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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book, movie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려면 안구를 빠르게 움직여라

by walk around 2011. 2. 26.

나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했다. 몇년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 중에 길을 뛰어 건너던 7살 정도되는 여자 아이가 트럭에 치이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정말 고생했다.

당시 여자아이는 사고 후 몇 미터를 날아갔고, 뒤 따라오던 엄마가 절규하며 아이를 들쳐 안았다. 그리고 가해자의 트럭을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4살 정도되는 남자아이는 누나의 사고보다 엄마의 절규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트럭에 탔다.

그 후 상당기간 그 영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운전할 때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아이는 괜찮을까? 사고 후 조심스럽게 옮겨야 하는데, 너무 세게 안고 가던데.. 신경이나 척추는 괜찮을까? 어린 동생은 많이 놀라지 않았을까? 아이의 아빠는 아이의 엄마를 혼내지 않았을까? 다친 아이의 일그러진 표정도 머리에 떠올랐다. 사고 후 바로 여름휴가였는데, 휴가 내내 내가 이렇게 쉬고 있는 것이 사치로 느껴졌다.

그 이후 아이에게는 "차 조심해라. 좌우 살피고 건너고, 건널목에서 뛰지 마라, 골목에서 큰 길 나올 때 특히 조심해라"라는 말을 반복한다.

나의 PTSD는 한두달 만에 자연치유되었다. 그런데 상당기간 PTSD에 시달리면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마음>에 따르면 PTSD 환자들에게 최근 많이 권장되는 치료법이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Reprocessing)라고 한다. '안구 운동 민감소실과 재처리요법'으로 번역된다는데, 쉽게 말해서 눈을 빠르게 움직이면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진다는 점에 착안한 요법이다.

프란신 샤피로 박사라는 학자가 개발한 것인데, 렘수면이라고 하는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개그맨 이경규는 안구를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이 있으니, 그것을 할 때마다 좋지 않은 기억이 왕창 사라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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