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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stop smoking

금연 10일째, 나도 가는 길에 담배 찾을 생각입니다

by walk around 2009. 5. 24.

줄어들던 금단 현상은 금연 10일째를 맞아 다시 기승을 부립니다. 오른쪽 귀 부근부터 정수리까지 참기 힘든 편두통이 왔습니다. 한 서너시간 괴롭히다가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는 신체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어려움은 여전했습니다. 특히 거한 술자리가 있었는데, 눈 앞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 모습을 보니 마치 맛난 음식을 먹는 사람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만 참으면 10일이라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참았습니다. 손도 막 주물러 보았습니다. 나중엔 손이 아팠습니다. 마음 속으로 "나도 독한 놈 한번 되보자"라는 말을 계속 되뇌이기도 했습니다.

담배란, 참… 이렇게 금연 후 10일째가 되는 날까지 사람을 괴롭힐 정도로 대단한 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금연일기는 금연을 시작하고 5일째 되는 날 시작해서 몇 일 쉬면서 작성해서 매일 메모한 것을 보며 10일째 되는 날까지 써봤습니다.

이글을 쓰는 오늘은 사실 금연 17일째 되는 날 입니다. 17일째까지 오면서, '금연으로 현금이 절약됐다'는 얄팍한 생각에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막 샀습니다. 덕분에 지출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담배대신 쇼핑으로 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어제 서거하신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 전에 담배를 찾으셨다고 합니다. 함께 있던 분이 담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가시기 전 시름을 연기로 조금이나마 날렸다면 그나마 남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을 텐데… 나도 꾹 참고 있다가 삶을 마감하기 전에 다시 담배를 찾을 생각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발전의 힘으로 작용하기 기대합니다.




<금연일기>

금연 첫날, 명치부분에 묵직한 것이…
금연 이틀째, 치통이 시작되다
금연 3일째, 손발이 저려…
금연 4일째, 어지럼증에 휘청~
금연 5일째, 참은 게 아까워지다
금연 6일째, 목 뒤가 땡겨
금연 7일째, 이제는 피부도 따끔따끔
금연 8일째, 금단현상이 사라지기 시작
금연 9일째, 담배피는 꿈을 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