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부천 story

2006년 삼일절 국가대표 앙골라 평가전에서의 연고이전 반대시위

by walk around 2011. 10. 27.

이전글 : "反연고이전 시위를 국가대표 경기 때 하면 어떨까?"

 

이전글을 먼저 봐야 이 글이 이해될지 모르겠다. 부천SK의 연고지 이전을 비난하는 시위를 국가대표 경기 때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된 후, 일부 축구팬들은 자발적으로 활발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축구팬들이 준비를 하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실제 경기장에서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준비가 대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위준비 사실이 알려지자, SK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본 것 같다. 마침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전국에 중계되는 경기에서 자사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SK 측은 이 경기시간에 시청 앞에서 거리응원을 할 예정이었다. 자사가 개최한 대형 이벤트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대형 전광판 앞에 섰는데, 화면에 온통 SK를 비판하는 시위 장면이 잡힌다면 참 장난이 아닐 것이다.



경기를 몇시간 앞두고 SK측에서 부천비대위 쪽으로 연락이 왔다. SK측은 ▲제주로 연고이전한 것은 유감이나, 일단 이전한 것이니 다시 움직일 수는 없고, 이 구단을 잘 운영하여 축구계에 기여하겠다 ▲부천에 시민구단이 창단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지원할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축구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겠다 이렇게 3가지를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떤 조건을 걸지는 않았으나, 앙골자전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하였다.

SK 측 임원이 "회사의 위임을 받았다"며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일단 문서가 없는 구두인 데다가 이미 앙골라전 시위는 활시위를 떠난 상황이라 조정의 여지는 없는 상황이었다. 부천 비대위가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축구팬 일반의 행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전반에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하고 또 후반에 붉은 옷을 입고 시위를 하는 것에 사람들이 많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간만에 대표팀 경기를 즐기려는 마당에, 실제 대표팀과는 무관한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현장 여론이 좋지많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경기 때 집에 있었다. 그래서 현장 분위기를 몰랐다. 경기 시작 직전에 SK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첫 마디가... "검정색입니다. 온통 검정색입니다"였다고 한다.




TV를 봤다. 상암구장 N석은 거의 100% 검정색이었다. 현장에 있던 후배의 들뜬 통화. "누가 검정 비닐봉지를 뿌리니까 사람들이 다 입어요. 연고지 이전을 규탄해야 한다면서!" 소름이 돋았다.

현장에서는 전반 내내 연고이전 반대시위가 이어졌다. 그 장면은 중계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계진을 이를 자세히 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들었지만, 현장에서 일부 시위자체 또는 시위방법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마찰은 있었으나 대체로 강하게 시위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 시위 이후 붉은악마는 역풍을 맞았다. 연고이전의 문제점을 알지 못하는 일반 팬과 언론이 "경기에서 시위를 했다"며 "압력단체가 됐다", "순수성이 변질됐다" 등의 비판을 했다. 물론 소수 "붉은악마를 위한 변명" 등의 제목으로 시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기사도 있엇다.

내부적으로도 시위에 반대했던 측과 약간의 다툼이 있었다. 곤란해진 붉은악마에 미안함을 느낀 부천서포터는 붉은악마의 협조에 감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위는 일단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하긴 마냥 시위를 한다고 SK구단을 다시 돌아오라고 할 것도 아니었다. 이제 스스로 창단을 할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어차피 서포터는 한번 뿌리내린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팀을 만들지 않으면, 축구를 못 보는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