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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taste

정크푸드 대명사 햄버거, 슬로우푸드로 변신

by walk around 2010. 9. 22.

8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햄버거가 오히려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날, 돼지갈비 외식과 햄버거 외식이 서로 경합관계였습니다. 동네(강동구 명일동)에 있던 '훼미리'라는 패스트푸드점은 멀리서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훼미리는 어쩌면 햄버거라기 보다는 핫도그에 가까운 것 같긴 하네요. 핫도그도 고급 음식이었으니, 햄버거는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다 90년대부터 햄버거가 가장 만만한 메뉴가 된 것 같습니다. 00년에 들어서는 만만하다 못해 먹을 때마다 건강이 염려되는 정크푸드로 전락했습니다.

약 10년전. 동네(강서구 방화동)에 이상한 햄버거집이 생겼습니다. 인테리어는 단촐했지만, 썰렁하기 보다는 절제미가 있었고, 메뉴는 햄버거인데 주인장 혼자가 종업원의 전부였습니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와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호기심에 햄버거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거의 20분이 넘게 지나자 햄버거가 나왔습니다. 햄버거를 슬로우푸드로 변화시킨 식당이었습니다. 맛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자주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집에서는 잠만 자는 생활을 하다보니 자주 못 갔습니다. 몇개월 후 다시 갔더니 문을 닫았습니다. 너무 트렌드를 앞서 갔던 것일까요?



지금은 회사근처 서래마을, 서초역 인근에 햄버거를 슬로우 푸드로 만든 식당이 넘쳐 납니다. 크라제버거와 같은 스타일의 개인 식당이 줄줄이 문을 열고 있습니다. 점심 때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이렇게 세트메뉴에 만원이 훌쩍 넘는 것은 보통입니다.

사진은 서초역에서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길에 골목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카페길벗'의 버거입니다. 커피는 그다지 맛이 나지 않습니다만, 버거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햄버거를 단순히 오랜 시간동안 만드는 게 아니라, 식재료일 것입니다. 식재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게 슬로우하게 나오는 햄버거를 비싸게 먹을 때의 아쉬움입니다. 사실 늦게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패스트푸트 가격의 2배 이상을 받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슬로우푸드 햄버거를 보다보니 또 집에서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햄버거 패드의 구성을 집중 연구해봐야할 듯. 10년전 햄버거를 슬로우푸드로 만들었던 동네 식당 사장님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도 궁금하네요. 역시 선구자는 외로운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