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떠난 보트는 반얀트리 바핀파루를 들른 후 앙사나 이후루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는 모두 독립 방갈로였고 모든 숙소는 바다를 향해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두워서 경치를 볼 수는 없었고, 바로 눈 앞에는 반얀트리 비핀파루가 보이고 그옆으로 말레가 수평선에 걸쳐있었습니다.
욕실은 지붕이 없었습니다. 샤워를 하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비라도 오면 욕실에 빗물이 그냥 떨어집니다.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쪽에만 지붕이 있었습니다. 샤워기는 돌탑처럼 되어 있는데, 대나무 통을 통해 물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욕실에는 곳곳에서 나무와 화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욕실의 허브향 나는 샴푸, 바디클렌저 등은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방에서는 허브 향기가 진동합니다. 매일 방을 청소해줄 때마다 허브오일을 뿌리고 나가더군요. 허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앙사나에서 허브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나중에는 기념품 판매점에서 허브 화장품도 사고 말았다는… 방에는 과일로 장식을 하기도 했는데 모형이 아니라 실제 과일이었습니다.
침대는 평범했지만 좀 눅눅했습니다. 수시로 물에 들어 갔다가 대충 닦고 누워 쉬는 데다가, 바다 한가운데의 섬이다보니 습도도 높은 편이겠죠. 그래서인지 몇일 지난 후에는 침대에 많이 닿은 곳에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방갈로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습니다. 마당에는 주로 빨래를 널었던 그네가 있습니다. 앙사나에는 개인풀이 있는 방갈로는 없었습니다. 대신 대형욕조가 있는 방갈로가 몇개 있는데, 2,3일이 지난 후 그쪽으로 방을 옮겼습니다. 작은 마당 앞으로 나무 사이의 좁은 길을 통과하면 바로 해변입니다.
방갈로 입구에는 물이 담긴 항아리가 있는데 사람들이 맨발로 다니기 때문에 발을 씻는 용도입니다. 방갈로 뒤쪽의 오솔길은 나름 운치가 있는데 원주민 동네를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방갈로에 있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생명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 새와 도마뱀입니다.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일까 도마뱀은 방갈로 안으로는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도마뱀도 여러종류인데 징그러운 놈부터 귀여운 놈까지 있었고, 잡아서 한참 놀리다가 놓아주기도 했습니다. 이름 모를 새는 날지는 못했습니다. 빵조각을 주면 좋아서 난리 부르스를 치며 물고 갑니다. 따라가보니 정말 귀여운 새끼들을 우리 방갈로 앞 나무 사이에서 키우고 있었습니다.
게와 소라게도 흔했습니다. 게는 매우 빨라서 전력질주해야 합을 수 있고, 소라게는 느긋한 애들이라 쉽게 잡힙니다. 소라게는 집에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떠나기 전 모두 놓아주었습니다.
방에는 다양한 차가 있는데 종류가 많아서 있는 동안 모두 맛보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 과일홍차이고 스리랑카산이니까 나름 실론티군요.
인공적인 요소를 줄이려했기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시설이 호텔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비용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대양주나 동남아의 리조트는 바깥은 원주민 환경일 지언정 방안은 모던하니까요. 깨끗하고.
하지만 앙사나는 방안도 욕실도 좀 촌스럽습니다. 지저분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깨끗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자연주의 컨셉이 요즘에는 먹히는 모양입니다. 사실은 저도 그 분위기에 젖었고 약간 현실을 망각한 몽환적인 상태가 되는 듯 했습니다. 휴가 후유증이 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링크>
중소도시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말레공항 - 몰디브 여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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