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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세아니아/싱가포르 2009

한국기업이 건설 중인 싱가포르 랜드마크 직접 가보니 - 2009 싱가포르 여행 4

by walk around 2009. 9. 16.

싱가포르 여행 중이었던 지난 8월 23일. 투숙하고 있던 콘라드 센테니얼(Conrad Centennial) 호텔에서 세수를 하고 무심코 창 밖을 내다 봤습니다. 건물 사이로 낯익은 건물이 보였습니다.


앗! 저것은? 우리나라의 쌍용건설이 만들고 있다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

57층짜리 3개 동이 나란히 서 있는 이 건축물은 대한민국 해외건설 4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건축 프로젝트입니다. 6억8600만 달러(9,000억원)짜리 입니다. 싱가포르는 이 프로젝트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군요.


이건 개인 블로거가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죠? 헬기 탄 것 같은데…
쌍용건설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아마 이 일대가 복합 리조트로 건설되어 각종 국제 컨퍼런스는 물론 관광 수요까지 쭉 빨아들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싱가포르가 국제적 여행지로 탈바꿈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마리나 베이도 아마 그 일환인 듯 합니다.


비행기에서 본 간척지.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마리나 베이가 있는 곳과 인근 신도시라고 할 수 있는 선텍시티(호텔, 컨퍼런스, 쇼핑 둥 복합 문화공간)는 대규모 간척지라고 합니다. 대규모 간척지 중 많은 곳이 아직 누런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대규모 공사가 여기저기서 진행 중이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계 싱가포르인 Jang씨는 "대규모 간척으로 싱가포르 주변에서 물고기와 산호가 사라져 간다"며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는 일단 땅이 급한 것 같았습니다. 싱가포르는 국토를 권역별로 확실하게 특성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크게 나눠서 말레이에 인접한 북부는 친환경 생태, 싱가포르의 돈줄이 되는 물류와 사람이 오가는 남부 중 일부는 개발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의 출처도 쌍용건설 홈페이지입니다.
한참 건설 중인 모습인데 바로 선 건물과 기울어진 건물을 서로 만나게 하여
힘을 받아 지탱하게 하는 데에 최신 공법이 총동원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건물은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피사의 사탑' 기울기인 5.5도보다 약 10배 더 기울어지게 설계되었습니다. 덕분에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진도 쌍용건설 홈페이지가 출처입니다.


쌍용건설은 이 공사를 지난 2007년 9월 수주했습니다. 그리고 까다로운 건축물 설계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인 미국의 모세 샤프디가 설계했습니다. 싱가포르의 관문을 상징하도록 설계되었고, 그래서인지 '入'자 형태입니다.


가까이 가 봤습니다. 주변이 완전 공사판이라 아이까지 딸린 관광객 입장에서
더 가까이 가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리고 건축물을 보고 내가 감탄하며 사진을 찍는 동안
와이프는 통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 절충하는 선에서 여기까지 갔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쌍용건설은 현지에서 7,000억원짜리 지하철 공사도 수주했다고 합니다. 쌍용건설 외에도 버스를 타고 도심을 다니다 보면 우리 한글로 된 우리 건설회사의 로고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모두 크고 작은 공사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인도어를 주로 볼 수 있는 싱가포르에서 그나마 한글을 조금 볼 수 있는 곳은 공사장이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믿음을 주었기 때문일까요? 가는 곳마다 한국인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이었습니다. 오가다 인사한 현지인 중 몇 명은 이메일 보낸다더니 아직 한 사람도 이메일을 보내오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여행 마지막 날. 다음 여행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는 길에 다시 만난 마리나 베이 샌즈.
다음에 돈 많이 벌어서 다시 놀러 오면 한번 가주마. ^^

옆으로는 싱가포르 찾는 관광객들이 흔히 찾는 대관람차.
세계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이고 이름은 ‘더 싱가포르 플라이어’.
 지난해 고장나서 100명이 갖혔던 추억(?)이 있는 곳.
건축에도 고장이 없어야 합니다. 타산지석 곁에 두고 튼튼한 건물을 짓기를…

싱가포르가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수행하는 것은 싱가포르의 지정학적인 자신감이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돈을 쏟아 부은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죠. 홍보전은 벌써 시작된 느낌입니다. 한번 더 다루겠지만 여행사에 가보면 싱가포르 정부가 만들어서 공짜로 나눠주는 싱가포르 관광 안내 책자가 있습니다. 내용도 상당히 알찹니다.


다시 왔을 때에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되겠죠?
3개 동 호텔의 상층부를 연결하는 축구장 약 2배 크기(12,000㎡)의 스카이 파크,
정원과 산책로, 레스토랑, 스파, 수영장, 전망대 등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또 싱가포르 해변과 도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의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치사한 수익모델을 만들어 냈습니다. 앞서 소개한 Jang씨의 사위는 싱가포르의 미국계 무역회사에 근무하는데, 한국 등에서 철강 반제품을 구입해서 유럽 등에 판매 합니다. 공장도 없이 사무실 하나 차려놓고 바이어에게 세계 다양한 회사의 카달로그 보여주고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동부제강도 거래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동부제강 제품이 좋다는 뜻이겠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만만치 않습니다. 싱가포르가 인도양과 태평양, 극동과 중동의 연결고리, 즉 지리적 이점이 있다면, 한국은 중-소-러-일(-미) 등 초강대국에 인접한 세력 및 경제적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건설회사와 뛰어난 컨텐츠가 수두룩한 우리나라. 싱가포르 선택시티, 마리나 베이 샌즈 등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죠.


<싱가포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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