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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 story

지역 국회의원과 만남을 앞두고 설레며 준비한 미팅자료

by walk around 2011. 10. 21.


관련글 : 팀을 잃은 부천서포터, 창단준비위 구성하고 지역 명사들 만나다

앞서 연고이전으로 구단을 잃은 부천SK의 서포터즈클럽 헤르메스 중심으로 구성된 창단준비위가 손학규 도지사, 김문수 의원 등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이 만남은 원래 김문수 의원을 만나기로 한 자리였는데, 마침 함께 행사에 참여한 당시 손학규 도지사도 함께 했습니다.

당시 준비위는 김문수 의원과 약속이 잡힌 후, 부푼 마음으로 대화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그 자료를 컴퓨터 하드에서 찾았습니다. 이 자료를 눈썹 휘날리며 한가닥 희망을 붙잡는 심정으로 작성한 기억이 납니다. 파일 이름이 "060218_문수만남"입니다. 2월 19일 만났으니, 미팅 전날 밤에 작성한 모양입니다.

다음은 당시 미팅자료 입니다. 일부만 올렸습니다.

■ SK 연고지 이전 관련

- 이전 발표 몇 일 전까지 부천 축구팬을 만나, 팀의 발전 계획과 운동장 보수문제, 선수단과의 만남 행사 등을 논의했다. → 은혜를 베푼 시민을, 마치 원수를 대하듯 철저하게 속였다.

- “관중이 없다”며 구단도 기업이라는 말을 연고지 이전이유로 내세웠지만, 부천은 관중이 많은 도시다. 20연패 하는 등 팀이 파국으로 치닫자 팬이 떠난 것이다. 팬을 떠나보내고 팬이 없다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 특히 “부천은 축구팬이 없다”는 이 발언은 부천에 축구단을 만들고자 하는 다른 기업이나 축구계 인사들의 의욕을 완전히 꺾는 망언이다. 그동안 축구단을 사랑한 부천시민에게 이럴 수 있나

- 현재 전국의 축구팬들이 SK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시위를 할 때는 부산, 전주 등에서 축구팬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온다. 그런데 부천시가 조용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시청의 미온적인 태도는 전국의 축구팬의 놀림감이 되고 있다.

■ 연고지와 축구

- 강력한 지역연고제는 축구 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축구 선진국은 예외 없이 강력한 지역연고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연고이전이 아예 금지된 곳이 대부분이다.

- 축구단은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대변한다. 스페인, 이탈리아 모두 그렇다. 지역민들은 축구단을 중심으로 뭉친다. 일본의 전례를 볼 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되어서 여가 문화가 다양해지면, 축구단이 없는 도시는 매우 썰렁할 것이다.

- 대부분의 도시가 축구단을 창단하고 주말마다 경기를 즐길 때, 부천시민은 완전히 소외될 것이다.

- 많은 언론들이 그동안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강력한 지역연고제를 꼽아놓고 이번 SK 연고지 이전 사태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다. 부천 축구팬들은 덕분에 매우 외로운 상황이다.

■ 부천의 축구 시장

- 부천은 시 자체 규모나 강서, 양천, 구로, 시흥, 김포 등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로서 인접 지역 축구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게다가 전국에 자랑할만한 홈구장을 가지고 있다. 축구단이 없으면 종합운동장이 그대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주말에 종합운동장 공원에 가면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SK구단이 중간 정도 성적을 거두던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던 사람들이다. 기업의 구단이 아닌, 시민구단이 생기면 이들은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올 것이다.

- 부천에는 붉은악마의 모태가 된,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 서포터가 있다. 이들은 시민구단이 만들어질 경우 더욱 늘어날 것이며 시민구단이 비용 문제 등으로 할 수 없는 홍보 등의 업무를 자발적으로 처리할 것이다.

부천시에 축구팬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 부천SK가 중간수준의 성적을 유지할 때,
관중석을 메운 관중동원 리그 1위 부천시였다.

■ 향후방안

- 부천시의 열린 태도가 가장 시급하다. 부천시가 연간 5억 정도의 유형․무형의 지원을 해주면 시민구단 창단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5억이라는 액수는 1년 내내 축구단이 시민에게 제공해주는 각종 순기능을 볼 때 결코 큰 돈이 아니다.

- 구체적으로, 축구단의 운동장 무료 사용, 축구경기 당일 매장 운영권, 연 3억 정도의 타이틀 스폰서, 그리고 기존 SK구단에 해주던 지원 정도를 더하면 될 것이다. 사실 이정도 마음을 먹으면 시 자체적으로 창단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 특히 창단 자금의 경우, 부천과 부천시민을 무시한 SK의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 대기업팀이 이전을 할 때는 원래 연고지에 어느 정도 지원을 하는 것이 도리다. 과거 안양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할 때는 안양에 10억원의 시민구단 창단기금을 내놓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시민구단 창단을 위해서는 20억원의 창단자금과 연간 5억원의 지원금을 5년간 받아내야 한다.

- 2만 달러 시대가 되어 축구가 상품이 될 때, 팀을 만드는 것은 늦다. 지금 지방 중소도시들도 앞 다퉈 팀을 만들어 K2리그에 입성하고 있다. K2리그 구성이 완료되면, 그다음에는 K3리그로 내려가야 한다. 그다음에는 K4로 떨어진다. 시간이 없다. 당장 추진해야 한다. K3에서 K리그로 올라가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고 수익에도 문제가 생긴다.

-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억대의 투자를 할 수 있는 부천 출신 기업인들이 있다고 들었다. 부천시 출입 기자들의 전언인데, 시청의 꽉 막힌 태도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상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부천FC를 창단한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김만수 시장의 부천시는 부천FC 구단에 매우 협조적이다. 다만 그 협조가 말로만 협조가 아니라, 실제 도시의 격에 맞는, 그리고 미래를 담보할 수 이쓴 수준의 협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