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부천FC 1995

'확' 달라진 부천FC 1995 팬들 '나의 구단을 위해서라면…'

by walk around 2008. 12. 17.


3부리그 팀인 부천FC 1995 팬들이 진행하는 캠페인이 축구팬 사이에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부천FC의 팬들은 축구계에서 과격하기로 이름난 서포터이기 때문에 이들의 별난 캠페인이 더욱 눈길을 끈다.

부천 서포터는 과거 K리그 부천SK를 성원하던 시절, 타팀 서포터와 마찰이 많았다. 상대팀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기 어려울 정도의 언어 폭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2008년 부천서포터 새문화 정착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구단의 주인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팀이 공포를 느낄 정도의 응원은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경기 전후에 보이는 모습은 과거와 딴판이다.

부천 팬들의 캠페인은 ▲경기도중 욕설금지 ▲경기장내 흡연금지 ▲경기도중 열광적인 응원, 경기전후 자원봉사 ▲경기직후 주변청소 ▲경기전날 경기를 홍보하는 문자 발송 ▲게시판 활성화 ▲구단을 후원하는 업체 적극 이용 등이다.

부천 팬들은 실제 캠페인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중 욕설은 100%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환골탈태' 수준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특히 홈에서는 일반 관중을 위해 거의 욕설하지 않는다. 흡연금지도 상당 부분 실천하고 있다. 적어도 관중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팬은 사라졌다.

직원이 1명인 부천구단은 팬의 자원봉사가 없으면 경기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기리그가 막바지인 현재까지 무리없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오히려 직원이 많은 다른 팀보다 경기진행 수준이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는 팬도 입장권을 구입해야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입장권을 판매때문에 경기를 못보는 팬들도 입장권은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그들에게 입장료는 내 구단을 위한 후원금의 성격이 있다.

경기 후 운동장 청소는 눈물겨울 정도다. 팬들은 " 구단이 운동장 측에 지불할 청소비가 부족하다 " 는 말이 돌자 자발적인 청소에 나섰다. 급기야 경기 후 화장실 청소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사진설명 : " 여기가 우리 구단 후원사야? " 경기 후 부천서포터가 구단을 후원하는 갈비집을 점령했다. 안에 자리를 모두 채우고 바깥의 테이블도 모두 차지했다. 이들은 모든 소비를 후원사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그들에게 후원사는 나의 축구단을 갖게 해 준 고마운 은인이다.)

구단을 후원하는 업체를 이용한다는 캠페인도 적극 실천 중이다. 일부 후원업체는 " 후원금의 몇배를 뽑았다 " 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팬들을 후원사를 일일이 찾아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팬들은 이메일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메일을 이용 중이고, 타 포털에 있던 소모임도 다음으로 옮겨왔다. 연고이전으로 등졌던 SK계열 상품에 대한 자발적 불매운동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일부 팬들은 " 조금씩 SK 관련 상품이용을 늘리다가 3년의 후원약속을 모두 지키면 SK를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용서는 하겠다 " 고 말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조기축구 또는 유소년 축구에 참여하는 팬들은 유니폼 후원사인 키카의 용품을 사용하고, 주말마다 스포츠토토에 참여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무실의 생수공급업체를 석수앤퓨리스로 바꾸기도 한다.

(사진설명 : 경기 후 뒷 정리 중인 부천 팬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홈경기 한번 치를 때마다 지역 후원사가 하나씩 늘고 있다. 지역후원사는 비록 1백만원 정도를 후원하지만 부천과 같은 작은 구단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후원업체는 갈비집, 여행사, 병원, 가구점, 타올업체, 사우나, 호프집 등 다양하다.

부천 팬들은 매 경기 전 경기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자신의 차에 경기 날짜와 시간을 인쇄한 현수막을 걸고 부천시 곳곳을 누빈다. 선수들도 팬들의 열의를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 는 의지를 밝히곤 한다.

(사진설명 : 경기 후 부천 팬들이 경기장에 설치된 A보드를 철거하고 있다.)

부천은 지방 원정 때마다 적어도 100명여명의 팬이 함께 떠난다. 자원봉사할 필요없이 경기를 만끽할 수 있는 원정경기는 부천팬들에게는 즐거운 이벤트다.

(사진설명 : 나의 팀이 있어 즐거운 사람들. 비록 3부리그 중위권 팀이지만 부천팬들은 이 팀 영원히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만들어 가야하는 팀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있었던 K리그 돌아갈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사진 / 이태후, 유기훈, 유호영, 오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