 우수하기 때문에 경기 때 오면 시합에 내보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습에 꾸준히 나오는 선수들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긴다. 그리고 해당 선수도 차라리 자기 일에 몰입하는 게 낫다" 

나는 이 이야기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이 거부감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감독은 이 결정을 철회했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한 번은 일부 팬과 일부 선수들이 감독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을 표출했다. 이 문제는 먼저 선수단 사이에서 제기됐고, 팬 사이로 퍼졌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선수들과 대화를 한 일이 있다. 

"현재 선수단 내 문제가 있나?"
"있다"

"이 문제가 감독문제인가?"
"일부 그렇다"

"현재의 문제가 다른 구단이나 자도자에게는 없는 것인가"
"있을 수 있다"

"부천FC에 오기 전에 많은 팀을 거쳤을 것이다. 현재의 문제가 그간 몸담았던 팀에 있던 문제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나?"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구단은 감독을 신뢰한다. 이대로 간다"
"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행히 당시 선수들이 솔직하게 대화에 임해줬다. 

어느 구단이나 문제는 있다. 감독이 모든 선수를 만족시킬 수 없다.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깥으로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불만이 확대 재생산되어서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선수가 선수단 내 이야기를 밖으로 옮기는 것은 팀에 대한 자해행위이다)

곽창규 감독은 부천FC를 기본적으로 상당히 사랑하는 사람이다. 창단 후 연간회원권을 판매힐 때 곽창규 감독은 단연 판매 순위 1위였다. 그리고 단골 식당 등을 지역후원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당시에 보여준 곽창규 감독의 헌신적인 모습은 그가 수년간 성적을 내지 않아도 비난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논리가 모든 팬들에게 전해지기에는 무리라는 것은 안다. 가까이에서 본 일부의 느낌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아쉽다.

부천FC의 성장에는 지자체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구단도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곽 감독도 틈이 날 때마다 힘을 보탰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호소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알아주었으면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한 번은 경기 시작전에 시의회 관계자가 오셨다. 경기 시작 직전 곽 감독은 그를 붙잡고 호소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곽 감독이 구단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한 것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럼에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었고, 이 때문에 저항이 없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는 팬이 있는 구단의 숙명인지 모른다. 사정을 알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은 이해를 하고 가지만 모든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2012년 시즌도 곽창규 감독과 함께 가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였고, 이에 힘을 주기 위해 심지어 일부 구단 운영진은 사퇴를 결정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이 곽창규 감독이 팀의 변화를 위해 먼저 결정을 내렸다. 열악한 구단 사정 때문에 요구했던 지원을 한번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상황에서 나온 결론이라 안타까웠다.

그가 지도력이 부족해서 또는 지원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아서 사퇴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주어진 환경과 자원에 어쩌면 꼭 맞는 수준의 결과를 일궈냈고, 때로는 그 이상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큰 틀에서 구단을 돕기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 생각한다. 

강력한 팬십이 존재하는 구단에서 감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상황도 많았을 것이다. 이때마다 곽 감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든 가족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대단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가족들의 지원은 언제나 한결같았고, 이 점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곽창규 감독에 대한 평가는 팬들의 자유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구단을 위해 한 여러 기여와 헌신은 그를 부천FC 1995의 고마운 초대 감독으로 기억하고 향후에도 역할을 꾸준히 부탁하고도 남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그가 젊은 또는 어린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더욱 부드럽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은 앞으로 새로운 필드에서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 번은 옷을 좀 젊어 보이게 입은 일이 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다. "옷이 멋져서 이겼다"는 덕담을 건냈다. 우연인지 아니면 의식했는지 그 다음에도 같은 옷을 입었다.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보였다.. 경기가 안풀릴 때, 심판의 판정에 문제가 있어 보일 때 속을 끓이는 모습도 수도 없이 보았다.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외 그의 가족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곽창규 감독 & 가족과 구단의 새로운 인연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