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축구 전문가들이 유망주들의 J리그 진출 문제를 제기했다. 10월 30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홍명보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우리 어린 선수들이 더 이상 일본프로축구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U-20 월드컵에 한국 청소년 대표팀 수비수로 뛰면서 우리에게 기쁨을 주 었던 한 선수가 J리그에 진출한다는 기사에 악플마저 달리고 있다.
유망주가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이유가 뭘까? 일반적으로 일본에 가는 이유는 고액연봉과 조기 유럽진출이라고 한다. 역시 10월 30일 경향신문 기사에 등장한 우리 프로축구 관계자는 "일본에 가서 대략 1억원을 받는 것보다 드래프트 1순위 5,000만원 연봉을 받고 매년 100% 연봉 인상을 받는 게 낫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기사링크 : “한국축구 짊어질 그대, J리그 가지마라”
유럽 무대를 빨리 가는 것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 진출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A매치 성적이기 때문에 일본에 간다고 해서 특별히 나아질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망주의 일본 진출을 걱정하는 우리 축구 관계자들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완전히 수긍할 수는 없다.
내가 축구선수라면 기회가 되면 일본에 가고 싶을 것 같다. 아무리 유망주라고 해도 한국 프로구단에 가면 막내다. 프로구단의 막내는 의외로 할 일이 많다. 눈치 볼 것도 많다. 운동 해본 사람은 안다. 스포츠 구단에서 막내의 역할을. 일본에 가면 그냥 한명의 선수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특별히 군기 잡는 사람도 없다. 그냥 자기 훈련에 충실하면 된다.
받는 돈도 확실히 일본이 많다. 한국 팀에서 매년 100% 연봉인상을 받는 것은 매우 특별한 케이스이다.
유럽 진출도 확실히 일본에서 뛰는 게 나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진통을 거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키워놓은 선수를 외국으로 보내는 것이 마땅치 않은 구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어쨌든 선수 입장에서는 떠나기 힘들다.
J리그의 이근호는 유럽 간다고 환송식까지 했다가 유럽 진출에 실패하고 일본에 같은 팀으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 옵션으로 유럽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이게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인맥, 학맥에 엮여서 그런 식으로 처신했다가는 욕 먹지 않을까?
A매치 활약상이 유럽 진출의 잣대라면 J리그에 있으면 A매치에 못나온다는 말일까? A매체 활약상은 해당 선수가 K리그에 있든지, J리그에 있든지 상관이 없다.
앞서 소개한 경향신문 기사에는 "일본 팀들은 헐값에 유망주를 사뒀다가 잘 하면 팔아서 이적료를 챙기고, 못하면 하부리그로 보내면 끝"이라는 한국 프로축구 관계자의 멘트가 있다.
선수를 싸게 사서 잘 하면 팔아서 이적료를 챙기는 것은 전 세계 어떤 국가의 클럽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팀은 일본 팀이 주는 그 '헐값'도 선수들에게 못주기 때문에 선수를 빼앗기는 것일까? 못하는 선수 하부리그로 보내는 것도 어디서나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K3팀에도 K리그 출신이 있다. K리그 팀들은 잡았던 손을 놓았다. J리그나 K리그나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를 처리하는 방식은 크게 다를 바 없다.
J리그 경기장의 열기. 물론 일부 인기구단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2부리그나 3부리그에서도 나타난다는 데에 일본의 강점이 있습니다. 선수에 대한 환경이나 대우도 한국보다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선수 사생활이 자유로와서 스스로 컨트롤 하지 못하고 까딱 잘못하다가는 완전히 망가지는 수가 있다고 합니다.
돈도 문제이고, 유럽 진출도 문제이지만 드레프트를 통해 선수가 진정으로 가고 싶지 않은 팀에 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지명을 선수가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선수는 소속팀에 충실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뺑뺑이 돌다가 싫어하는 지역, 싫어하는 지도자, 싫어하는 선배가 있는 팀에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면 나 같아도 포기할 것이다. 게다가 환경이 좋은 J리그에서 연봉 따블을 부르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부 J리그 팀들은 환경이 좋다. 경기장 분위기, 팬의 충성도, 화려한 응원 등 K리그보다 나은 점이 많다.
다만 홍명보 감독의 경우 일본에 진출한 선수들의 실전경험을 걱정하는 것 같다. 아무리 유망주라도 일본에 가면 1군에 속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일본에 가는 것보다 국내 2군리그에서 긴장감 높은 경기를 자주 치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선수탓이 아니라 K리그 차원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기사링크 : “J리그만 생각하는 아이들 K리그가 대안 고민해야”
결국 드래프트제의 폐단을 없애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드래프트제가 지나친 몸값 경쟁을 막기 위한 측면이 있고 어쩌면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10월 30일 경향신문의 해당 기사 작성자인 김세훈 기자의 지적대로 선수영입과정 투명성 제고와 유소년 클럽의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 분명한 것은 일본에 선수들을 막무가내로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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