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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청소년 축구대표 입장에서 바라 본 코칭스탭

by walk around 2009. 10. 8.


오늘 아침 청소년 축구대표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저에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기사링크> '눈치 100단' 홍명보 감독과 눈치 없는 서정원 코치

사실 축구계를 비롯한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선후배 질서는 실로 엄청납니다. 그간 축구경기장을 다니면서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선배들의 다소 부당한 요구에 (돌아서서 투덜거릴지언정) 두말없이 따르는 후배들의 모습도 많이 보았습니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파란 선수들이 대스타 출신 코칭스텝에게 장난을 걸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입니다. 기사 내용대로면 선수단 분위기가 대충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수단 분위기는 경기 중계장면을 보면서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습니다. 경기 중에 다소 부진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있으면 팬 입장에서 불경스러운 소리부터 튀어 나왔습니다. "오늘 저 XX 때문에 지겠네", "저거 뭐야. 왜 안바꿔?" 등등.

잠시 후 선수교체 때 제가 지목한 '오늘의 비판 대상'이 경기장을 빠져 나자 홍명보 감독은 마치 골을 넣고 들어오는 선수를 대하듯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순간 머리 속으로 "뭐야?"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저 선수가 잘 한거야? 내가 잘못 본거야? 아님 홍명보 감독이 천사표야? 헷갈릴 정도로 격려를 했습니다.

파라과이전 선제골이 들어갔을 때, 선수들은 오히려 덤덤해 보였습니다. 다음 화면 홍명보 감독과 서정원 코치 등 나이든 코칭스탭은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여러 골 장면에서 말끔한 셔츠를 입은(흡사 클린스만 감독이 연상되는) 홍명보 감독은 땀범벅 선수들과 포옹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그 옆의 코치들도 하나씩 잡고 안았습니다.

청소년 대표는 어느 나라든 기복이 심합니다. 우승을 예약한 것 같았던 스페인이 예선에서 이집트에 대파 당하며 빌빌 거리던 이탈리아에엑 캐발렸습니다. 예선에서 와일드 카드로 겨우 16강에 막차를 탄 나이지리아가 비록 패하긴 했지만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기복이 심한 선수들에게 "야! 이 XX야! 똑바로 못해!"라는 타박은 "지금부터 대충해라"는 소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늘같은 선배가 열받았다고 판단하는 순간 어린 선수들은 손발이 오그라들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제가 지지하는 K3 구단 부천FC 1995에서도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선수단의 맏형 역할을 하는 박영수 코치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선수들을 살갑게 챙기면서 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성적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경기에서 실수를 했을 때 팬들이 타박을 하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만, 격려하면 경기력이 점차 나아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기사링크> 부천FC, 드라마 같은 선두질주

또 한 가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 청소년 대표팀 코칭스탭의 라인업입니다. 2002년 4강의 주역이면서 말이 필요없는 대스타 출신의 홍명보, 프랑스리그 오스트리아리그 등에서 활약하고 국내 최고 공격수였던 서정원, 터프해보이지만 인간미가 소문난 김태영, 최고의 골키퍼 출신 신의손.

제가 선수라면 경기 전에 눈 앞에 서 있는 4명의 코칭스탭만 봐도 든든할 것 같습니다. 경기 중에 힘들어도 벤치를 보면 오히려 기운이 날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축구를 하며 롤모델로 삼았던 영웅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한다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이 코칭스탭들이 선수들을 살갑게 대하고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선수들은 "지금 분위기면 결승진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축구인들도 같은 의견입니다.

<기사링크> 축구인들 한 목소리 "홍명보호, 결승 진출도 문제 없다"

많이 왔습니다. 부담은 덜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 값 조금 더하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포스트 링크>
청소년대표, 8강전의 적은 어수선한 경기장 분위기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하던 서정원 코치 만나러 갔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