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부천SK 선수들, 부천FC 1995와 친선경기
" 우리를 성원했던 팬을 위해! " 의기투합
12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삼산월드체육관 인조잔디구장
< 곽경근, 이을용, 남기일, 이원식, 윤정춘 등 30여명 참여 >
" 어제 부천SK 출신 선수 20명과 만났습니다. 부천에 팀이 생겼고, 우리를 성원하던 서포터즈 헤르메스가 있는데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얘기하던 중 이 겨울이 끝나기 전 우리 이름을 외치던 팬들 앞에서 부천FC1995 팀과 친선경기를 갖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
지난 14일. 부천FC 1995 구단 관계자는 부천SK 출신 선수로부터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이 관계자는 구단을 운영하는 자원봉사 집단인 운영TF 멤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 예전 부천SK 선수들이 친선경기를 하겠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거야. 경기장부터 알아봐야 겠어. 곽경근, 이을용, 남기일… 그래 이원식 선수도 있네! 얼마전에 K3 경기에서 우리 골대에 골을 넣었던 조현두도 있네. 야… 뭐야. 듣고 있어? "
전화를 받았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전화를 받은 이 관계자는 체면을 불구하고 주루룩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구단 프런트와 TF는 바로 경기장 섭외에 들어갔습니다. 부천FC의 홈구장인 부천종합운동장은 이미 동절기를 대비해 잔디를 비닐로 덮었습니다. 운동장을 관리하는 부천시 시설관리공단에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아쉬웠지만 그들의 철저한 관리 덕분에 부천FC는 세계적인 수준의 잔디구장을 홈구장으로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부천SK 시절 부천종합운동장이 완공되기 전 사용해 추억이 서린 목동종합운동장, 부천 관내의 인조잔디구장 등 닥치는 대로 장소를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그리 조기축구회가 많은지…. 예약이 비어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강서, 구로, 과천, 일산… 경기장 섭외의 범위는 점점 넓어졌습니다. 선수들이 스케쥴을 잡아서 알려준 시간은 12월 26일 금요일. 구단의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경기장을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행사는 무산직전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하늘이 도왔는지 경기장을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홈구장은 아니지만 일단 이벤트를 진행할 장소를 잡은 것입니다. 2, 3일 동안 경기장을 구하기 위한 전쟁같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선수들도 " 헤르메스를 만날 수 있다면 장소는 상관없다 " 는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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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 " 어렵게 팀 만들어낸 서포터를 위해 무언가 하자 " 의기투합 >
참가선수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부천의 축구팬에게는 각별한 선수들입니다. 니폼니시의 축구를, 목동의 추억을, N석을 가득 메우던 헤르메스의 기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맨 정신으로 이름을 끝까지 읽을 수 없을 것입니다.
참가가 확정된 선수들은 조성환, 김기형, 박민서, 윤정춘, 윤중희, 정필석, 곽경근, 이을용, 이원식, 조준호, 이동식, 한동진, 이성재, 이상홍, 김한윤, 김대권, 최월규, 박신영, 신승호, 신현호, 최철우, 김정수, 이상훈, 최형준, 남기일, 최거룩, 김우진(김동규), 조현두, 박동우, 박철, 김은철 등 31명입니다. 그리고 이임생, 강철, 전경준, 윤원철, 김기동이 스케쥴을 조정 중입니다.
부천 서포터의 모든 것이었고, 각 선수별로 수년간 펜스를 사이에 두고 맞이했던 사이입니다. 이중에는 개인콜(개인 응원가)를 갖고 있는 선수도 꽤 있습니다.
어느날 5명이 기차 타고 떠났던 광양원정에서 결승골을 넣은 곽경근 선수와 마주쳐 선수콜을 부르며 열광했고, 십수경기 무승을 끊은 이원식 선수를 무등태워 달렸습니다. 비오는 날 목동에서 헤트트릭을 터뜨린 이성재 선수를 목이 터져라 불렀고, 2002 월드컵 이후 터키로 떠난다는 이을용 선수의 성공을 빌며 눈물로 보냈습니다.
조성환의 기막힌 드리블은 아직 눈에 선하고, 컨디션 좋은 윤정춘은 윤정환보다 나았습니다. 남기일의 중거리 슛에 열광했고, 상암에서의 최철우의 골도 서포터의 가슴에 남았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와일드카드로 탑승한 강철을 응원하기 위해 몇몇 부천서포터가 적금을 털어 원정을 떠났습니다. 창단 준비를 할 때는 김기동의 메시지에 감사했습니다. 김한윤을 왜 국가대표로 뽑지 않느냐며 투덜대기도 했습니다.
비록 종합운동장은 아니지만 그런 선수들과 부천의 서포터가 다시 만납니다. 부천서포터는 천신만고 끝에 팀을 만들어 지난 시즌 처음으로 K3리그에 진출했고, 새로운 선수들과 정을 쌓아가며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길에 옛 영웅들이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해 한 없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 구단재정 어렵지만, 수익금은 모두 불우한 이웃에게 >
" 우리에게는 그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리움은 우리만 느꼈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
부천FC 구단의 공지사항 중 일부입니다. 도대체 서포터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인지, 구단의 공지사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내용은 팀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시간을 비워서라도 가겠답니다. 이렇게 해서 부천FC 1995와 부천FC OB의 친선경기가 확정되었습니다. 입장료 징수를 고집하던 부천구단은 이날은 자율적인 기부를 받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기부금은 모두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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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지난 11월 8일 시즌 마지막 경기 후 마주 선 부천FC 1995 선수들과 팬. 부천서포터는 연고이전으로 팀을 잃은 후에도 흩어지지 않았고, 과거 부천SK 시절 선수들은 그런 서포터를 위해 자선경기를 펼친다.)
12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삼산월드체육관 인조잔디구장(상동호수 공원 앞, 부천영상단지 옆)에서 경기가 개최됩니다. 비록 종합운동장은 아니지만, 축제를 하기에는 손색이 없습니다.
부천구단은 앞으로 OB와의 자선행사를 정례적으로 치르는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시기를 당겨서 홈구장에서 제대로 판을 벌일 계획입니다.
부천서포터는 올해 그 누구보다 큰 선물을 받게 됐습니다. 그들의 팀이 생겨서 리그를 소화했고, 내년에도 리그 참가를 신청했습니다. 불경기에 모두 합심하여 후원사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과거 친구였고, 우상이었던 선수들과의 재회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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