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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 story

부천FC 창단, 구단 창단하고 운영할 대행사를 선정하면 어떨까?

by walk around 2011. 11. 8.

시민구단 창단 조직위는 대부분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생업을 뒤로하고 창단 작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창단 및 운영을 대행할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조직위와 서포터즈클럽 헤르메스는 창단 대행사의 업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대행사는 실무를 진행하고 팀이 창단되면 운영까지 하는 그림이었다.

공적, 사적으로 알게된 업체들과 접촉을 했는데 마침 한두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중 한 업체와는 구체적인 창단 논의가 이어졌다. 주로 서울시내 커피숍을 전전하며 이뤄진 창단논의는 희망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조직위는 대행사가 지자체에 하기 힘든 요청도 시민 입장으로 할 수 있었는데, 대행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당시 조직위는 아래와 같은 요구를 시 측에 하겠다는 입장을 대행사 후보들에게 밝혔고, 실제로 요청을 했다.(아래 문서)


이런 과정을 거쳐 창단 및 운영대행을 희망하는 업체의 PT를 보고 진행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직위는 서포터 위주라고 하지만, 간부진에는 부천지역의 어른들도 이름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그래야 조직위 일부 구성원의 결정이 아닌, 시민의 결정이라는 명분이 설 수 있었고, 대행사가 무엇을 근거로 부천시를 대표하는 구단을 만드는 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었다.

PT 결과에 따른 대행사 선정은 낙관만 할 수는 없었다. 시민모임에 속한 지역 어른들이 모두 서포터와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천시축구협회가 창단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당시 부천시축구협회가 구체적인 창단 작업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포터들은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대행사의 의지나 역량보다는 뭐가 되는 빨리 진행했으면 하는 의견이 많았다.

축구계 일각에서 대행사를 통한 창단 및 운영에 회의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조직위 내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 사실 대행을 희망하는 업체의 의지도 상당히 강했고, 꽤 구체적인 비전도 내놓았다.

대행을 희망하는 업체는 결국 한 곳으로 추려졌고, 이 업체의 조직위에 대한 PT가 2006년 5월 21일로 잡혔다. 장소는 지금은 사라진 대학로의 붉은악마 쉼터였다.

PT를 앞두고 창단 대행을 염두에 둔 업체는 서포터들에게 약간의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그쪽에서 내걸었다기 보다는 사실상 서포터가 주축인 조직위가 대행사를 유혹(?)하기 위해 내걸은 조건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내용을 보면 부천 서포터들이 얼마나 팀이 생기기를 원했는지 절실한 심정이 느껴진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팀이 창단 되면, 최소한 팀의 재정이 안정될 때까지 경기 당일 일부 회원들이 지하철 역에서 경기장까지 경기시작을 알리는 홍보전을 한다.

- 팀이 창단되면 매표, 경기장 질서유지, 종합운동장 주변의 시민들에 대한 경기 홍보 등을 위한 자원봉사를 지원한다.

- 팀에 대한 투자자, 스폰서 등에 대한 물품 구입, 업소이용 등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다.

- 서포터 역시 정상적인 표를 구입할 것이며 무료 티켓은 거부한다.

- 구단이 부천시에 팀 운영을 위한 요청을 할 경우, 요청 내용에 동의한다면 적극적으로 서포트한다.

- 경기장 내 폭력과 욕설을 하지 않고, 시민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다.

이상의 내용은 부천서포터 헤르메스 대표자 모임에 제기되었고, 대표자들은 동의했다. 아마 이보다 더한 요구에도 부천서포터들은 동의했을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이 만들어 운영하는 팀을 편하게 응원하다가 이제 팀을 만들어 응원할 상황이 닥친 셈이다.

마당이 넓은 대저택에 살며 기사 딸린 자가용 타고 다니다가, 졸지에 길바닥에 나앉은 상태에서 이런 저런 조건을 내걸고 문간방이라도 들어가게 해달라는 상황이 비유가 될지 모르겠다.

이런 부천서포터의 의지는 창단 및 운영대행을 염두에 둔 업체에게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