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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파리아스 감독, 포항을 떠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

by walk around 2010. 1. 7.

파리아스가 포항을 떠났습니다. 그것도 이적설을 극구 부인하던 중동클럽으로 말입니다. 어제는 자신이 왜 포항을 떠나는지 이유를 밝히면서, 부족했던 구단의 지원 등을 언급해서 포항구단을 좀 긁어놓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파리아스가 포항을 떠나는 것은 나무나 당연하지 않을까요? 파리아스가 포항에서 올해 이뤄낸 업적은 너무나 엄청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클럽축구를 중시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약간 과장해서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에 견줄 수 있는 대역사를 이룩했습니다. 도대체 세계클럽선수권 3위가 얼마나 엄청난 성과입니까.

운이 좋아서 지난 11월 포항의 아시아 챔스 결승을 도쿄 현지에서 보았습니다.
전광판에 비친 파리아스 감독의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더욱 더 대단한 것은 스타가 없는 구단에서 기존의 선수들을 다듬어서 적지 않은 선수를 월드클래스로 올려놓았다는 점입니다. 아마 에지간한 축구팬들보차 아시아를 정복한 포항의 선수명단을 보면 잘 아는 선수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파리아스가 포항에 남는다면 암담한 현실이 기다립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주력 선수들이 포항을 떠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공백을 메꿔줄 비슷한 수준의 선수를 구단이 수혈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시아 챔스 시상식 모습. 기뻐하는 포항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
파리아스의 선물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구단도 당연히 최상의 선수들로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단이 과거와 달리 독립법인이 된 마당에 이제 수지타산을 염두에 둬야할 시점입니다. 예전처럼 모기업 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 입니다.

히딩크도 2002년 4강 신화를 이루고 남기를 바랬지만 떠나갔습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으니까요. 이미 정복한 산에 계속 머물 필요가 있을까요.

파리아스가 남을 경우 그에게 주어진 환경은 답답할 것입니다. 선수 누수현상으로 전력은 약화됐을 것이고, 성적이 전 같지 않을 가능성이 넓은데 팬들의 원성은 커질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파리아스 매직, 약발 다했나"라는 식의 기사가 넘쳐날 것입니다.

물론 계속 잘 나갈 수도 있지만, 구단의 선수수급 상황과 구단의 지원여력 등을 볼 때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남아서 귀신같은 용병술을 보인다해도 리그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 우승, 세계클럽 3위라는 역사적인 성적을 다시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성과는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대기록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축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선수들이 팬에게 달려가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챔피언이 되는 순간을 현장에서 만끽하는 이런 순간을 포항 팬들은 또 경험할 수 있을까요?
또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파리아스가 또 이뤄내기는 것은 거의 확률이 없지 않을까요?

아이 교육이나 가족문제 등은 어떻게 보면 작은 문제 같습니다. 그게 그렇게 문제였으면 파리아스는 작년에 떴어야 했습니다. 그보다는 너무나 엄청난 결과 앞에 상황이 변하고 열정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합니다. 제가 파리아스라도 포항을 떠나겠습니다. 포항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

물론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처럼 예외는 있습니다. 그리스 대표팀을 데리고 유로 2004 우승이라는 기적같은 결과를 일궈낸 오토 레하겔 감독은 그 이후 그리스를 떠나지 않았고, 그리스를 이번에 월드컵에 진출시켜서 우리나라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을 했지만 그리스는 예전의 그리스가 아니고, '오토대제'의 명성도 예전만 못한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는 누군가의 영웅을 밟고 일어나야하는 얄굿은 운명을 만났네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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