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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흑인이 백인 여성과 결혼한다는 것

by walk around 2009. 9. 26.

좀 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슬픈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답답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프란츠 파농'의 저서 <검은피부 하얀가면>의 내용 중 '유색인종 여성과 백인 남성'에 대한 내용에 약간의 의견을 더한 내용을 포스팅한 일이 있습니다.

<링크> 백인 남성에 맥못추는 여성의 기본 심리는 열등감?

프란츠 파농은 이어서 유색인종 남성과 백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그에 따르면 흑인들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는군요. 약 30년 전 한 흑인 남성이 금발의 백인 여자와 관계를 갖다가 절정의 순간에 "슐레허 만세"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슐레허는 프랑스 제3공화국 시절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유명한 베네통의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보고 "백인 경찰이 흑인 범인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흑인 경찰이 백인 범인을 잡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참 웃기는 상황인데요, 어찌보면 이해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대하는 기본적인 관점을 희화한 것일 수 있습니다.

미국 등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흑인이 백인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처음부터 사랑으로 이어진 커플일 수도 있고, 배경보고 만나다가 나중에 사랑으로 발전한 커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역시 성공한 흑인은…"이라며 부러움 또는 시기의 눈길을 보냅니다.

결국 이런 시선은 사람의 관계를 순수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관계를 사회구조·역사 등 다양한 배경을 대입해 해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령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과 관계를 가지거나 결혼을 할 경우,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백인 여성 앞에서 '마님'하며 굽신거리던 노예제도 시절을 생각하고는 눈 앞의 현실에 놀라움을 갖게 됩니다. 이를 일종의 식민지 근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링크> 프랑스 식민지 출신이 분석한 식민근성

<검은피부 하얀가면>이 포스트콜로니어리즘(postcolonialism·식민시대 이후 인식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요?) 시대에 대한 책이니까 아마 이 분석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 남성들 사이에도 비슷한 환상이 있습니다. 성인 남자들은 다 알아들을 것입니다. "일본에서 태극기를 꽂고 왔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 역시 식민시대를 거친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백인이 흑인을 지배하지 않았고, 일본이 한국을 강탈한 역사가 없었다면 이런 인식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 남자가 "유럽에 가서 태극기 꽂았다"라는 말은 잘 하지 않습니다.

흑인은 식민시대 이후 인식을 언제 모두 털 수 있을까요? 우리는 또 언제 털 수 있을까요? 식민시대 인식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는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결혼에도 아직 이런 해석을 해야할 정도로 불행한 과거사들이 있다는 것은 참 인간사의 비극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